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어’에선 아티스트와 기자 사이의 격식을 내려놓고 편안한 대화 분위기를 형성함으로써 진솔한 대화를 나눕니다. 형식은 반말 인터뷰입니다. -편집자주
[뷰어스=한수진 기자] 듀오 길구봉구가 ‘만났어’의 네 번째 주인공입니다.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어~' 길을 지나다 이 같은 멜로디를 한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2014년 발매돼 지난해 역주행한 이 곡은 길구봉구를 음원강자로 만들었습니다. 길구봉구는 멤버 길구와 봉구로 이뤄진 남성듀오입니다. 멤버들의 이름을 따서 팀명을 지었죠. 포털 프로필 상 길구봉구의 데뷔년도는 2013년입니다. 하지만 이 앨범 나오기 한참 전부터 팀을 결성했습니다. 데뷔를 코앞에 두고 늘 시기나 운이 따라주질 않았죠.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속담처럼 데뷔와 동시에 노래 하나만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길구봉구는 감성과 파워보컬이 모두 가능한 그룹입니다. 폭발적인 가창력부터 세심한 감정선까지 이들의 노래엔 강한 호소력과 공감이 있습니다. 그 결과 4년 전 발매한 노래가 아직까지 음원 실시간차트 100위권 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현재 ‘이 별’ ‘#결별’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어’까지 여러 곡들이 차트에 랭크돼 있습니다. 앨범 발매빈도가 잦진 않지만 일단 냈다하면 조용히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음원강자 길구봉구. 이들의 음악 인생에 함께 걸어가봤습니다.
길구봉구(사진=뷰어스 DB)
■ 길구봉구, 돌고 돌아 찾은 음악길
▲길구봉구는 어떤 노래를 하는 그룹이야?
“우리 팀은 보이는 외모완 다르게 감성적인 노래를 많이 부르는 팀이야. 사람들이 외모를 보고 힙합하는 팀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어(길구)”
▲팀명은 어떻게 해서 짓게 된거야?
“멋있는 이름을 지으려고 많이 생각도 해봤지. 처음 지은 게 길구&봉구였어. 그리고 쌍구 브라더스? 보이는 비주얼과 노래하는 게 다른 데 이름까지 그러면 좀 그럴 것 같았어. 그래서 주위 분들이 우리를 부를 때 길구봉구라고 많이 불러줘서 그냥 길구봉구로 지었어. 그런데 역시나 음악 하는 데 팀 이름이 길구봉구라고 하니까 좀 낯설게 보긴 하더라고. 그래도 우리 이름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 나름 돈 주고 작명가한테 부탁해서 만든 이름이기도 해(길구)”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게 된 거야?
“작곡가 이현승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 분이 처음에 우리 둘을 따로 알고 있다가 ‘너네 둘이 만나야 되는데’라면서 서로의 인상착의를 알려줬어. 그런데 어느 날 봉구가 삼성동 편의점 앞을 지나다 나를 보고 ‘어 저사람 누가 봐도 길구네’라면서 인사를 했어. 그렇게 만난 게 너무 신기해서 다음날 작곡가 형한테 전화해서 바로 만나서 팀을 결성했지. 그때가 12~13년 전이야(길구)”
▲팀 결성 후 데뷔하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어
“아이러니 했던 건 연습생으로 있어 본 적이 없어. 아예 정식으로 가수 계약을 하고 들어갔는데 세 번 정도 어그러졌어. 상황이 그렇게 되다 보니 길구 형이랑 ‘모르겠다’하고 군대를 갔지. 군대를 갔다 와서도 해외에서 활동을 하자고 했어. 왜냐하면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되면 ‘이 나라에선 안 되겠구나’ 한 거지. 연습생을 한 것도 아니고 가수 계약을 했음에도 세 군데서나 잘 이뤄지지 않다 보니까 한국에서 안 먹히나 보다 했어(봉구)”
“한국에서 안 먹히면 다른 데서도 안 먹힐 거라는 걸 이제야 알았어. 그래도 우리가 포기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거든.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하는 스타일이야. 당시에도 ‘좀 더 해보자’라는 생각을 했던 거지(길구)”
▲데뷔는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지금은 떠오르는 음원강자로 불리고 있잖아
“사실 음원강자까진 아니지. 진짜 음원 강자는 정말 많고. 우리는 조금씩 알아 가주고 있는 정도라고 생각해. 아직까진 ‘강자’ ‘대세’는 아닌 거 같아. 그렇게는 되고 싶지(봉구)”
“그래도 들어주는 분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아. 무대에 설 때마다 ‘같이 해요’라는 멘트를 한 지가 얼마 안됐어. 처음으로 같이 해줬을 때 너무 좋아서 영상으로 찍어놓기까지 했어. 정말 좋아서(길구)”
“마이크를 넘겼을 때 우리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게 생각보다 어렵고 힘든 일이거든. 그런데 그게 됐던 순간이 정말 잊히지 않지(봉구)”
“우리도 대중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분들의 공연을 갔을 때 ‘다같이 해요’라고 가수가 요청했는데 노래를 몰라서 못 부르면 좀 그렇고 미안하잖아. 그런데 그나마 우리의 노래를 따라 불러주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게 음원강자까진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조금은 들어주는구나’ 생각해(길구)”
▲멜론과 같은 음원차트만 봐도 상당수 곡들이 랭크돼 있잖아
“우린 그런 욕심이 없는 것 같아. 예를 들어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어’가 1년 이상 차트에 있었거든. 우린 그게 훨씬 좋았던 것 같아. 노래하는 가수 입장에선 시간이 지나도 들을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거든. 10년이 지나도 계속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할 수 있는 게 우리의 바람이야. 그런데 거기에 한 걸음 다가선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봉구)”
“그게 의미가 큰 것 같아. 하고 싶은 것에 대한 큰 의미기도 하고. 그런 게 쌓일수록 가수로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까 해서 정말 감사하면서 살고 있는 거지(길구)”
▲1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했는데 서로의 장단점이 뭐야?
“봉구는 보컬이 되게 안정적이야. 컨디션을 탈 때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안정적으로 노래를 해주니까 듀엣을 할 때 힘을 얻는 부분이 많아. 인간적으로 봤을 땐 솔직하고 꾸밈이 없는 편이야. 사람이 잘 보여. 제일 큰 장점은 잘 잊어버리는 거. 장점이자 단점이지. 중요한 때도 금방 잊어버리지. 워낙 잘 잊어버리니까 지갑을 나한테 자주 맡기거든. 그걸 모르고 그냥 갔다가 지갑 찾으러 다시 오기도 하고 그랬지(길구)”
“어머니가 스무 살 때 선물해준 반지가 있는데 그걸 길구 형이 한 여섯 번 찾아준 것 같아(봉구)”
“길구 형의 장점을 이야기하자면 가장 큰 건 아무리 좋은 사람이어도 분명 주변에 그 사람을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 그런데 길구 형을 싫어하는 지인이 한 명도 없어. 길구 형이 있으면 그 자리가 굉장히 밝아지고 활발해져. 길구 형이 아무 말 안하고 가만히 있어도 주위가 밝아져.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형이야. 단점은 아재라는 거? 길구 형의 아재 개그를 13년을 외면해 왔는데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아(봉구)”
“우리 둘의 장점이야. 나는 아재개그를 포기하지 않았고, 봉구는 안 듣는 걸 포기하지 않았지. 그래서 우리 팀이 오래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