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방송화면)
[뷰어스=손예지 기자] 드라마는 유의미한 장면들로 이뤄진다. 한 장면 속에 인물의 삶을 보여주는 상황,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대사들이 담긴다. 작품, 그리고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들여다볼만 한 장면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 장면 정보
작품 제목: JTBC ‘뷰티 인사이드’
방송 일자: 2018년 10월 23일 (8회)
상황 설명: 세계(서현진)와 도재(이민기)가 계약연애를 파기하고 비밀연애를 시작했다. 이에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세계의 집에 도재가 직접 찾아왔다.
■ 장면 포착
한세계의 집. 세계와 서도재가 소파에 나란히 앉아있다.
세계: “근데 비밀 연애, 이거 되게 스릴 있다. 비밀이 이렇게 재밌는 거였다니. 맨날 불안하고 슬프고 외로웠는데”
도재: “이제 같이 불안하고 같이 슬프고 같이 외롭겠네”
세계: “같이 안 불안하고 같이 안 슬프고 같이 안 외로운 방향은 없어요?”
도재: “노력해보죠. 최선을 다해서”
세계: “든든하네”
(사진=JTBC 방송화면)
■ 이 장면, 왜?
세계와 도재가 진짜 연인 사이가 됐다. 그러면서 계약으로 맺어진 공개연애는 끝을 냈다. 대외적으로 전 연인이 된 두 사람은 이별 후에도 친분을 유지하는 ‘쿨’한 사이로 이미지 메이킹에 나섰다. 대신 데이트는 서로의 집을 오가거나 차 안에서 만나는 식으로만 즐기게 됐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비록 계약관계로 시작된 사이지만 서로에게 감정이 생긴만큼 공개연애를 유지해도 되지 않았을까? 그러나 세계와 도재는 다투는 과정에서 내보낸 결별 기사를 번복하지 않고 몰래 사랑하는 길을 택했다.
그 이유가 바로 8회, 세계와 도재의 대화에서 드러났다. “비밀이 이렇게 재밌는 거였다니” 세계는 이렇게 말했다. 그에게 도재의 연애는 태어나 처음 겪는, 사랑스러운 비밀이다.
그간 세계와 도재는 말못할 비밀을 끌어안고 살았다. 톱스타인 세계는 한 달에 한번씩 일주일간 외모가 바뀌는 것을 숨기고 활동한다. 이로 인해 세계가 ‘스타병에 걸렸다’거나 ‘남성편력이 심하다’ ‘아기가 있다’는 둥의 루머까지 돌지만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못한다. 주기적으로 외양이 변하는 원인불명의 현상이 알려지면 활동이 아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극심한 안면인식장애로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도재도 마찬가지다. 국내 굴지의 항공사 본부장인 도재는 작은 실수에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위기에 처하기 십상이다. 이에 도재는 자신의 장애가 티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노력해왔다.
이처럼 두 사람에게 비밀은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될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했다. 세계가 그간 비밀 때문에 불안하고 슬프고 외로웠다고 고백한 까닭이다. 도재도 같은 생각이었을 터다.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그런 두 사람이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면서부터였다. 세계는 얼굴이 바뀌어도 목소리와 말투·걸음걸이로 자신을 알아봐주는 도재 덕분에 외롭지 않게 됐다. 그런가 하면 도재는 한결같은 느낌으로 자신에게 확신을 주는 세계 덕분에 불안감을 해소했다. 심지어 이제 세계는 얼굴이 바뀌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기까지 한다. 연예인의 얼굴이 아니면 도재와 원없이 함께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의 약점이 상대에게는 장점이 됨을 깨닫는 순간, 세계와 도재는 서로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까지 마음을 열게 됐다. ‘나’를 괴물로 생각하지 않고 본연의 모습 그대로 사랑해주는 것. ‘내면의 아름다움(The Beauty Inside)’이라는 드라마 제목과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다.
아울러 그동안 각자의 사정 때문에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보지 못한 세계와 도재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사랑에 매 순간 설레어 한다. 모습이 달라질 때마다 잠적하느라 차이기 일쑤였던 세계나, 연인의 얼굴마저 알아보지 못하던 도재는 타인과의 관계를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이처럼 비밀로 인해 받은 상처의 벽을 허물며 서로를 치유하고 또 치유받는 세계와 도재다. 바로 이것이 ‘뷰티 인사이드’가 그리는 로맨스의 차별점이자,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톱스타와 재벌3세의 러브 스토리에 시청자들이 깊이 공감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