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방송화면)
[뷰어스=손예지 기자] 드라마는 유의미한 장면들로 이뤄진다. 한 장면 속에 인물의 삶을 보여주는 상황,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대사들이 담긴다. 작품, 그리고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들여다볼만 한 장면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 장면 정보
작품 제목: MBC ‘미치겠다, 너땜에!’
방송 일자: 2018년 5월 8일 (최종회)
상황 설명: 래완(김선호)은 엉겁결에 하룻밤을 보내게 된 친구 은성(이유영)이 신경 쓰인다. 그러나 은성은 자신의 후배 희남(성주)과 ‘썸’을 타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희남이 은성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가 있다고 자랑했다. 왠지 모르게 발끈한 래완은 “모니터해줄 테니 불러 보라”고 요청했다.
■ 장면 포착
래완의 집. 래완, 은성, 희남, 서정이 모였다. 희남이 은성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를 부른다.
(희남의 노래) 요즘 난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 모두 너 미쳤냐고 얘기를 하지만 들리지 않아. 온통 네 생각뿐인데. 매일 밤 너와 키스하는 꿈에서 깨어. 까만 밤, 새벽이 될 때까지 미치도록 심장이 아파오는 것 같아
래완의 시선이 은성에게로 향한다.
(사진=MBC 방송화면)
■ 이 장면, 왜?
세상에 모든 사랑 노래가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 래완에게는 희남의 노래가 곧 자신의 일기장 같았다. 실수라고 생각했던 입맞춤과 하룻밤 기억에 온종일 사로잡혀있는 자신을 새삼 깨달은 것. 래완이 은성을 향한 자신의 감정에 확신을 느낀 장면이다.
래완의 마음은 대사로 표현되지 않았다. 연출은 래완의 시선에만 의지했다. 그렇기에 래완을 연기한 김선호의 존재감이 더욱 돋보였다. 김선호는 단 한마디 말없이 오직 은성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짝사랑의 애틋함과 절절함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이는 김선호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한 장면이기도 하다. 김선호는 2009년 연극 ‘뉴보잉보잉’으로 연기를 시작했지만, 안방극장에 진출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2017년 한 해에만 KBS2 ‘김과장’ ‘최강 배달꾼’ MBC ‘투깝스’에 연달아 출연하며 ‘괴물신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수십 편의 무대극을 거치며 쌓은 연기력이 TV에서도 빛을 발했다. 특히 ‘투깝스’는 드라마 데뷔 1년도 되지 않아 투톱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이 덕분에 ‘2017 MBC 연기대상’ 신인상·우수연기상을 동시에 받기도 했다.
다만 세 작품 모두 코믹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터라 이미지 고착이 우려되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미치겠다, 너땜에!’는 김선호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장이 됐다. 김선호는 극 내내 특유의 유쾌한 톤은 잃지 않되, 편안한 ‘남사친’의 모습부터 사랑 때문에 설레하고 아파하는 감정 곡선까지 두루 그려냈다. 김선호가 연기하는 래완에서 전작의 잔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로써 데뷔 첫 로맨스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아울러 ‘미치겠다, 너땜에!’가 4부작 단막극이라는 점이 아쉽다는 시청자 반응도 줄지었다. 더욱 긴 호흡의 장편 로맨스에서 김선호를 다시 만날 날이 기다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