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나무엑터스, sidusHQ, 젤리피쉬)
[뷰어스=손예지 기자] tvN ‘아는 와이프’(연출 이상엽, 극본 양희승)는 30대 직장인 차주혁(지성)이 아내 서우진(한지민)과의 결혼생활을 후회해 과거의 선택을 바꾸는 데서 출발한다. 이로 인해 달라진 2018년, 차주혁은 첫사랑 이혜원(강한나)과 결혼한 상태이지만 마냥 행복할 줄 알았던 이들의 현실도 녹록지만은 않다. 이렇듯 ‘아는 와이프’는 차주혁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기혼남녀의 일상과 직장인의 고충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비슷한 처지의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 가운데 우리 주위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캐릭터로 열연을 펼치며 ‘아는 와이프’의 현실감을 높이는 배우 셋을 꼽아봤다.
(사진=tvN 방송화면)
#이유진
‘아는 와이프’의 히든카드가 나타났다. 극 중 이혜원이 강사로 일하는 대학에 재학 중인 정현수다. 지난해 Mnet ‘프로듀스101 시즌2’에 도전해 주목받았던 배우 이유진이 연기한다. ‘아는 와이프’ 3회부터 등장한 현수는 방송 시작 전까지 철저히 베일에 가려졌다.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인물 관계도에도 나오지 않았을 정도다.
마침내 공개된 현수의 정체. 그는 주혁과 결혼한 혜원의 일상에 일탈을 선사할 인물로 보인다. 현수는 비오는 날 캠퍼스를 걷던 혜원의 우산에 다짜고짜 뛰어들며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다. 우산을 씌워준 보답의 의미로 밥을 사겠다고 약속하는 현수에 혜원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잘생기고 어린 연하남의 존재가 무료한 일상 속 신선한 자극이 되어준 것. 현수의 모습에 얼굴을 붉힌 것은 비단 혜원뿐만이 아니다. TV 밖 여성 시청자들 역시 설렘을 느낀 모양새다.
이유진은 경력 6년 차 배우다. 2013년 MBC ‘불의 여신 정이’로 데뷔했다. 1992년생으로 올해 27살이다. 외모에 비해 어린 얼굴로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 아역을 연기했다. 특히 올해 개봉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소지섭(우진 역)의 어린 시절을 맡아 주목받았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 주목할 만한 작품은 지난해 방영한 JTBC ‘청춘시대2’다. 극 중 자폐 성향이 있는 공대생 권호창 역을 맡았는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애초 호창은 다른 배우가 연기할 예정이었으나 방송 직전 바뀌었다. 기존 배우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 당시 최종 오디션까지 올랐다 탈락을 맛본 이유진이 기적처럼 기회를 얻었다. 이에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음에도 기대 이상의 연기력과 소화력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 가운데 이유진은 다재다능한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프로듀스101 시즌2’에 출연하며 랩과 댄스에 재능을 보였다. 평소 음악에 관심이 많고 네이키드(Nay_kid)라는 래퍼명으로 믹스테이프를 발표한 적도 있어 앞으로 이유진이 보여줄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사진=tvN 방송화면)
#박희본
박희본은 주인공 차주혁의 동생 주은을 맡았다. 3년 차 공시생으로 살다가 주혁이 과거를 바꾼 덕분에 노처녀에서 탈출한 인물이다. 2018년 현재, 주은은 주혁의 대학 동창 오상식(오의식)과 결혼한 상태다. 상식과는 실내포차를 운영하며 빠듯한 살림을 꾸리고 있다.
주은의 모습은 우리 사회 평범한 기혼 여성과 닮았다. 다이어트를 평생의 숙제로 여기며 사는 것부터 결혼을 계기로 공시 합격의 꿈을 접은 것도 그렇다. 무엇보다 생활 밀착형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박희본이 연기해 더욱 와닿는다. 박희본이 표현하는 주은은 꾸밈없고 소탈하다. 어떤 연기자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처지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스타일링으로 빈축을 사기도 한다. 가난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고가의 의상이나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식이다. 반면 박희본은 옷부터 머리모양까지 ‘무난함’ 그 자체다. 실제로 육아에 지친 여성 대다수는 옷을 고를 때도 예쁜 것보다는 활동성을 고려하고, 거추장스러운 긴 머리 대신 단발 머리를 선호한다. 박희본의 세심한 스타일링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올해 데뷔 19년 차에 접어든 박희본의 시작은 걸그룹 밀크의 리더였다. 현재 배우로 주가로 올리고 있는 서현진과 같은 그룹이었다. 밀크는 멤버의 무단 이탈과 활동 부진 등을 이유로 해체했다. 박희본은 2005년 MBC시트콤 ‘레인보우 로망스’를 시작으로 연기에 뛰어들었다. 이후 그는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다작 행보를 보였다. 그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히는 것은 2015년 방영한 tvN ‘풍선껌’이다. 박희본은 극 중 30대 치과의사 홍이슬을 맡았다. 이슬은 재벌집 막내딸로 할아버지와 오빠에게 사랑받고 자랐으나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어머니에게 홀대받는 캐릭터였다. 유독 여성에게 가혹한 우리사회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캐릭터라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고 이로 인해 연애까지 서툴게 된 이슬을 실감나게 연기한 박희본에 박수가 쏟아졌었다.
(사진=tvN)
#차학연
차학연이 연기하는 김환은 극 중 차주혁이 일하는 은행의 신입사원이다. 요즘 청년들이 제아무리 거침없다지만 김환의 베짱은 실로 대단하다.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도 당당하고 상사 앞에 제 의견을 표출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 자신감의 근원은 고학력·고스펙에 있다. 강남에 부친 소유의 빌딩이 수 채 있을 만큼 재력도 갖춰 은행원 자체에 큰 미련이 없는 인물이다.
마치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범상치 않은 신입사원’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하다. ‘신입사원은 무조건 상사에 복종해야 한다’는 편견을 깨부숴 통쾌함도 선사한다. 무엇보다 김환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배우 차학연을 다시 봤다. 차학연의 또 다른 이름은 엔. 보이그룹 빅스의 리더이자 맏형이다. 대중이 차학연이라는 이름에서 의젓하거나 믿음직스러운 면모를 떠올리는 이유다. 게다가 빅스 내 차학연의 포지션은 퍼포먼스 담당이다. 무대 위의 그는 독보적인 춤실력과 치명적인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아는 와이프’에서는 전혀 다르다. 기존의 이미지에서 완전히 탈피한 모양새다. 상사들의 핀잔에도 주눅들지 않고 맞서는 김환의 모습을 얄미우면서도 귀엽게 소화하는 덕분이다.
2012년 데뷔한 차학연이 연기에 처음 도전한 때는 2014년이다. 역할의 크기와 비중을 따지지 않고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차학연이다. MBC ‘호텔킹’(2014) SBS ‘떴다! 패밀리’(2015)에서는 조연을 맡아 감초 연기를 선보였다. 첫 주연에 나선 KBS ‘발칙하게 고고’(2015)부터 연기자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웹드라마 ‘투모로우 보이’ ‘얘네들 Money?!’에도 출연했다. 특히 지난해 활약이 괄목할 만했다. OCN ‘터널’과 KBS ‘완벽한 아내’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터널’에서는 극 중 주인공 박광호(최진혁)의 동명이인을 연기했다. 차학연이 맡은 광호는 살인사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찰로 이야기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첫 등장부터 미지의 인물과 추격전을 벌이는 모습으로 극의 긴장감을 한껏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 방영한 ‘완벽한 아내’에서도 예측불가 캐릭터 브라이언으로 시청자들에 반전을 선사한 바. 작품마다 키 플레이어 노릇을 톡톡히 하며 배우 차학연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