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종의 기원' 한국판, 미국판)
[뷰어스=문다영 기자] '7년의 밤' 작가, 정유정의 장편소설 '종의 기원(The Good Son)'이 미국 최대 출판 그룹인 펭귄북스에서 5일(현지시간) 정식 출간됐다. 펭귄북스가 한국 작가 작품을 펴낸 것은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 이후 두번째로 알려진다.
무엇보다 '종의 기원'은 미국에서 공식 출간되기도 전에 사전 주문만으로 초판이 모두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펭귄북스는 정유정 작가를 "'한국의 스티븐 킹'으로 불리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소개했다. '종의 기원'에 대해서는 "서늘하고 숨 막히는 이야기 속에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 있는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와 윌리엄 마치의 '나쁜 종자(The Bad Seed)'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스펜스와 정교함이 묻어나는 서사는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불온하고도 은밀하게 엿보게 한다"고도 덧붙였다.
'종의 기원'은 ‘악’에 대한 시선을 집요하게 유지해온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놀라운 통찰력으로 ‘악’의 심연을 치밀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는 작품 속 유진에 대해 평범했던 한 청년이 살인자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악인의 탄생기’라고 밝혔다. 가족여행에서 사고로 아버지와 한 살 터울의 형을 잃은 후 정신과 의사인 이모가 처방해준 정체불명의 약을 매일 거르지 않고 먹기 시작한 유진. 그는 주목받는 수영선수로 활약하던 열여섯 살에 약을 끊고 경기에 출전했다가 그 대가로 경기 도중 첫 번째 발작을 일으키고 선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다. 한없이 몸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약과 늘 주눅들게 하는 어머니의 철저한 규칙, 그리고 자신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듯한 기분 나쁜 이모의 감시 아래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없었던 유진은 가끔씩 약을 끊고 어머니 몰래 밤 외출을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그러나 약을 끊은 어느날 유진은 피투성이인 자신의 몸과 끔찍하게 살해된 어머니의 시신을 보게 된다. '종의 기원'은 영혼이 사라진 인간의 내면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며 그 누구도 온전히 보여주지 못했던 ‘악’의 속살을 드러낸다. '7년의 밤' '28'과 함께 '악의 3부작'으로 불린다.
'종의 기원' 해외 판권은 현재까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스위스), 스페인, 핀란드,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대만, 일본, 체코, 터키, 브라질, 이탈리아 등 16개국에 수출된 상태다.
프랑스판이 지난 4월 문학 전문 출판사인 피키에에서 출간됐고, 영국판은 5월 대형 출판사 리틀브라운에서 출간돼 현지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작가의 초판 친필 사인본만 선주문·제작해 판매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골드보로 서점은 200부 선주문했다. 미국 엘르지는 "올여름 꼭 읽어야 할 32권의 책"에,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금주의 신간 16"에 꼽기도 했다.
한편 펭귄북스는 '종의 기원' 미국판 출간을 기념해 오는 16일 오후 3시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국내 독자를 위한 작가 사인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