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세이온미디어·중휘미디어, KBS)
[뷰어스=노윤정 기자] MBC 월화극 ‘사생결단 로맨스’와 KBS2 수목극 ‘당신의 하우스헬퍼’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생결단 로맨스’는 지난 14일 방영한 15, 16회에서 각각 시청률 3.1%, 3.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 기준)를 기록했으며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16일 방영한 27, 28회에서 2.4%, 2.7% 시청률을 각각 보였다. ‘당신의 하우스헬퍼’의 경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경기와 맞물린 탓이긴 하나 시청률이 1%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각각 지상파 월화극과 수목극 시청률 최하위다. 심지어 종합편성채널 JTBC에서 방영 중인 월화극 ‘라이프’나 케이블채널 tvN 수목극인 ‘아는 와이프’에도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시청률만 두고 본다면 흥행 참패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청률로만 판단하기에는 안타까운 점이 있다. ‘사생결단 로맨스’와 ‘당신의 하우스헬퍼’ 모두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힐링을 전하며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MBC 방송화면)
■ ‘사생결단 로맨스’, 로코 본분에 충실한 작품
‘사생결단 로맨스’는 로맨틱코미디 작품이다.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로맨틱코미디의 본분에 아주 충실하다. 일단 극 분위기는 시종 밝고 유쾌하다. 또한 주인공 한승주(지현우)와 주인아(이시영)의 특색이 분명해 개성 강한 두 인물이 만드는 로맨스 역시 통통 튄다.
모든 일을 호르몬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내분비내과 의사 주인아는 사고 이후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 신경외과 의사 한승주를 호기심과 걱정 어린 눈으로 관찰하기 시작한다. 반면 한승주는 주인아가 자신의 친구인 최한성(김흥수)을 잔인하게 버리고 그래서 결국 죽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두 사람은 만날 때마다 티격태격한다. 그 모습이 다소 유치하지만 더운 날씨에 가볍고 시원한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한승주가 영화 ‘레옹’ 코스프레를 한 채 주인아의 개원 파티에 등장하는 장면이나 붉은 모자와 티셔츠를 입고 군대 조교처럼 주인아의 집 곳곳을 누비는 모습이 폭소를 유발했다. 또한 주인아의 방을 뒤지다가 속옷을 보게 되고 이 모습을 이미운(인아)에게 들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 주인아의 손에 이끌려 요가 수업을 받는 장면 등도 보는 이들을 웃게 만들었다.
중반부에 접어들며 조금씩 달달해지는 한승주와 주인아의 관계도 극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한승주는 주인아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조금씩 편견을 버려간다. 머리로는 친구를 죽게 한 여자라고 생각하면서도 여리고 따뜻한 심성을 가진 주인아의 모습에 점차 끌리는 것이다. 기운 없어 보이는 주인아의 손에 직접 내린 커피를 쥐어주거나 주인아의 병원을 청소하고 환자들을 돌봐주는 모습, 버스를 함께 타고 가던 중 잠든 주인아가 창문에 머리를 부딪칠 뻔하자 손으로 막아주는 모습, 주인아가 자신의 호의에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몰래 미소 짓는 모습 등에서 한승주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주인아 역시 관찰 대상 혹은 환자로 바라보던 한승주를 점점 이성적으로 의식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거리를 좁혀가던 주인아와 한승주는 어느새 서로에게 아픈 곳을 드러내 보인다. 주인아가 수차례 파양을 겪은 상처와 주세라(윤주희)가 자신을 오해하게 된 이유를 한승주에게 털어놓았다. 한승주 역시 술에 잔뜩 취해선 주인아에게 “나 좀 어떻게 해봐”라고 말하며 기대고 싶은 마음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사생결단 로맨스’는 흔한 로맨틱코미디라고 볼 수 있다. 유치하고 뻔하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 아픈 상처를 내놓고 치유하기 시작한 두 사람의 로맨스가 보는 이들에게 웃음과 함께 작은 힐링까지 전하고 있다.
(사진=KBS)
■ ‘당신의 하우스헬퍼’ 속 하석진표 대사, 마음을 울리다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라이프 힐링 드라마를 표방한다. 극 안에는 자극적인 사건도, 악역도 없다. 완벽하지 않기에 도움이 필요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서로를 채워주고 응원해주는 모습이 그려진다. 등장인물들 모두 실수투성이에 못난 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일상 속 '나'를 보는 듯 공감하고 빠져든다. 이들이 만드는 이야기는 잔잔하고 담백하게 흘러가며 보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특히 매회 하우스헬퍼 김지운(하석진)의 입을 빌려 전하는 힐링 메시지가 시청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긴다. “정리는 뭘 버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뭘 남기느냐가 더 중요해요. 내가 갖고 있는 물건들 중에서 정말로 필요한 게 뭔지 모른다는 건 내 삶에서 진짜 중요한 걸 잊어버리고 산다는 것과 같아요”(3회), “싫다고 외면하지 말고 조금씩 노력하다보면 그 맛에 익숙해질 겁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밥 속에 있는 콩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겠죠”(22회), “문제를 모른 척 회피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해결이 어려워지죠. 당장은 엄두가 안 나도 눈 딱 감고 해치우면 의외로 별 것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24회), “정리는 그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엉망이 된 방을 제대로 인지하는 것. 이대로는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정확하게 말하는 것. 정리를 해야 다음이 있다는 걸 아는 것. 그래서 결심하는 바로 그 순간이 가장 어렵고 중요하다. 결심의 순간 새로운 시간이 시작된다는 것, 그것을 믿어야 한다”(25회) 등 바쁘고 힘든 일상에 마음이 어지러워진 이들에게 작은 울림을 전하는 대사와 내레이션이 하석진의 담백한 목소리를 타고 전해진다. 집안 청소에 빗대어 인생을 이야기하는 극의 메시지가 복잡한 머릿속을 조금은 개운하게 만들어 준다.
이처럼 김지운은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집뿐만 아니라 복잡한 마음까지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시청자들 역시 함께 힐링을 얻는다. 전개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거나 긴장감 있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게 물결치는 호수처럼 담담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일과를 마치고 하루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일상에 소소한 위로를 전한다.
■ ‘사생결단 로맨스’·‘당신의 하우스헬퍼’, 시청률 이상의 가치
‘사생결단 로맨스’와 ‘당신의 하우스헬퍼’의 공통점은 전개가 무겁지 않게 흘러간다는 점이다. ‘사생결단 로맨스’는 작정하고 시청자들을 웃기고자 한다. 최한성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 주인아와 한승주 관계를 훼방 놓으려 하는 주세라와 차재환(김진엽)의 존재가 극에 긴장감을 더하나 기본적으로 가볍고 밝은 색채를 유지한다. 한승주와 주인아가 티격태격하는 하는 모습을 보며 시원하게 한 번 웃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당신의 하우스헬퍼’ 역시 마찬가지다. 인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전개되는 이야기로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그 안에 적절히 배치된 코믹 요소들이 보는 내내 미소 지을 수 있게 한다.
물론 이렇게 잔잔히 흘러가는 흘러가는 스토리가 속도감 있는 전개와 자극적인 소재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보는 이들은 호평하지만 시청률이나 화제성은 높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 사이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친애하는 판사님께’가 각각 월화극과 수목극 왕좌를 굳혔다. 1위와 3위의 시청률 격차는 2배 이상 벌어져 있다. ‘사생결단 로맨스’는 이제 딱 반환점을 돌았고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결말을 향해가고 있는 시점이다. 격차가 크고 남은 회차가 많지 않기에 판세를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더라도 ‘사생결단 로맨스’와 ‘당신의 하우스헬퍼’가 마지막까지 뚝심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며 작품 본연의 매력을 지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