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이알이엔티, UL엔터테인먼트, YK미디어플러스)
[뷰어스=손예지 기자] 뉴페이스들의 활약이 역주행을 이끌었다.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얘기다. ‘이리와 안아줘’는 한 살인사건으로 인해 엇갈린 삶을 살게 된 남녀의 기구한 운명을 그린 드라마로, 첫 방송 시청률 3.1%로 동 시간대 지상파 드라마 최저를 기록했었다. 장기용·진기주를 비롯한 신예들이 주축을 이룬다는 점에서 방송 전 크게 기대받지 못했으나, 신선한 얼굴들이 보여주는 호연이 오히려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방송 3주 만에 시청률 5.9%를 나타내며 수목극 2위로 떠오른 것. 이에 ‘이리와 안아줘’의 역주행에 한몫한 뉴페이스 세 명을 꼽아봤다.
(사진=이매진아시아)
#김경남
김경남은 사이코패스 윤희재(허준호)의 큰아들 윤현무 역을 맡았다. 현무는 사랑에 결핍된 인물로,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이복동생 나무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결국, 어긋난 길을 택해 전과 7범의 범죄자가 된 그는 나무가 좋아하는 낙원을 해치려는 계획까지 세운다.
김경남의 눈빛이 현무라는 캐릭터의 섬뜩함을 배가시키고 있다. 특히 낙원의 화보를 망치로 내려찍는 장면에서는 그의 폭력적인 모습이 보는 이들의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같은 김경남은 전작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라 놀랍다. 김경남은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교도관 준호(정경호)의 동생이자 야구선수 제혁(박해수)의 열혈 팬 준돌을 연기했다. 당시 보여준 귀여운 매력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비교적 최근 안방극장에서 주목받게 된 김경남은 대학로에서 연기력을 다진 베테랑이다. 대학교 연극영화과 재학 시절 들어간 극단을 통해 2012년 연극 ‘사랑’으로 본격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 ‘별일없이 화려했던’ ‘만리향’ ‘고양이라서 괜찮아’ ‘액션스타 이성용’ 등으로 연이어 무대에 올랐다. TV에는 지난해 SBS ‘피고인’으로 처음 얼굴을 비췄다. 이후 KBS2 ‘최강배달꾼’과 ‘엑시트(EXIT)’ 등에 출연했으며, 올해 1월 영화 ‘1급기밀’로 스크린에도 데뷔했다. 연기 시작 5년여 만에 기대주로 떠오른 김경남은 올해 개봉 예정인 영화 ‘나의 특급 형제’ 출연을 확정하며 ‘열일’ 행보를 예고한 상태다.
(사진=UL엔터테인먼트)
#최리
주인공 윤나무(장기용)의 이복동생 채소진은 배우 최리가 연기한다. 최리는 오빠를 잘 따르고 엄마(서정연)를 살뜰히 챙기는 소진 역으로 발랄하고 귀여운 매력을 발산한다. 특히 그가 구사하는 걸쭉한 사투리는 시청자들 사이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리는 2016년 일본군 ‘위안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귀향’으로 데뷔하며 주목받은 신예다. 그는 당시 신(神)기 있는 소녀 은경 역을 맡았다. 대학에서 한국 무용을 전공한 최리는 극 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 소녀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굿을 펼치는 장면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2016~2017) 속 김고은(지은탁 역)의 밉상 사촌, KBS2 ‘마녀의 법정’(2017) 속 수습 검사 서유리 역을 연달아 맡으며 드라마로 발을 넓혔다. 전부 데뷔작과는 전혀 다른 성향의 캐릭터라 눈길을 끌었다. 올해 개봉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줬다. 오디션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주연 배우 이병헌과 박정민에게 직접 선택받았다. 덕분에 극 중 서번트증후군을 앓는 진태(박정민)를 편견 없이 대해주는 아이돌 지망생 수정을 맡아 또 한 번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연기자가 아니라 캐릭터로 각인되기를 바란다는 최리다. 그 바람처럼 ‘이리와 안아줘’에서 소진이라는 인물로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최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이매진아시아)
#윤종훈
윤종훈이 연기하는 길무원은 주인공 길낙원(진기주)의 의붓오빠다. 어린 시절 부모 잃은 자신을 입양해준 양부모가 살해당한 뒤, 낙원을 끔찍이 여긴다. 지인들에게는 ‘동생 바보’로 통하지만, 직업은 검사로 일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냉정해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윤종훈은 무원의 이중적 면모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보이는 윤종훈의 진중한 모습이 새롭다.
윤종훈의 얼굴을 2013년 방송한 tvN ‘응답하라 1994’ 속 과대표 김기태로 기억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친구 역으로 얼굴을 자주 비추며 눈도장을 찍었다. 그 이듬해에는 tvN ‘미생’에 출연했다. 대기업 인턴 이상현 역으로 주인공 장그래(임시완)를 무시하고 괴롭혔다. 올해 초 방영한 SBS ‘리턴’에서는 ‘악벤저스’ 중 한 명이었던 서준희를 연기했다. 이렇듯 비교적 얄밉거나 악한 캐릭터로 남다른 존재감을 발산해온 윤종훈이다.
그런 그가 무원을 맡아 묵직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얼핏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보다는 운종훈이라는 배우의 스펙트럼이 이제야 빛을 발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윤종훈은 2006년 연극 ‘달빛 트렁크’로 데뷔해 2012년까지 무대에 올랐다. 동시에 드라마와 영화에도 쉼 없이 출연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작품에 출연한 만큼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도 탁월하다. 작은 역할에서 시작해 지상파 미니시리즈 주연까지 오른 윤종훈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