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미스 함무라비'로 첫 주연작을 마친 김명수(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뷰어스=손예지 기자] 배우 김명수와의 만남, 시작부터 유쾌했다. JTBC ‘미스 함무라비’(극본 문유석, 연출 곽정환) 종영 기념 라운드 인터뷰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종영 소감부터 말해볼까요?” 먼저 나서준 김명수 덕분에 웃음이 터졌다.
“‘미스 함무라비’가 끝이 났습니다. 임바른을 사랑해주신 시청자들에게 고맙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다음 작품에는 좀 더 성장한 모습으로 찾아뵐게요”
당차고 똑부러진 말투가 ‘미스 함무라비’ 속 엘리트 판사 임바른과 꼭닮았다. 극 중 김명수가 연기한 바른은 서울중앙지법 민사44부 우배석판사다. 넉넉지 못한 환경에도 올곧게 자라 판사가 됐다. ‘민폐’를 싫어하는 철저한 개인주의자 캐릭터다.
“캐스팅 미팅에서 PD님과 작가님이 ‘현실의 임바른이 여기 있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웃음) 나 역시 사고방식이나 말하는 것, 원칙을 지키는 것이 바른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고요. 차이점은 겪어본 것들? 물론 나도 살아오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미스 함무라비’를 시작했던 반년 전과 지금이 또 다르거든요. 극 중 바른이가 자신과는 정반대인 박차오름을 만나서 달라진 것처럼요. 지금의 나는 변화한 바른이와 비슷한 것 같네요”
김명수는 자신이 만든 바른이란 인물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랫동안 공들여 만든 캐릭터여서다. 게다가 ‘미스 함무라비’가 방송 시작 전 90% 정도 촬영을 마친 상태였기에 연기하며 외부 요인으로 흔들린 적도 없었다고. 평소 자신에 관한 댓글을 일일이 읽어본다는 김명수에게는 중요한 변화였다.
김명수는 '미스 함무라비'를 위해 법원 답사도 했다.(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미스 함무라비’는 처음 만든 캐릭터를 쭉 가져갈 수 있었어요. 연기에 대한 피드백이나 시청률의 영향을 받지 않아도 되니까요. 드라마의 1, 2회는 적응 기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캐릭터를 소개해주는 회차니까요. 그런데 이때 내 생각과 시청자 반응이 다르면 캐릭터가 틀어져 버릴 수 있더라고요”
제작진과 대본리딩을 거듭하고 법원 답사도 했다. 배석 판사실에 찾아가 실제 판사들의 일하는 모습도 지켜봤다. ‘미스 함무라비’의 작가이자 현직 부장판사인 문유석 판사의 공판을 방청한 적도 있단다. 철저한 준비 덕분일까. ‘미스 함무라비’는 첫 방송부터 ‘김명수=임바른’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회를 거듭할수록 김명수가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극찬도 잇따랐다. 김명수는 이에 대해 “캐릭터 소화를 잘 했을 때 듣는 말이지 않냐”며 감격했다. 앞으로도 ‘인생 캐릭터’를 경신해나가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그러나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다소 짰다.
“1, 2회는 거의 바른이가 이끌었고 후반부로 갈수록 대사량도 많아져서 그런지 발음이 아쉬웠습니다. 감정 표현이 미숙하다고 느껴지는 장면도 있었고요. (모니터할 때) 장점보다 단점을 보려고 해요. 단점에 무뎌지거나 미화하지 않으려고요. 그럼 내 연기에 한계가 생기잖아요. ‘미스 함무라비’에서 발견한 단점을 고쳐 다음 작품에서는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해 더욱 특별한 경험이 됐다. 극 중 부장판사 한세상 역의 성동일은 두말할 것 없고, 박차오름 역의 고아라와 정보왕 역의 류덕환 역시 아역부터 경험을 쌓은 연기자들이다. 김명수는 성동일과 류덕환에게 애드리브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극 중 든든한 동료이자 짝사랑의 대상이었던 고아라에게는 ‘미스 함무라비’ 촬영장의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해준 것에 고마움을 표했다.
“(고아라와) 15회가 되어서야 그 흔한 뽀뽀를 했죠(웃음) 원작 소설에도 로맨스가 없어요. 드라마에서도 미묘한 감정을 그리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로맨스 서사가 좋았어요. 임바른이 짝사랑하던 고등학생을 우배석-좌배석 판사로 재회한다거나 성격이 바뀐 차오름에 놀랐다가 변화하는 모습에 다시 반하고, 고백했다가 차인 뒤에 서로를 쿨하게 대하는 과정… 다만 시청자 반응을 보니까 ‘로맨스를 조금 더 넣었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뽀뽀 장면이 담긴 15회 예고 영상이 조회수가 잘 나오더라고요. 하하”
연기든 음악이든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는 김명수(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 배우 김명수가 인피니트 엘을 이기는 날까지…
김명수는 ‘연기돌’이다. 연기하는 아이돌을 이르는 말이다. 요즘은 아이돌이 연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김명수가 인피니트 멤버 엘로 데뷔한 2010년에는 ‘연기돌’을 향한 시선이 차가웠다. 2012년 tvN ‘닥치고 꽃미남밴드’로 본격적인 연기 겸엄을 시작한 김명수 역시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었다.
“‘닥치고 꽃미남밴드’ 때는 앨범 활동, 연말 시상식 무대, 콘서트 준비까지 병행해야 했어요.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죠. 그러니까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수준에 못 미치는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미스 함무라비’는 온전히 촬영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인피니트의 리더 성규가 입대했다. 남은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개인 활동에 집중하게 됐다. 김명수도 하반기 솔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차기작도 알아보고 있단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김명수가 이것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설명이다. 특별히 원하는 장르가 있냐고 물었다.
“음악은 에드 시런 스타일을 좋아해요. 기타 리프가 사용된 세련된 노래요. 배우로서는, 예전과 달라졌어요. 특정 캐릭터나 장르 등 구체적으로 바라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사극도 해보고 법정물도 해보니 다음 작품에 또 같은 장르를 해도 좋을 것 같아요. 멜로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만 있다면 어떤 장르이든 가능성이 열려있어요. 지금은 나에게 잘 맞는 장르를 찾아가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김명수는 스스로 ‘계획적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스무 살 무렵부터 머릿속에 늘 미래 계획을 짜왔다고 했다. 지금은 남은 2018년을 어떻게 보낼지 정도만 생각해뒀다. 더 나중에 다가올 미래에는 계획보다 목표를 세웠다. “가수 엘의 영역은 어느 정도 구축됐으니 이제 연기자 김명수를 키우고 싶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김명수가 엘을 이길 때까지”라며 “나에게 두 이름이 공존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데뷔 9년 차 아이돌로 이룬 성과에 대한 자신감과 배우로서 앞으로 더 성장하리라는 자기 확신이 있기에 가능한 다짐이다.
김명수의 원동력은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의 기대"다.(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나는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해요. 앨범을 내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려는 이유에요. 나는 원래 재능이 없었던 사람이에요. 그래서 더 노력했습니다. 아마 그걸 지켜보는 맛이 있을 거예요. ‘랜선맘’의 입장으로요(웃음)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했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과 카타르시스가 좋아요. 무엇보다 그냥, 이 일이 재밌어요”
배우 김명수와 가수 엘 사이에서 인간 김명수의 삶은 어땠을까? 김명수는 “그래서 요즘 주제가 힐링”이라고 운을 뗐다. 데뷔 9년 차인데 한 번도 제대로 쉰 적이 없다는 것. 생각이 많다 보니 노는 게 힘들었단다. 김명수는 “최근에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성수기였다. 티켓도 없고 굉장히 비싸다. 어떻게 하지 생각하다 방향을 바꿨다. 실은 인피니트 투어로 해외는 많이 가봤다. 북미나 멕시코·칠레·브라질·두바이 등. 그런데 정작 국내를 한 번도 못 가봤다”면서 “혼자 국내를 돌아다니며 힐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친 거냐고요? 아니요. 사실 좀 더 달릴 수 있긴 해요. 그런데 지금 쉬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아무리 잘 돌아가는 기계도 열이 오르면 과부하 걸려서 퍼지게 마련이잖아요. 사람도 쉴 수 있을 때 쉬어야, 더 열심히 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휴식 대신 김명수가 즐기는 ‘소확행’은 음악 듣기, 청소하기, 맛있는 음식 먹기, 사진 촬영이다. 그중에서 사진 촬영을 즐기는 이유는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순간,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구도와 피사체만 보는 게 재미있다. 다른 생각을 안 해도 되니 스트레스도 풀린다”는 것. 아직 아마추어라 인물과 풍경 가릴 것 없이 찍는다는 그는 조만간 사진전 개최와 화보집 출간도 예정하고 있다고.
김명수는 올해 스물일곱이다. 벌써부터 빼곡하게 들어찬 2018년 남은 일정을 소화하고 나면 금세 스물여덟이다. 열아홉 살에 데뷔해 20대 후반이 될 때까지 쉼 없이 달린 그다. 지난 시간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지난 20대 초중반을 돌아보면 후회는 없지만 아쉬움은 남아요. 성숙하지 못했던 데 대해서요. 하지만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었어요. 스물일곱 살 김명수도, 앞으로의 김명수도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자연스럽게 나아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