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사진=씨네그루)
[뷰어스=남우정 기자] “많은 사람들의 도전, 난 숟가락만 얹었을 뿐”
이러다 명절 때마다 김명민을 만나는 게 아닐까 싶다. 올해 설 명절엔 ‘조선명탐정3’로 관객들을 만났던 김명민이 추석엔 ‘물괴’로 돌아왔다. 명절 시즌은 그야말로 극장가에 격전이 벌어지는 시기다. 개봉을 원한다고 해서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기회는 김명민에게 연이어 돌아갔다.
올 추석을 앞두고 개봉되는 ‘물괴’는 조선 중종 22년, 갑자기 나타난 괴이한 짐승 물괴와 그를 쫓는 사람들의 사투를 담은 영화로 김명민은 옛 내금위장이자 물괴를 추적하는 윤겸 역을 맡았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괴수 영화라니 흔치 않은 설정이다. 한국 영화로선 도전이나 마찬가지다. 김명민 역시 그 부분에서 ‘물괴’에 끌렸다.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기가 쉽지 않아요. 시나리오 자체는 재미는 있는데 어떻게 만들까 생각을 했어요. 상당한 모험인데 제작비도 만만치 않고 관객들의 눈높이는 올라가 있잖아요. 한국 크리쳐물로는 ‘괴물’이라는 한 획을 그은 영화가 있잖아요. 그 뒤를 이을 만한 성과가 없어요. 한국영화의 다양화가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도전하는 사람이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많은 분들이 ‘물괴’를 통해 도전을 하고 있더라고요. 나는 숟가락만 얹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명감까진 아니지만 같이 가자는 생각이 있었죠”
‘물괴’엔 김명민, 김인권, 혜리, 최우식 등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그 누구보다 중요한 건 또 다른 주인공인 물괴다. 인간의 탐욕에서 탄생된 물괴는 존재 자체만으로 공포심을 선사한다. 오랜 CG 작업을 통해 탄생된 물괴의 모습에 김명민은 감탄하며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어느 정도의 물괴 형상을 상상은 했지만 영화에서 나온 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모습이에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지금의 물괴가 됐어요. 정말 CG 작업은 하면 할수록 좋아지더라고요. 상상력으로 연기를 했는데 결과물을 보니 좀 더 공포스럽게 해도 됐겠다 싶었어요. 물괴가 잘 해줘야 하는 영화인데 나보다 연기를 더 잘했어요. 물괴한테 밀렸지만 기분이 좋아요”
‘불멸의 이순신’부터 ‘조선명탐정’까지 김명민은 사극 장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여왔다. 워낙 개성 강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사극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래서 ‘물괴’에서 김명민은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윤겸이 초야에서 은둔 생활을 하는 것부터 시작을 하잖아요. 내가 느끼기엔 ‘조선명탐정’과 비슷했어요. 원래 시나리오에선 윤겸이 허당기가 있었거든요. 그걸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런 몫은 김인권에게 주고 철저하게 분담을 했어요. 내가 튀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톤앤 매너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아무래도 ‘조선명탐정’의 사극 이미지가 남아서 오버랩이 안 될 순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최대한 배제하고 위험 요소들을 걷어내려고 했어요”
김인권 말고도 부녀로 호흡을 맞춘 혜리와 김명민의 케미스트리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혜리는 ‘물괴’를 통해 처음으로 영화에 도전했다. 김명민은 진짜 딸처럼 혜리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첫 영화고 사극에 대한 부담이 컸을텐데 잘 녹아들라고 애를 쓰는 모습이 좋았어요. 나한테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의 기준은 이 사람의 자세에요. 혜리는 자세에서부터 100점을 줄 수 있어요. 조금이라도 궁금하면 질문을 하는데 이건 잘하고 싶어 하는 의지에요. 그래서 내가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혜리는 깨달을 때까지 많이 물어보니까 아낌없이 해줬죠. 또 조언을 해주면 귀신같이 알아들어요”
수많은 작품을 해오면서 김명민에겐 ‘연기본좌’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그만큼 완벽하게 연기를 했다는 걸 증명하는 수식어다. ‘물괴’에서도 김명민은 처절하게 연기했다. 너무 몸을 혹사시키는 게 아니냐고 하자 김명민은 연기에 대한 자신을 소신을 밝혔다.
“나만 특히나 그러는 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그럴거에요. 나도 내 몸을 아껴요(웃음) 내가 연기하는 방식이 역할에 최대한 싱크로율을 맞추려다 보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물괴’만 하더라도 윤겸이 조선시대 최고 무사라고 소개가 되어 있는데 어설프게 연습해선 안 되죠. 최대한 몸을 맞추려는 거예요”
캐릭터가 튀기 보단 작품에 녹아들길 원했다. 작품을 대하는 그의 기준이기도 하다. 그 태도는 특히 ‘물괴’에서 도드라진다. 김명민은 물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임했고 그 본질을 해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주연배우가 가져야 할 당연한 몫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관객들이 ‘물괴’를 보고 더 무섭게 느끼길 바랐다.
“물괴’에서는 처절하게 당해야 했죠. 그래야 무찌를 때 통쾌함이 있잖아요. 본질에 맞게 가야죠. 너무 과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배우의 문제에요. 그렇게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내가 할 역할이고요. 물괴가 우습게 보이기 시작한다면 우리 영화는 망해요. 그 본질에 어긋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끝까지 물괴를 지켜줘야죠. 그래서 우리가 얼마만큼 공포스럽게 연기하느냐가 관건이에요. 주관적일수도 있지만 전체적 톤앤 매너를 가지고 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톤앤 매너를 지켜서 연기하는 건 주연배우로서 당연히 가야할 몫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