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문다영 기자]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 순간 우리는 어떤 행동을 보이게 될까. 어떤 이는 울부짖고 어떤 이는 냉정을 유지한 채 수차례의 검진 과정을 거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분노, 울분, 원망, 회피 등을 거치면 인정 단계로 접어든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다가올 죽음을 인정하는 단계에서의 행동은 또 어떨까. 체념, 정리, 해탈 등 다양한 감정들이 일상을 지배하게 된다.
(사진=흐름출판)
하지만 여기,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앞에 두고 그 죽음의 어둠으로 걸어들어가면서 열정을 불태운 이가 있다. 선댄스영화제 및 많은 국제 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수상했던 서른다섯 살의 시나리오 작가 겸 영화감독 사이먼 피츠모리스다. 그가 떠난 지금 '어둠이 오기 전에'라는 책이 그의 마지막 하루하루로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한다.
신예 예술가로서 날개를 펼치려던 때 사이먼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선고를 받는다. 몸이 서서히 굳어 스스로 호흡조차 할 수 없게 되어 결국 죽음에 이르는 희귀질환 MND(Motor neuron disease, 운동뉴런증)로 4년이란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절망과 슬픔, 고통과 분노의 나날 속에서 그는 보통 사람들과는 어떤 선택을 한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더 나아질 게 없는 삶을 왜 비참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거죠?" 나는 대답한다.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하죠"
지난해 10월, 끝내 눈을 감고 만 사이먼은 이 말처럼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매달렸다. 그는 '어둠이 오기 전에'를 통해 한 사람의 남편으로, 다섯 아이의 아버지로, 영화를 사랑하는 예술인으로서, 그리고 누구보다도 삶을 뜨겁게 사랑했던 자신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사이먼은 진지하고 가슴아픈 자신의 이야기들을 뭉클하고 감동적으로 풀어낸다. 유머를 잃지 않는 그에게서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는가가 인생의 중요한 지점이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진=흐름출판)
이 책은 영화로도 제작됐다. 영화배우 콜렌 파렐이 내레이션을 맡은 동명의 영화는 2017 에든버러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으며, 제28회 골웨이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했다. 이후 2017 선댄스영화제 및 2017 EBS 국제다큐영화제에도 출품되는 등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무엇보다 움직일 수도,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스스로 숨 쉬지도 못하는 사이먼 피츠모리스가 동공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기술인 '아이게이즈'를 통해 한 글자씩 찍어 내려간 책이다. 독자를 웃고 울게 하는 내용을 차치하고 이 점만으로도 일상은 소중해진다. 사이먼 피츠모리스 지음 | 흐름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