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미스 함무라비' 이도연 역의 배우 이엘리야(사진=킹콩by스타쉽)   [뷰어스=손예지 기자] “어쩜 그리 뻔하게 남을 단정하고, 혼자 용서까지 하고 앉았는지” JTB ‘미스 함무라비’(연출 곽정환, 극본 문유석)에서 서울중앙지법 속기실무관 이도연은 정보왕 판사가 자신의 사생활을 오해한 데 사과하자 이렇게 말한다. 극 중 이도연은 업무 능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물이다. 그러나 예쁜 외모와 고급 차를 몰고 다니며, 법원 동료들에게 제 속을 쉽게 터놓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기어린 시선을 받기도 한다. ‘있는 집 딸도 아닌 것 같은데, 젊은 여자가 좋은 차를 몰고 다니니 술집 여자이거나 돈 많은 영감의 첩이 아니겠냐’는 소문까지 돈다. 이도연을 연기한 배우 이엘리야는 캐릭터의 상황과 심정에 깊이 공감했다. 2013년 데뷔해 어느새 데뷔 6년 차. 도회적인 외모와 이로 인한 이미지 때문에 선한 역할보다 악녀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던 이엘리야다. 필모그래피가 쌓일수록 그를 둘러싼 선입견의 벽도 견고해진 듯했다. “극 중 도연이의 대사가 꼭 나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습니다” 운을 뗀 이엘리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오는 길에 자신의 인터뷰 기사를 봤단다. 연애 관련 질문에 “‘집순이’라서 데뷔하고 연애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답했는데 “거짓말 하지 말라”는 댓글이 달렸다.  “나는 언제나 솔직히 이야기하거든요. 데뷔 후 연애한 적, 진짜 없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소중한 거니까, 만약 했다면 숨기지 않았을 거예요. 물론 상대를 밝힐 수는 없겠지만요. 내가 아무리 솔직하게 말해도 누군가는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죠. 결국, 나의 생각·가치관을 말로 설명하기보다 연기로 보여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요” 이엘리야는 자신을 향한 선입견에 해명하기보다 "연기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사진=킹콩by스타쉽)   ‘미스 함무라비’는 이엘리야에 대한 편견을 깨는 첫 번째 계기가 되어줬다. 일도 잘하면서 할 말도 하고 사는 이도연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해 호평을 들었다. 특히 이엘리야의 ‘걸크러시’에 푹 빠진 여성 시청자들이 많다. 이에 대해 이엘리야는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역할을 해본 게 오랜만”이라며 활짝 웃었다. “악역은 안 좋은 소리를 듣기 마련이잖아요. 캐릭터를 넘어 배우를 향해 욕을 하거나 함부로 얘기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래서 댓글이나 시청자 반응을 잘 보지 않게 됐는데, ‘미스 함무라비’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내가 뭐라고 나를 이렇게 예뻐해주고 좋아해주실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너무 고마운 일이잖아요. 언제나 좋은 연기,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원동력을 외부의 반응에서 찾아본 적이 없었거든요. 이번에 처음 느껴봤어요. 20대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도연이를 만나고, 이런 반응을 얻게 돼 더 특별한 것 같습니다” 촬영현장에서도 외롭지 않았단다. 이엘리야는 더 분명한 표현을 위해 쉬는 시간에도 캐릭터에 몰입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이 때문에 악역을 연기할 때는 동료 배우들과 거리도 둬야했다. 하지만 ‘미스 함무라비’는 달랐다. “법원에서 도연이는 완벽하게 자기 일에 몰두하는 여자예요.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니 환히 웃지도 않고요. 이 때문에 나 역시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했어요. 대신 도연이가 법원을 나서면 보왕(류덕환)이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잖아요. 실제로도 (류)덕환 오빠와 연기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서로 칭찬도 해주면서 훈훈한 분위기에서 촬영했습니다. 다른 캐릭터를 마음껏 좋아해도 되는 현장이라 외롭지 않았어요!” 극 중 이도연이 보좌하는 민사44부 부장판사 한세상은 ‘즉흥연기의 대가’ 성동일이 연기했다. 차분하고 절제된 이도연과는 상극의 캐릭터라 둘이 마주하는 장면에서 훨씬 입체적인 장면이 만들어졌다고.  “도연이는 한세상 부장님 앞에서도 당당한 인물이에요. 부장님을 존경하지만 어색해하거나 불편해하지는 않죠. 이런 점을 살리기 위해 나의 마음가짐이 중요했어요. 현장에서 선배님을 ‘내가 좋아하고 모시는 부장판사님’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선배님이 애드리브를 하셔도 ‘부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구나’ 했어요. 덕분에 부장님과 나의 장면이 더 입체적으로 그려질 수 있었고요. 재밌었습니다. 선배님의 내공에 다시 한번 감탄하고 고마움을 느꼈어요” 이엘리야는 캐릭터에 실제 자신의 성격을 반영해준 문유석 작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사진=킹콩by스타쉽)   이도연은 ‘미스 함무라비’의 원작 소설에는 나오지 않는 캐릭터다. 원작자이자 현직 부장판사인 문유석 작가가 드라마를 위해 새로 만들었다. 이엘리야는 문 작가에 대해 “나에게 (캐릭터로서) 무엇을 요구하거나 강조하시지 않았다. 오히려 내 얘기를 많이 들어주셨다”고 고마워 했다. 특히 이도연이 책을 좋아한다는 설정도 이엘리야 본인을 닮았다는 것. 평소 독서를 즐긴다는 이엘리야는 “나이 들수록 직장인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혼자 책읽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부터 OCN ‘작은 신의 아이들’과 ‘미스 함무라비’를 같이 촬영한 탓에 체력적으로 지친 상태였어요. 촬영이 끝난 뒤로는 쉬면서 평소 좋아하는 일들을 했습니다. 산책하며 햇빛 쬐고 책을 읽었죠. 최근에는 ‘논어’를 읽기 시작했어요. 서른이 되기 전에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논어’는 사람이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한 고전이잖아요. ‘미스 함무라비’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와도 통합니다. 다시 읽으면서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진리, 보편적인 ‘옳음’에 대해 한번 더 되짚어보게 됐어요” 이엘리야는 이도연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만의 글을 쓰고 싶다는 꿈도 가졌다. 평소 메모하는 습관이 있고 시나 가사를 쓴 적도 있단다. 무엇보다 20살 때부터 거의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지금까지 쓴 일기만 여덟 권이 된다며 종종 읽어본다고도 했다. “배우는 나와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직업이잖아요. 정신없이 일하다보면 정작 나 자신을 놓치는 경우가 있어요.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잃는 순간이 오는데, 그럴 때 일기를 다시 봐요. 예전의 내가 문제를 바라보던 시각이나 어려움을 이겨낸 과정, 중요하게 여긴 가치 등이 일기에 담겨있으니까요. 다시 읽으면서 오늘의 나를 만든 게 지금까지 살아온 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거죠” 6년 차 배우 이엘리야 "데뷔 당시의 간절함을 생생히 기억한다"고 했다(사진=킹콩by스타쉽)   데뷔 6년차, “벌써?”라는 생각이 든다는 이엘리야다. 그는 데뷔 당시의 불안함과 치열함, 간절함 같은 것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후 줄곧 치열하게 살았고 고민하며 연기했다. 이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도 터득했고, 나름의 아이덴티티도 찾았다고 자부했다. “점점 나를 믿게 되는 것 같아 나이 드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웃었다. “‘미스 함무라비’의 곽정환 PD님과는 데뷔작 ‘빠스껫 볼’을 함께했어요. 그때와 지금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PD님이 도연이라는 캐릭터를 구축함에 있어서 나를 좀 더 믿어주시더라고요. 이전에는 일일이 디렉션을 주면서 나에게서 무언가를 이끌어내주시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에는 내 의견을 존중해주신 거죠. 정말 알게 모르게 성장했나봐요. 특히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데요. 내가 맡은 캐릭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열심히 고민 많이 했구나 느껴진달까요. 스스로 토닥토닥해줘야겠네요” 서울예술대학에 수석입학했다는 이엘리야는 실기수업보다 이론수업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미학·연극사 등 연기라는 예술이 무엇인지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수업을 주로 들었다. “그래서 처음 ‘빠스껫 볼’을 찍으러 갔을 때 부끄러웠다”고 했다. “현장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게다가 예대 출신이라고 하며 기대치가 있잖나”라며 “이제는 어디가서 학교 얘기를 못 하겠다”고 너스레 떨었다. 이엘리야가 예술분야에 발 들인 시작은 음악이었다. 성악과 발레 등을 배웠고, 대학도 음악의 매력에 이끌려 뮤지컬을 전공했다. 최근에는 MBC ‘복면가왕’에 출연해 가창력을 뽐낸 바 있다. 이엘리야는 JTBC ‘비긴어게인’에도 출연하고 싶다면서 “진심 담은 노래로 문화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너무 감동적이다. 다음 시즌이 만들어진다면, 장소가 어디든 출연자가 누구든 상관없이 함께하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음악장비 들고 다니는 역할이어도 좋다”고 말하는 얼굴에서 진심이 읽혔다. “음악에 대한 욕심은 아직도 있어요. 드라마 데뷔 전인 2012년, 뮤지컬 ‘영웅’ 앙상블로 무대에 오른 적도 있어요. 가장 하고픈 역할은 ‘지킬 앤 하이드’의 루시입니다. 실은 얼마 전에 오디션 공고가 떴더라고요. 지원하고 싶어서 오랜만에 넘버를 불러봤는데 너무 힘들어서요(웃음) 연습을 더 한 다음 언젠가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엘리야의 도전은 계속될 거예요”

[마주보기] 우리가 몰랐던 이엘리야

손예지 기자 승인 2018.07.25 13:48 | 최종 수정 2137.02.15 00:00 의견 0
JTBC '미스 함무라비' 이도연 역의 배우 이엘리야(사진=킹콩by스타쉽)
JTBC '미스 함무라비' 이도연 역의 배우 이엘리야(사진=킹콩by스타쉽)

 

[뷰어스=손예지 기자] “어쩜 그리 뻔하게 남을 단정하고, 혼자 용서까지 하고 앉았는지”

JTB ‘미스 함무라비’(연출 곽정환, 극본 문유석)에서 서울중앙지법 속기실무관 이도연은 정보왕 판사가 자신의 사생활을 오해한 데 사과하자 이렇게 말한다. 극 중 이도연은 업무 능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물이다. 그러나 예쁜 외모와 고급 차를 몰고 다니며, 법원 동료들에게 제 속을 쉽게 터놓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기어린 시선을 받기도 한다. ‘있는 집 딸도 아닌 것 같은데, 젊은 여자가 좋은 차를 몰고 다니니 술집 여자이거나 돈 많은 영감의 첩이 아니겠냐’는 소문까지 돈다.

이도연을 연기한 배우 이엘리야는 캐릭터의 상황과 심정에 깊이 공감했다. 2013년 데뷔해 어느새 데뷔 6년 차. 도회적인 외모와 이로 인한 이미지 때문에 선한 역할보다 악녀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던 이엘리야다. 필모그래피가 쌓일수록 그를 둘러싼 선입견의 벽도 견고해진 듯했다.

“극 중 도연이의 대사가 꼭 나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습니다” 운을 뗀 이엘리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오는 길에 자신의 인터뷰 기사를 봤단다. 연애 관련 질문에 “‘집순이’라서 데뷔하고 연애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답했는데 “거짓말 하지 말라”는 댓글이 달렸다. 

“나는 언제나 솔직히 이야기하거든요. 데뷔 후 연애한 적, 진짜 없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소중한 거니까, 만약 했다면 숨기지 않았을 거예요. 물론 상대를 밝힐 수는 없겠지만요. 내가 아무리 솔직하게 말해도 누군가는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죠. 결국, 나의 생각·가치관을 말로 설명하기보다 연기로 보여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요”

이엘리야는 자신을 향한 선입견에 해명하기보다 "연기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사진=킹콩by스타쉽)
이엘리야는 자신을 향한 선입견에 해명하기보다 "연기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사진=킹콩by스타쉽)

 

‘미스 함무라비’는 이엘리야에 대한 편견을 깨는 첫 번째 계기가 되어줬다. 일도 잘하면서 할 말도 하고 사는 이도연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해 호평을 들었다. 특히 이엘리야의 ‘걸크러시’에 푹 빠진 여성 시청자들이 많다. 이에 대해 이엘리야는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역할을 해본 게 오랜만”이라며 활짝 웃었다.

“악역은 안 좋은 소리를 듣기 마련이잖아요. 캐릭터를 넘어 배우를 향해 욕을 하거나 함부로 얘기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래서 댓글이나 시청자 반응을 잘 보지 않게 됐는데, ‘미스 함무라비’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내가 뭐라고 나를 이렇게 예뻐해주고 좋아해주실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너무 고마운 일이잖아요. 언제나 좋은 연기,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원동력을 외부의 반응에서 찾아본 적이 없었거든요. 이번에 처음 느껴봤어요. 20대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도연이를 만나고, 이런 반응을 얻게 돼 더 특별한 것 같습니다”

촬영현장에서도 외롭지 않았단다. 이엘리야는 더 분명한 표현을 위해 쉬는 시간에도 캐릭터에 몰입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이 때문에 악역을 연기할 때는 동료 배우들과 거리도 둬야했다. 하지만 ‘미스 함무라비’는 달랐다.

“법원에서 도연이는 완벽하게 자기 일에 몰두하는 여자예요.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니 환히 웃지도 않고요. 이 때문에 나 역시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했어요. 대신 도연이가 법원을 나서면 보왕(류덕환)이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잖아요. 실제로도 (류)덕환 오빠와 연기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서로 칭찬도 해주면서 훈훈한 분위기에서 촬영했습니다. 다른 캐릭터를 마음껏 좋아해도 되는 현장이라 외롭지 않았어요!”

극 중 이도연이 보좌하는 민사44부 부장판사 한세상은 ‘즉흥연기의 대가’ 성동일이 연기했다. 차분하고 절제된 이도연과는 상극의 캐릭터라 둘이 마주하는 장면에서 훨씬 입체적인 장면이 만들어졌다고. 

“도연이는 한세상 부장님 앞에서도 당당한 인물이에요. 부장님을 존경하지만 어색해하거나 불편해하지는 않죠. 이런 점을 살리기 위해 나의 마음가짐이 중요했어요. 현장에서 선배님을 ‘내가 좋아하고 모시는 부장판사님’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선배님이 애드리브를 하셔도 ‘부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구나’ 했어요. 덕분에 부장님과 나의 장면이 더 입체적으로 그려질 수 있었고요. 재밌었습니다. 선배님의 내공에 다시 한번 감탄하고 고마움을 느꼈어요”

이엘리야는 캐릭터에 실제 자신의 성격을 반영해준 문유석 작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사진=킹콩by스타쉽)
이엘리야는 캐릭터에 실제 자신의 성격을 반영해준 문유석 작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사진=킹콩by스타쉽)

 

이도연은 ‘미스 함무라비’의 원작 소설에는 나오지 않는 캐릭터다. 원작자이자 현직 부장판사인 문유석 작가가 드라마를 위해 새로 만들었다. 이엘리야는 문 작가에 대해 “나에게 (캐릭터로서) 무엇을 요구하거나 강조하시지 않았다. 오히려 내 얘기를 많이 들어주셨다”고 고마워 했다. 특히 이도연이 책을 좋아한다는 설정도 이엘리야 본인을 닮았다는 것. 평소 독서를 즐긴다는 이엘리야는 “나이 들수록 직장인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혼자 책읽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부터 OCN ‘작은 신의 아이들’과 ‘미스 함무라비’를 같이 촬영한 탓에 체력적으로 지친 상태였어요. 촬영이 끝난 뒤로는 쉬면서 평소 좋아하는 일들을 했습니다. 산책하며 햇빛 쬐고 책을 읽었죠. 최근에는 ‘논어’를 읽기 시작했어요. 서른이 되기 전에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논어’는 사람이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한 고전이잖아요. ‘미스 함무라비’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와도 통합니다. 다시 읽으면서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진리, 보편적인 ‘옳음’에 대해 한번 더 되짚어보게 됐어요”

이엘리야는 이도연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만의 글을 쓰고 싶다는 꿈도 가졌다. 평소 메모하는 습관이 있고 시나 가사를 쓴 적도 있단다. 무엇보다 20살 때부터 거의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지금까지 쓴 일기만 여덟 권이 된다며 종종 읽어본다고도 했다.

“배우는 나와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직업이잖아요. 정신없이 일하다보면 정작 나 자신을 놓치는 경우가 있어요.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잃는 순간이 오는데, 그럴 때 일기를 다시 봐요. 예전의 내가 문제를 바라보던 시각이나 어려움을 이겨낸 과정, 중요하게 여긴 가치 등이 일기에 담겨있으니까요. 다시 읽으면서 오늘의 나를 만든 게 지금까지 살아온 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거죠”

6년 차 배우 이엘리야 "데뷔 당시의 간절함을 생생히 기억한다"고 했다(사진=킹콩by스타쉽)
6년 차 배우 이엘리야 "데뷔 당시의 간절함을 생생히 기억한다"고 했다(사진=킹콩by스타쉽)

 

데뷔 6년차, “벌써?”라는 생각이 든다는 이엘리야다. 그는 데뷔 당시의 불안함과 치열함, 간절함 같은 것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후 줄곧 치열하게 살았고 고민하며 연기했다. 이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도 터득했고, 나름의 아이덴티티도 찾았다고 자부했다. “점점 나를 믿게 되는 것 같아 나이 드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웃었다.

“‘미스 함무라비’의 곽정환 PD님과는 데뷔작 ‘빠스껫 볼’을 함께했어요. 그때와 지금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PD님이 도연이라는 캐릭터를 구축함에 있어서 나를 좀 더 믿어주시더라고요. 이전에는 일일이 디렉션을 주면서 나에게서 무언가를 이끌어내주시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에는 내 의견을 존중해주신 거죠. 정말 알게 모르게 성장했나봐요. 특히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데요. 내가 맡은 캐릭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열심히 고민 많이 했구나 느껴진달까요. 스스로 토닥토닥해줘야겠네요”

서울예술대학에 수석입학했다는 이엘리야는 실기수업보다 이론수업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미학·연극사 등 연기라는 예술이 무엇인지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수업을 주로 들었다. “그래서 처음 ‘빠스껫 볼’을 찍으러 갔을 때 부끄러웠다”고 했다. “현장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게다가 예대 출신이라고 하며 기대치가 있잖나”라며 “이제는 어디가서 학교 얘기를 못 하겠다”고 너스레 떨었다.

이엘리야가 예술분야에 발 들인 시작은 음악이었다. 성악과 발레 등을 배웠고, 대학도 음악의 매력에 이끌려 뮤지컬을 전공했다. 최근에는 MBC ‘복면가왕’에 출연해 가창력을 뽐낸 바 있다. 이엘리야는 JTBC ‘비긴어게인’에도 출연하고 싶다면서 “진심 담은 노래로 문화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너무 감동적이다. 다음 시즌이 만들어진다면, 장소가 어디든 출연자가 누구든 상관없이 함께하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음악장비 들고 다니는 역할이어도 좋다”고 말하는 얼굴에서 진심이 읽혔다.

“음악에 대한 욕심은 아직도 있어요. 드라마 데뷔 전인 2012년, 뮤지컬 ‘영웅’ 앙상블로 무대에 오른 적도 있어요. 가장 하고픈 역할은 ‘지킬 앤 하이드’의 루시입니다. 실은 얼마 전에 오디션 공고가 떴더라고요. 지원하고 싶어서 오랜만에 넘버를 불러봤는데 너무 힘들어서요(웃음) 연습을 더 한 다음 언젠가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엘리야의 도전은 계속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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