(사진=픽사베이)
[뷰어스=문다영 기자] 바람이 분다. 그 바람결에 손을 흔드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정적인 나무 한 그루 안에 세상의 시간이 흐르고 흐른다.
201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지우 시인의 첫 시집 '정원사를 바로 아세요'가 '민음의 시' 246번째 책으로 출간됐다.
등단 후 6년의 시간이 응축된 이번 시집에서 정지우 시인은 하나의 뿌리에서 여러 개의 잎으로 돋아나는 풍부한 식물성의 감각을 선보인다.
표제작 '정원사를 바로 아세요'에서 시인은 나무에도 관상이 있다고 역설한다. 한자리에 붙박여 있어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식물도 그 관찰의 시간을 무한대로 늘리면 다채로운 동작과 성정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이렇듯 남다른 시선으로 시인은 긴 시간을 식물의 곁에 머물며 무한히 번식하는 숱한 생각들을 가지치기해나간다.
정원사의 언어는 느리지만 통렬하게, 넝쿨 줄기처럼 구불구불 독자에게 다가간다.
'정원사를 바로 아세요'에서 나무로 대표되는 식물의 이미지가 곳곳에 등장한다. 나무는 본래 연두와 청록 그사이에서 싱그러움을 뽐내지만 정원사의 언어가 된 나무들은 시인의 입술처럼 갈라지고 메말랐다. 숨을 쉬어야 할지 날려 보내야 할지 알 수 없는 겨울새의 심장이자 서리 내리는 바람의 방황이며 흙탕물을 뒤집어쓴 꽃이기도 하다.
정원사는 나무의 입술이 됨으로써 나무와 인간의 시간을 노래한다. 이 시집은 진동의 진원이자 수원지나 마찬가지다. 그곳의 나무 한 그루가 시의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정지우 지음 | 민음사
(사진=책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