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희 기자] 길거리에만 나가도 최신 곡이 쉴 틈 없이 흘러나오고요, 음악 사이트도 일주일만 지나면 최신 앨범 리스트가 몇 페이지씩이나 됩니다. 이들 중 마음에 훅 들어오는 앨범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놓친 앨범은 다시 보고, ‘찜’한 앨범은 한 번 더 되새기는 선택형 플레이리스트가 여기 있습니다. -편집자주-
2018년 5월 둘째 주(5월 7일 월요일~5월 13일 일요일)의 앨범은 ADOY, 페퍼톤스, 기프트, 스탠딩 에그, 오핑 입니다.
■ ADOY 싱글 ‘YOUNG’ | 2018.5.8
아도이는 이 노래를 두고 낯설지만 좋을 거라고 말했다. 이들의 말대로다. ‘영(YOUNG)’은 아도이의 지난 앨범 ‘캣닙(CATNIP)’보다 훨씬 달콤하다. 적당히 가볍고 몽환적인 정도는 비슷한데 좀 더 사뿐사뿐 걷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힘을 더 빼고 속삭이듯 부르는 보컬은 역동적이었던 아도이와 딴 판이다. 하지만 청춘을 마냥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 아도이만의 색깔은 보다 정확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첫 번째 들을 때는 “어, 이게 뭐지?”라는 생각과 함께 알 수 없는 웃음이 슬며시 번진다. 이후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들으면 어느새 아도이의 한 트랙으로 자리 잡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앨범 커버 속 일러스트는 뒤를 돈 채 의구심 가득한 표정을 짓는데 이어, 어딘가 놀란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기도 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타이틀곡도 젊음 그 자체인 ‘영’. 아도이는 무엇을 깨달았을 지는 다음 미니앨범이 나오면 알 수 있겠다.
■ 페퍼톤스 정규 ‘long way’ | 2018.5.9
약 4년 만에 발매하는 정규 3집 앨범. 페퍼톤스의 앨범은 그간 우울을 이겨내는 밝은 테라피였다. 어디론가 떠날 때 듣기 좋고, 화창한 봄날과 어울리는 노래들이다. 그런 노래를 하던 이들이 이제는 더욱 본격적으로 나서 여행을 떠나겠다고 말한다. 페퍼톤스가 펼칠 또 다른 시작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타이틀곡 또한 ‘긴 여행의 끝’이다. 이 노래는 긴 여행에서 돌아온 화자의 이야기로 앨범의 포문을 연다. 새로운 출발을 하는 페퍼톤스의 마음가짐은 의외로 차분하다. 기존의 템포와 리듬은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지만 소리는 다르다. 팽팽하게 당겨진 줄 같던 음들은 한층 느슨해졌고, 숨 쉴 구멍이 생겼다. 일부 팬들은 이런 페퍼톤스의 모습을 힘이 빠진 것이라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늘 하이텐션만이 답은 아닌 법. 때로는 여유로운 움직임이 지닌 묵직함과 새로운 길을 떠나는 설렘이 만났을 때 더 큰 울림을 주기도 한다.
■ 기프트 미니 ‘Heart of midnight’ | 2018.5.10
‘인디스땅스’를 통해 모습을 비춘 기프트는 이번 미니앨범으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모양새다. 경연에서는 아무래도 밴드 사운드가 돋보이는 것이 좋기 때문에 리드미컬한 분위기가 눈에 띄었다. 그런데 ‘하트 오브 미드나잇’은 멜로디의 별다른 기복이 없는 ‘잘가’로 시작한다. 타이틀곡 ‘어느날 갑자기-잇츠 오버(It’s Over)’와 이후 나오는 트랙들 역시 그 결을 잇는다. 변화가 있다면 점차 벅차오르는 감정을 들 수 있겠다. 앨범 커버 속 별이 박힌 밤하늘과 오버랩되는 붉은 해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이 해는 과연 뜨고 있는 걸까, 지고 있는 걸까. 앨범 타이틀 속 ‘미드나잇(자정)’이 하루의 시작인지, 끝인지 답을 내릴 수 없는 것과 같다. 분명한 것은 러닝타임이 지날 때마다 무언가가 시작되고 끝나는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벅참이 느껴진다는 것. 그렇게 기프트는 뜨겁고도 따뜻하게 타오르는 첫 해를 마주했다.
■ 스탠딩 에그 싱글 ‘소확행’ | 2018.5.11
이미 한 차례 트렌드를 휩쓸고 간 신조어 ‘소확행’이 노래로까지 나왔다. 어떻게 보면 이 표현은 스탠딩 에그와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스탠딩 에그는 그간 아름답고 달콤하고 반짝이는 노래들로 리스너들의 일상을 빛내왔다. 평범한 순간일지라도 스탠딩 에그 노래를 BGM으로 택한다면 단숨에 기분 좋아지는 설렘으로 차오르는 경험을 우리는 했다. 그런 노래야말로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닐까. 노래 ‘소확행’에서 한 번만 들어도 따라 부르기 쉬운 간결함은 늘 그랬듯 여전하다. 아울러 스탠딩 에그는 평소보다 더 미니멀한 소리를 택했다. 곡 내용과 걸맞은 선택이라 여겨진다.
■ 오핑 싱글 ‘Mushroom Wave’ | 2018.5.13.
귀엽기도 하고 어딘가 묘하게 미스터리한 버섯이 그려진 커버는 그 자체만으로도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이미지는 ‘머시룸 웨이브’라는 곡 제목을 그대로 담고 있다. 한 가운데 떡 버티고 있는 큰 버섯,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있는 어지러운 검은 물결들. 노래 역시 마찬가지다. 2분 25초의 짧은 곡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가사는 “울렁울렁”이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왠지 독버섯을 먹고 이리저리 휩쓸리며 정신없이 부유하는 느낌을 받는다.(물론 그래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놀라운 건 이 곡은 오핑이 실제로 암스테르담의 한 숙소에서 만취한 채 아름답게 펄럭이는 커튼을 넋 놓고 바라보며 썼던 곡이라는 것. 오핑은 이 곡을 두고 “재미있게” 들어달라고 했다. ‘머시룸 웨이브’, 그 어떤 말보다 ‘재미있다’는 말이 제격인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