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희 기자] 길거리에만 나가도 최신 곡이 쉴 틈 없이 흘러나오고요, 음악 사이트도 일주일만 지나면 최신 앨범 리스트가 몇 페이지씩이나 됩니다. 이들 중 마음에 훅 들어오는 앨범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놓친 앨범은 다시 보고, ‘찜’한 앨범은 한 번 더 되새기는 선택형 플레이리스트가 여기 있습니다. -편집자주
2018년 8월 둘째 주(8월 6일 월요일~8월 12일 일요일)의 앨범은 레드벨벳, 장필순, 장희원, 폴킴, 훈스입니다.
■ 레드벨벳 미니 ‘서머 매직(Summer magic)’ | 2018.8.6.
레드벨벳이 지난해 ‘빨간 맛’으로 대중을 찾았다면, 이번에는 파란 맛이다. 처음 선보이는 컬러감의 이 앨범은 레드벨벳이 현명하게 초심 찾는 법을 몸소 보여준다. 타이틀곡 ‘파워 업(Power up)’은 8비트 게임 소스를 넣어 레트로한 분위기를 살린 곡이다. ‘빨간 맛’이 상큼한 과즙미를 뿜어냈다면 ‘파워 업’은 레드벨벳이 데뷔 초 보여준 ‘행복’과 ‘아이스크림 케이크’ 같은 개성을 풍긴다. 그러면서 최근 주로 보여준 유려하고 섬세한 파트가 번갈아가며 반복돼 마치 레드벨벳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을 선사한다. ‘빨간 맛’이 레드벨벳의 대중성을 확보했다면 ‘파워 업’은 레드벨벳의 핵심을 되찾고 전진한 느낌이다. 이는 앨범 전체적으로도 드러난다. ‘빨간 맛’이 실린 앨범 ‘더 레드 서머(The red summer)’보다 파워풀하고 비트감 넘치는 곡과 함께 서정성이 풍기는 곡들이 공존한다. 보통 ‘서머앨범’이라는 말을 붙이면 한 철 듣고 흘러가는 시즌앨범일 것이란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레드벨벳에게 여름앨범이란 시즌을 넘어 스스로를 증명하는 가치다.
■ 장필순 정규 ‘Soony Eight : 소길花’ | 2018.8.8.
장필순이 2015년부터 ‘소길1화’ ‘소길2화’ 같은 이름으로 낸 싱글에 신곡이 더해져 정규 8집 앨범이 됐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언제든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번 앨범 또한 마찬가지다. ‘수니 에잇: 소길화(Soony Eight : 소길花)’는 단숨에 장필순이 머물고 있는 제주도 소길리로 리스너를 데려간다. 구체적인 지명이 중요한 게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흘러가는 대로, 그러나 눈앞에 있는 풍경과 일어나는 일들을 느릿느릿하게 꼼꼼히 관찰하는 그런 일상이 그려진다. 단순히 몸만 휴가를 떠나는 게 아니라 마음을 비워내고 정신을 쉬게 만들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앨범이 큰 위로가 될 것이다.
■ 장희원 싱글 ‘여름땡’ | 2018.8.8.
장희원의 독특한 점은 지금까지 낸 앨범이 모두 여름에 발매됐다는 것. 사계절의 공기가 모두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지닌 장희원이기에 계절감을 따지는 건 별로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희원이 이번 여름에는 ‘여름땡’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장희원은 활기참을 강조하기 위해 업템포의 곡을 쓰지도, 트로피컬 사운드를 사용해 청량함을 앞세우지도 않는다. ‘여름땡’에서는 깔끔한 기타 소리와 그 자체만으로도 상큼한 장희원의 목소리가 느긋하게 흘러간다. 왠지 “가만히 있으면 안 더워”라는 어른들 말씀처럼, 조용하고 담백하게 흘러가서 더 시원함이 느껴진다. 제목과 가사도 마찬가지다. ‘얼음땡’의 ‘얼음’ 자리에 그 성질과 상반된 여름을 집어넣은 점도 신선하다. 노래에서 장희원은 ‘네가 살짝 스치면 여름이 풀린다’고 말한다. 얼음이 녹는 게 아니라 여름이 녹아내리면서 오히려 그 안에 있던 시원함이 바깥으로 드러나는 셈이다.
■ 폴킴 싱글 ‘휴가’ | 2018.8.9.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앨범 소개글 그대로 이 노래에는 그 어떤 말도 필요 없다. ‘휴가’는 그저 어디든 떠나자고, 걱정 따윈 하지 말자고 말한다. 사실 여름 노래에서 이런 가사는 신선한 편이 아니다. 하지만 폴킴은 이 지루한 내용을 뻔하지 않게 풀어냈다. 폴킴은 진한 감성의 발라드도, 감각적인 알앤비(R&B)도 모두 소화할 줄 아는 가수다. 그는 ‘휴가’의 도입부에 잔잔한 피아노 연주를 깔아 리스너들이 차분한 곡을 예상하도록 한다. 그러다가 이내 멜로디는 리드미컬해지며 반전을 취한다. 의욕 없이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가 모두 집어 던지고 드라이브를 하러 나가는 행동의 과정을 멜로디로 담아냈다. 이렇게 스토리텔링이 담긴 파트 진행은 노래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이렇게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휴가’를 듣는다면 가사에서 말하는 내용처럼 누구든 당장 뛰쳐나가고 싶을 듯하다.
■ 훈스 싱글 ‘단짠단짠’ | 2018.8.10.
생활밀착형 ‘썸’을 그리는 훈스가 이번에는 연애를 음식에 비유한 노래를 들고 왔다. ‘단짠단짠’은 막 사랑을 키우기 시작하는 연인과의 궁합을 ‘단짠’이라는 극강의 조합으로 비유한 곡이다. “치즈불닭 사이다/순대볶음 마카롱/부대찌개 아이스라떼”라며 자극적인 음식과 달콤한 디저트를 짝지어 나열해놓은 가사는 사실 좀 유치하다. 하지만 이를 ‘키치’하게 바꿔놓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곡 제목과 상반되는 이미지의 부드러운 창법과 아기자기한 건반의 구성이다. 곡 제목처럼 양극단에 있는 것들이 만나 중화가 되는 느낌. 달콤한 목소리로 음식 이름을 나열하는 게 귀엽고 웃기기도 하다. 일상에서 엿볼 수 있는 감정을 놓치지 않고 그려내는 훈스만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곡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