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내 뒤에 테리우스')
[뷰어스=노윤정 기자] ‘내 뒤에 테리우스’가 수목극 대전에서 승기를 잡고 왕좌를 지키고 있다. 그 무기는 단연 'B급 감성'이다.
MBC 수목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연출 박상훈, 박상우·극본 오지영)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첫 회에서 6.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이하 동일 기준)로 시작한 시청률은 최고 시청률 9.5%까지 상승하며 수목극 1위를 지키고 있다. 또한 15일 발표된 10월 2주차 TV화제성 드라마 부문(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는 전주 대비 3계단 상승한 4위에 이름을 올려 현재 방영 중인 지상파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런 흥행세가 가능한 이유는 작품이 담고 있는 B급 코미디 감성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데서 찾을 수 있다.
‘내 뒤에 테리우스’는 첩보 액션과 코미디가 접목된 복합 장르를 표방한다. NIS 국가정보원(국정원)을 배경으로 한 첩보전과 주인공 김본(소지섭)의 육아 이야기가 스토리의 큰 축이다. 현재까지는 코미디에 좀 더 주력하는 모양새다. 그러다 보니 경쟁작들과 견주어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동시간대 방영하는 SBS ‘흉부외과: 심장을 훔친 의사들’, KBS2 ‘오늘의 탐정’, tvN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의 경우 모두 무겁고 다소 음울한 분위기 속에서 극이 전개된다. 반면 ‘내 뒤에 테리우스’는 극의 색채가 밝다. 김본과 고애린(정인선) 모두 각각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비극을 겪은 이들이지만 두 사람을 둘러싼 상황들은 코미디 장르 특유의 과장이 적절히 버무려져 유쾌하게 흘러간다.
만약 긴박감 넘치는 첩보 액션물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지점이기도 하다. 사실 극에 등장하는 사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야기의 만듦새가 허술한 부분이 많다. 특히 국정원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유독 첩보전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대목이 자주 등장한다. 국정원장 심우철(엄효섭)의 사무실에 권영실(서이숙)의 부하가 쉽게 침입해 정보를 빼내는 장면이나 국정원 요원 라도우(성주)가 팀장인 유지연(임세미)의 허가도 없이 진용태(손호준)의 사무실을 찾아가 일을 벌이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사진=MBC '내 뒤에 테리우스')
하지만 코미디 장르에 충실한 대본과 연출, 연기의 삼합(三合)이 스토리상 구멍을 메운다. 일단 작품의 타이틀롤을 맡은 소지섭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극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극 중 소지섭이 분한 김본 캐릭터는 진지함과 코믹함을 오가는 극의 성격을 그대로 대변한다. 훤칠한 몸에 딱 붙는 수트를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악당들을 쓰러 눕히더니 어느새 ‘무릎팍 도사’ 분장을 한 채 시청자들과 눈을 맞춘다. 또 어느 순간 얼굴에 진한 수염을 그리고 영화 ‘레옹’ 속 킬러로 분해 등장해 보는 이들을 웃게 만든다.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한 때 무당이었다고 말하며 신분을 감추는 장면이나 거울 반사 빛을 보고 총구로 오해해 몸을 날리는 김본의 모습은 진지해서 더욱 코믹하다.
극에 긴장감을 불어 넣어야 할 악역 진용태 역시 의외의 허술한 모습으로 재미를 더한다. 육아 정보는 물론 아파트 단지 내의 모든 소식을 공유하는 KIS(킹캐슬아파트 내 주부들 모임)의 활약은 육아 전쟁에 뛰어든 김본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웃음을 전한다.
이처럼 ‘내 뒤에 테리우스’에서는 황당하지만 코미디 장르이기에 이해되는 과장된 상황 설정들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인물들 간 주고받는 찰진 대사가 웃음을 이끌어내고 레옹 분장신, 클래지콰이 ‘쉬 이즈’(She Is) 등 코믹신과 배경음악이 적재적소에 삽입돼 코믹한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여기에 캐릭터에 동화된 배우들의 호연은 다소 황당한 전개가 펼쳐지더라도 시청자들이 몰입해서 볼 수 있도록 한다. B급 감성의 가치가 시청자들이 어떤 복잡한 생각도 하지 않고 마음 놓고 웃게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뒤에 테리우스’는 작품이 지향하는 가치를 충분히 잘 담아내고 있다. 바로 이 점이 ‘내 뒤에 테리우스’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