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JTBC, KBS2 방송화면)
[뷰어스=노윤정 기자] 최근 법조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수편의 드라마가 안방극장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그 안에는 초짜 법조인들의 고군분투가 담겨 있다. 누구에게나 있는 ‘처음’, 그 처음을 겪는 모습에서 ‘우리’가 보인다.
‘신입’, ‘초짜’라는 딱지가 붙는 시절, 우리는 누구나 서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실수하고 깨지며,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좌절한다. MBC ‘검법남녀’ 정유미, JTBC ‘미스 함무라비’ 고아라, KBS2 ‘슈츠’ 박형식 역시 마찬가지다. 검사, 판사, 변호사라는 직업은 언뜻 완벽할 것만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그들도 처음부터 완벽하진 않다.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고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사진=MBC 방송화면)
#. 정유미, 서툴고 무모하던 초짜 검사의 변화
‘검법남녀’에서 정유미가 분한 은솔은 독특한 캐릭터다. 소위 말하는 ‘금수저’로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으며, 타고난 포토메모리 능력으로 한 번 본 건 모두 머릿속에 저장한다. 당연히 공부도 잘해 검사 임용까지 됐다. 성격을 보자면 감수성이 풍부해 사람들의 이야기에 몰입을 잘하고, 해맑고 구김살이 없다.
‘촉’도 뛰어나다. 직관력이 남다르다. 그러다 보니 물증보다 심증을 우선할 때가 있다. 검사로서는 위험한 모습이다. 실제로 은솔은 ‘부부 폭행 치사 사건’에서 심증만으로 남편을 범인이라고 예단했고, 살인사건 범인인 최화자(이나라)를 무모하게 홀로 만나러 갔다. 검사답지 않게 보일 수 있는 모습들이다.
하지만 은솔 역시 노련한 법의학자 백범(정재영)과의 공조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 여전히 피해자의 편에 서서 함께 안타까워하는 동시에, 검사로서 각성해가고 있다. 지난 8회 은솔이 ‘마성재 사망 사건’ 조사를 위해 학부모들을 찾아간 장면에서 그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은솔은 날 선 학부모들에게 감정을 앞세우지 않고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었다. 극 초반과는 분명 달라진 모습이다. 누구나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처럼 서툴던 초짜 검사 은솔의 변화가 반갑다.
(사진=JTBC 방송화면)
#. 고아라, 바위에 부딪히며 배우는 판사의 정의
‘미스 함무라비’ 속 박차오름은 서울중앙지법 민사 제 44부의 초임판사다.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하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당연시되던 불합리에 의문을 던진다. 취미이자 특기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 그래서 법원의 경직된 조직 문화 안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으며, 임바른(김명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긴장시킨다.
박차오름은 열정적이고 선한 인물이다. 아무도 남의 일이라고 나서지 않을 때 홀로 나서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우려 한다. 하지만 세상 일이 꼭 의도대로 되진 않는다. 자신도 모르는 새 윤지영(염지영)과 맹사성(이철민)에게 과중한 업무를 맡겼던 일이나 사채업자와 채무자의 분쟁에서 중립을 지키지 못했던 일, 홍은지(차수연)의 일을 도우려다 느낀 좌절 등. 박차오름은 열정과 선의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아프게 배운다.
하지만 박차오름은 한 번 좌절했다고 멈추지 않는다. 지난 5회 방송에서는 많은 선배 판사들 앞에 나서 “경쟁에 이기기 위한 욕망이나 낙오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누군가를 돕는다는 보람으로 일했으면 좋겠다. 사건을 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주 조금만 더 배려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한다. 이것은 용기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 용기가 변화를 만든다. 그렇기에 박차오름의 성장은 유쾌하고 먹먹하고 희망적이다. 시청자들이 박차오름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응원을 보내는 이유다.
(사진=KBS2 방송화면)
#. 박형식, ‘가짜’에서 ‘진짜’ 변호사로
‘슈츠’는 ‘가짜 변호사’ 고연우의 성장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고연우의 목표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다. 천재적인 기억력과 공감능력, 이처럼 변호사가 될 수 있는 능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녹록치 않았다. 현실에 치이며 살다 보니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은 말 그대로 ‘꿈’이었다. 그러던 중 최강석(장동건)을 만나면서 가짜지만 변호사로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변호사가 된 고연우는 사건과 정면으로 부딪혀가며 성장하고 있다. 최강석의 조언을 받으며 재판에 임해왔으나, 이제는 최강석에게 직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사건을 대할 때마다 자신의 강점은 발전시키고 부족한 점을 조금씩 채워간다. 변호사로서 냉철함을 갖춰가면서도 인간적이고 따뜻한 면을 놓치진 않는다.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법 조문을 완벽히 외울 뿐만 아니라 사건과 그 안의 사람을 보는 진짜 변호사로 자란 것이다.
고연우의 성장은 배우 박형식의 성장과도 닮아 있기에 더욱 공감도가 높다. 박형식은 매회 어려운 법률용어가 포함된 대사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법정 안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고연우의 모습을 캐릭터의 감정에 완벽히 녹아들어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선배 배우 장동건과의 연기 합에서도 밀리지 않고 텐션을 유지하는 연기 성장을 보여준다. 이렇듯 박형식의 호연에 힘입어 ‘슈츠’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수목극 왕좌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