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사진=세븐시즌스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산다는 건 누구나 원하지만 힘든 일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알아야 하고, 그것을 안다고 해서 그대로 실천하는 것도 어렵다. 또한 하고 싶지 않은 것도 해봐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 수도 있다.
가수 박경은 이러한 과정들을 거쳐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고 있다. 그는 그룹 블락비로, 솔로가수로서 자신의 색깔을 내보여왔다. 그리고 지금은 ‘지금의 박경’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현재에 집중하고자 한다. 그 시작의 결과는 최근 낸 싱글 ‘인스턴트’로 드러난다.
박경(사진=세븐시즌스 제공)
■ 꾸며내지 않은 변신이라 더 솔직하다
“오랜만에 낸 신곡이라 더 소중해요. 이렇게 또 앨범을 낼 수 있어서 기쁘고요. 최근 낸 곡들의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아서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거든요. 이번 앨범 이전까지는 차트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기도 했고요. 이번 곡은 반복되는 후렴구도 많이 없고 인상적인 구절을 일부러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았어요. 대중적인 타깃팅을 잡지 않은 거죠”
박경은 지난해 1월 첫 번째 미니앨범 ‘노트북’ 발매 이후 약 1년 5개월 만에 신곡 ‘인스턴트’을 냈다. 오랜만에 내는 곡인만큼, 또 깊은 고민을 거친 만큼 노래는 색다르다. 박경은 기존 들려줬던 아기자기한 느낌의 곡을 벗어나 스타일리시한 펑크 스타일을 들고 나왔다.
“외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내가 가야할 길을 확장하려고 하는 앨범이에요. 예전에 했던 음악이 귀엽고 발랄한 것들이었는데 언젠가 한계가 올 거라고 생각은 했거든요. 앞으로도 음악을 계속 하려면 폭을 넓히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박경(사진=세븐시즌스 제공)
‘인스턴트’는 박경이 휴대전화 메모장에 저장해둔 키워드 중 하나였다. 꼭 다뤄보고 싶은 주제였는데, 이번에 시도한 밴드음악과 스타일이 잘 맞을 것 같아 작업을 시작했다.
“빨리빨리 변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어요. 음악, 관계, 사랑... 가사에도 ‘고백을 해야 사귀는 건 줄 알았는데 답장 느리면 헤어지는 거라며 요샌’이라는 구절이 있어요. 모든 것이 빨라지면서 가벼워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다만 주제 자체가 자칫하면 ‘이건 잘못됐어,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어떻게 풀어 나갈지 어투를 고민했어요”
독특한 뮤직비디오도 박경의 아이디어로 이루어졌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벽의 위치가 계속해서 움직이는데, 스쳐 지나가는 것들의 정신없는 모습을 잘 표현한다. 박경은 이런 세트에 대해 “자미로 콰이 뮤직비디오에 이런 기법이 있는데, 한 번 시도해보고 싶어서 감독님과 상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노래를 통해 ‘박경이라는 가수가 사랑 노래만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사실 예전에 만들어놓고 발매하지 않은 곡들을 보면 여러 주제가 있는데, 낸 곡은 다 사랑노래였거든요. 제한적인 가수가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어요”
박경(사진=세븐시즌스 제공)
■ “하고 싶은 것을 해서 좋아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공들인 앨범이다. 마음가짐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앨범이기도 하고, 박경이라는 사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앨범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박경은 변신을 위한 용기를 낼 필요가 없었다고 거듭 말했다. 의도적으로 콘셉트를 잡은 게 아니라 ‘지금의 나’를 그저 보여주려고 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달콤한 노래를 냈을 때는 그것 또한 그때의 박경이 드러내고 싶었던 음악인 것이다.
“그때그때 하는 지금의 음악들을 좋아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용기를 내서 내 모습을 보여줘야지!’하는 게 아니라 내가 변한 거거든요. 감춰왔던 모습을 꺼낸 게 아니에요. 나이도 들고 경험을 하니 정신적으로 성숙해지잖아요. 그러다 보니 차트 성적 같은 것들도 많이 내려놓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게 답인지는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걸 했다는 게 좋아요”
박경의 마음가짐은 올해 초부터 달라졌다. 그 전까지 인생의 중심이 ‘일’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어떻게 시간을 활용하고 좋은 사람들과 보낼 수 있을지 신경 쓰게 됐다. 박경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를 ‘터닝포인트’라고 칭했다.
“이전 앨범이 잘 안돼서 내 책임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 시기에 이사도 가고 모든 게 다 겹쳤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터닝포인트가 됐죠. 예전에 유학할 때는 현지인 분들과 홈스테이를 하고, 그룹으로는 8년간 숙소생활을 하고, 혼자 산 시간이 거의 없었거든요. 군대 가기 전 20대일 때 혼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번 블락비 활동 끝나고 결심했죠. 혼자 사니까 좋아요. 소모적인 시간이 많이 없어지더라고요. 예를 들어 내가 자고 있을 때 멤버들이 퇴근하면 어쩔 수 없이 나는 소음들, 쉬는 날 멤버들하고 같이 있으니 자기 발전을 위한 것보다 놀고 떠들게 되는 것들...”
박경(사진=세븐시즌스 제공)
박경은 싱글라이프에 꽤 만족하고 있었다. 그는 현재 MBC ‘나 혼자 산다’의 회장인 전현무에게 방송에 출연하고 싶다고 장난조로 말을 건네긴 했는데, 시청자들이 정작 본인의 방송을 보면 ‘쟤 누구지?’라고 할 것 같다며 웃었다.
혼자 살면서 본인이 생각보다 깔끔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숙소에서 누군가가 집을 어지럽히면 그냥 ‘에라이’하고 같이 어지르는데, 혼자 사니 그 어지럽힌 부분이 전부 본인 책임이라는 거다. 이처럼 변화의 시기와 맞물린 환경들은 박경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고민이 많았는데 이번 앨범 작업하면서 많이 나아졌어요. 음악을 통해 해소됐다기보다 음악을 하면 몰두하게 되잖아요. 솔직히 힘들 때 음악작업 손대기 싫죠. (웃음) 작업이 잘 안 풀린다 싶으면 바로 손을 놓는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힘든 것들이 무뎌지기를 기다리는 편인 것 같아요”
솔직한 박경이었다. 그는 “힘들면 다 하기 싫은 건 똑같은 마음 아니냐”라면서 웃어보였다. 이 또한 자기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자세는 자신의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만들었다.
“스타일이 확고한 게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딕션도 그렇고 발성도 특이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창법도 보컬도 아닌, 랩도 아닌 스타일이고.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곡마다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재즈, 보사노바, 밴드음악까지 여러 장르에 도전하려고 고민을 많이 해요. 감성적인 곡들도 하고 싶고요. 또 외부 작업을 많이 하면서 이것저것 배워보고도 싶어요. 걸그룹 노래 쓰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군대를 다녀온 이후에는 또 내 모습이 달라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