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희 기자] 길거리에만 나가도 최신 곡이 쉴 틈 없이 흘러나오고요, 음악 사이트도 일주일만 지나면 최신 앨범 리스트가 몇 페이지씩이나 됩니다. 이들 중 마음에 훅 들어오는 앨범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놓친 앨범은 다시 보고, ‘찜’한 앨범은 한 번 더 되새기는 선택형 플레이리스트가 여기 있습니다. -편집자주
2018년 7월 둘째 주(7월 2일 월요일~7월 8일 일요일)의 앨범은 에이핑크, 멜로망스, 우효, 안녕의 온도, 슈가볼 입니다.
■ 에이핑크 미니 ‘One & Six’ | 2018.7.2.
에이핑크가 그간 변화를 시도해왔다고 하지만 여전히 청순과 상큼한 이미지에 머물러 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데뷔 7주년을 맞은 지금은 그 언저리를 완전히 벗어났다. 언제나 화사했던 앨범 커버가 이번에는 톤 다운된 버건디 컬러인 것처럼 말이다. 타이틀곡 ‘1도 없어’는 신나는 댄스곡이지만 전반적으로 마이너한 분위기가 깔려 있다. 노래는 다소 터프한 허밍으로 시작돼 계속해서 밝은 에이핑크의 분위기를 확 반전시킨다. 다만 아쉬운 점은 노래가 뚝뚝 끊기는 느낌. 파트와 파트가 만나 자연스러운 흐름을 형성해야 하는데 너무 힘을 줘 오히려 딱딱한 느낌을 준다. 후렴구의 반복되는 킬링파트를 제외하고서는 별 다른 특징이 없는 것도 에이핑크의 고질적인 아쉬운 점이다. 그래도 타이틀곡의 빈틈을 보완하는 질 높은 수록곡이 실린 것 또한 여전하다. 변화의 용기와 이를 뒷받침해주는 수록곡의 조화가 괜찮다.
■ 멜로망스 미니 ‘The Fairy Tale’ | 2018.7.3.
멜로망스의 진짜 매력은 김민석의 울림 가득한 목소리, 그리고 정동환의 섬세한 연주가 만났을 때 나오는 특유의 공간감이다. ‘더 페어리 테일(The Fairy Tale)’은 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타이틀곡 ‘동화’는 앨범 제목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기분 좋은 설렘을 준다. 익숙한 팝 사운드로 시작되는 노래는 점점 멜로망스만의 분위기로 전환돼 몰입감 또한 좋다. 마찬가지로 이를 둘러싼 공기 역시 트랙도 흘러갈수록 점점 깊어진다. 연주곡 ‘페이션스(Patience)’는 신비롭고 평온한 동화의 느낌을 절정으로 살리는 신의 한 수.
■ 우효 싱글 ‘Papercut’ | 2018.7.4.
‘페이퍼컷(Papercut)’ 앨범 커버를 처음 보면 새살이 돋아나게 만들어 준다는 약이 떠오른다. 살색 배경에 삼각형이 그려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베인 상처다. 노래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다루고 있다. 후렴구의 차갑고 날카로운 신스 사운드는 날카로운 무언가에 스친 느낌을 잘 표현한다. 여기에 우효의 무덤덤한 창법이 더해져 미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더 나아가 노래는 타인이 내게 준 상처를 종이에 베인 것쯤으로 여겨 깨끗이 낫게 되는 순간도 담았다. 이는 우울하거나 처지는 노래가 아닌 지점에서 알 수 있다. 빠른 템포의 멜로디는 힘차고 굳건한 의지를 지닌 노래를 보여준다.
■ 안녕의 온도 싱글 ‘내 맘이 바다야’ | 2018.7.5.
때로는 유리알처럼 맑은 때로는 처절하게 깊은 감성을 선보이는 안녕의 온도가 조금은 가벼워졌다. 심플한 멜로디야 이들의 개성 중 하나였기 때문에 여전하고, 음 하나하나가 풍기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밝은 분위기의 ‘내 맘이 바다야’는 그 어떤 곡보다 대중적이다. 이전 곡들의 보컬과 연주가 얇은 선 같았다면, 이번 곡은 보컬과 연주가 지닌 두께가 비등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번 보컬을 맡은 멤버 이소월의 역할은 중요하다. 조금은 뭉툭하게 다가오는 동시에 안녕의 온도의 무드는 풍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객원보컬을 기용하지 않은 건 변화의 반동을 줄이기 위한 대처로도 보인다.
■ 슈가볼 싱글 ‘좋아져’ | 2018.7.6.
슈가볼의 노래를 떠올리면 공통적으로 생각나는 곡 구성이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점이 독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최근의 슈가볼은 자가복제에 가까울 정도로 안정적인 노선을 추구했다. 노래들이 슈가볼의 것으로 들리긴 하지만 인상 깊은 임팩트는 부족했다. 그의 노선이 밋밋해져가던 찰나, 이번 신곡 ‘좋아져’는 생기를 불어 넣었다. ‘좋아져’는 기존 슈가볼이 지닌 코드와 톤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흐름을 오랜만에 깼다는 점에서 즐겁다. 기존 곡‘ 하우 워즈 유어 데이(How was your day)’에서 받았던 느낌과 비슷하다. 그때만큼의 신선함은 아니긴 하지만, 어느 정도 다시 슈가볼의 기분 좋은 달콤함에 빠질 수 있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