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 포스터)
[뷰어스=손예지 기자] 혹독한 정글 탐험기를 표방하는 ‘정글의 법칙’은 2013년 출연진이 현지에서 만난 부족이나 마을이 ‘관광 목적’으로 섭외된 것이라는 폭로가 나와 문제가 됐다. 이에 앞서 2009년 당시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SBS ‘패밀리가 떴다’는 출연자가 제작진이 준비한 물고기를 ‘낚는 척’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모든 게 ‘진짜’가 아니었다는 데서 오는 실망감이 시청자들을 뿔나게 한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이 여러 프로그램에서 반복됐지만, 아직도 대다수 예능은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한다. 싱글 라이프·여행·연애 등 소재나 주인공은 다양해졌지만, 출연진의 일상 속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은 비슷하다. 이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가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가짜’를 전면에 내세운 예능들이 등장했다. 지난 3일 베일을 벗은 MBC 새 예능 프로그램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이하 두니아)’와 넷플릭스의 국내 첫 오리지널 콘텐츠 ‘범인은 바로 너!’다. 두 프로그램은 제작진이 만들어놓은 가상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모바일 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를 모티브 삼아 만든 ‘두니아’는 연예인 10명이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모른 채 가상의 세계에 떨어졌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첫 방송에서는 이름 모를 무인도로 차원 이동한 동방신기 유노윤호·배우 정혜성·우주소녀 루다·권현빈·샘 오취리가 한자리에 모이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졌다.
섬 도착 직후에는 출연진이 자유의지대로 행동하는 모습을 담았지만,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대다수 상황이 연출됐으며 출연자들 역시 이에 맞춰 연기 중임을 분명히 밝혔다. 심지어 상황극 도중 유노윤호가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도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방송 후반부에는 CG로 만들어진 공룡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두니아’는 TV와 인터넷 방송을 결합한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2015~2017)으로 시청자 참여형 프로그램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박진경·이재석 PD가 연출했다. 이들은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실제로) 워프가 가능할 리도, 공룡을 만날 일도 없다. ‘두니아’는 거의 가짜”라며 “모든 게 설정인 가상현실 안에서 출연진이 벌이는 상황극”이라고 프로그램을 정의했다. 만일 ‘두니아’가 가짜를 ‘진짜’처럼 포장했다면, 그간 숱하게 ‘대본 논란’ ‘조작 논란’에 휩싸였던 리얼 버라이어티나 철저히 짜인 대본과 캐릭터에 의해 이뤄지는 드라마와 다른 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니아’는 가짜를 거듭 강조했고, 출연진의 다음 행동을 시청자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실시간 문자 투표 제도를 도입해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사진=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 포스터)
‘범인은 바로 너!’는 유재석을 비롯해 안재욱·김종민·이광수·박민영·엑소 세훈·구구단 세정 등이 탐정이 돼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회마다 등장하는 10개의 사건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구성으로, 상황극과 야외 버라이어티를 결합한 ‘런닝맨’의 조효진·김주형 PD가 연출했다. 이들은 ‘런닝맨’과 비교했을 때 짜임새가 강화된 이야기를 통해 한 편의 추리 드라마에 가까운 예능을 만들어냈다. 다만 주어진 상황에 따른 출연진의 반응은 진짜다. 출연자들이 허구의 상황에 점점 몰입하며 만드는 이야기와 웃음이 ‘범인은 바로 너!’의 재미 요소였다. 최근 10회가 전부 공개됐으며, 시즌2 제작을 확정했다.
색다른 시도인 만큼 시청자 반응은 극명히 갈리고 있다. 사전에 촬영을 모두 마친 덕분에 영상 편집의 완성도가 높고, 게임이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신선하다는 호평이 있는 한편, 만들어진 상황이 어색하고 몰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이는 출연진의 연기력과 제작진의 세련된 연출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리얼리티 예능이 포화 된 방송가에서 ‘두니아’와 ‘범인은 바로 너!’의 날갯짓이 ‘언리얼’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