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지나가는 순간 과거가 된다. 그리고 그 과거는 누군가의 추억으로 자리잡는다. 이는 곧 어느 시대에서나 이전의 모습을 복기하는 의미를 지닌 '레트로(retro)'가 존재함을 뜻한다. 반면 옛 것을 떠올리는 데서 더 나아가 재해석을 한다면 그것은 문화가 된다.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뉴트로(new+retro)’는 복고에서 더 나아가 젊은 층을 사로잡은 ‘힙한 감성’이다. 제품이나 공간, 의식주부터 시작해 대중문화까지 우리의 생활반경 곳곳에 퍼져있는 이 트렌드, 과연 레트로와는 어떻게 다를까? 뉴트로의 얼굴들과 젊은 세대가 뉴트로를 즐기는 법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사진=올리브 화면 캡처) [뷰어스=이소희 기자] 을지로에는 '노가리 골목'이 있다. 말 그대로 노가리에 맥주를 파는 호프집이 즐비한 골목인 이곳에 입성하는 순간 신세계가 펼쳐진다. 길거리에 놓인 수많은 편의점 테이블에서 ‘시대 대통합’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20대부터 일이 끝나고 달려와 정장차림인 30·40대, 단골포스를 풍기는 50~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이 앉아있다. 특히 트렌디하거나 깔끔한 곳만 찾을 것 같은 젊은 손님들은 옆 테이블에 부모님 뻘의 손님이 앉아있든 가게가 허름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세대가 어우러진 길거리와 분위기를 ‘힙하게’ 즐긴다. 이렇게 노가리에 맥주를 마신 젊은 세대는 도저히 놀만한 곳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골목을 찾아간다. “정말 여기 맞아?”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좁고 가파른 계단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들은 익숙하다는 듯 올라가 녹슨 철문을 잡아당긴다. 그곳에는 어두컴컴한 조명에 싸이키델릭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을지로의 바(bar)가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 손님의 연령층은 20대부터 30대 초반이다. 분명 거리는 그대로다. 을지로에는 여전히 잉크와 종이냄새가 감돌고, 페인트나 목재 등 각종 자재를 파는 곳들이 즐비하다. 달라진 것은 하나, 바로 젊은 세대들이 이곳을 즐겨 찾고 또 ‘멋스럽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용산의 인쇄공장 단지가 새롭게 탈바꿈한 일부 골목단지를 일컫는 ‘열정도’, tvN ‘알쓸신잡3’에서 언급됐던 방직공장을 개조한 한 카페 등 수많은 곳에 불어 닥쳤다. 이처럼 옛 것이 현재를 만나 오히려 ‘멋진 것’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뉴트로’ 감성이다. 도산분식에 방문한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사진=한혜연 유튜브 캡처) ■ 과거와 현재 사이의 경계에 있는 공간들 ‘뉴트로’는 새로움을 뜻하는 ‘뉴(new)’와 ‘레트로(retro)’의 합성어다. 한 마디로 새로운 복고 열풍이라는 뜻이다. 각종 업계는 뉴트로가 본격적인 트렌드 키워드로 떠오른 지금, 보다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올해 봄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오픈한 ‘도산분식’은 음식을 초록색 점박이 접시에, 보리차를 델몬트 주스 병에 담아낸다. 메뉴는 돈까스샌드, 감태주먹밥, 미소된장과 불고기가 올라간 도산비빔면 등 퓨전 음식이다. ‘도산분식’을 해시태그로 인스타그램에 검색하면 나오는 글은 약 1만7000여 개. 젊은 층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종로의 ‘도시락파스타’가 기사식당처럼 내부를 꾸미고 옛날 양은도시락에 파스타를 내는 것도 즐거운 간극을 선사한다. 유행이 빠르게 닿는 카페의 변화는 더욱 도드라진다. 지난해에는 하얗고 심플한 인테리어에 차가운 스테인리스를 활용한 소품 등이 인기였다. 이제는 따뜻한 나무 인테리어에 옛날 할머니집에 놀러온 듯한 느낌을 주는 게 특징이다. 빈티지병에 우유를 담아 파는 논현동의 ‘카페 희다’, 옛날 자개장이 포인트인 을지로의 ‘커피 한약방’, 카페이기도 하면서 참기름을 판매하는 연남동의 ‘연남방앗간’, 양갱과 팥 음료를 파는 망원동의 ‘마가?깹? 등이 그렇다. 놀이 공간도 달라졌다. 뉴트로 감성이 가득한 종로 익선동 골목에는 VR게임방이나 PC방 대신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오락실이 들어서 있다. 영화를 시청할 수 있는 카페 ‘엉클비디오타운’은 비디오부터 타자기로 친 듯한 흐릿한 폰트의 메뉴판 등이 특징이다. 이태원의 라운지바 ‘글램 라운지’에서는 뉴욕에서 복고댄스로 유행 중인 보깅댄스 공연이 펼쳐졌고, 펍 ‘프로스트’에서는 80년대 디스코를 느낄 수 있는 롤러장 연출 이벤트가 열렸다. JW 메리어트호텔 서울도 핼러윈을 맞아 70년대 복고를 콘셉트로 삼았다. 최근 개점한 AK& 기흥점에는 롤러장이 들어섰다. 이런 롤러장은 지난달 방송한 SBS ‘동상이몽 시즌-너는 내 운명’에서 인교진·소이현 부부의 데이트 코스로 등장하기도 했다.  딘과 키드밀리가 올린 패션(사진=딘, 키드밀리 SNS) ■ 혹시 '딘드밀리룩'을 아시나요? 그런가 하면 젊은 세대가 직접 나서서 과거를 찾아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경향도 짙다. ‘그런지룩(Grunge look)’이 재해석된 ‘딘드밀리룩’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 초 유행했던 ‘그런지룩’은 기성물에 대한 반감으로 일부러 지저분한 느낌을 주거나 아무렇게나 섞어 입는 것을 말한다. ‘힙스터’로 불리는 가수 딘, 키드밀리가 이 스타일을 주로 선보이면서 ‘그런지룩’은 ‘딘드밀리룩’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실제로 구글이 밝힌 2018 패션 유행 관련 검색 상위 4위까지는 모두 ‘노스텔지어’와 관련이 깊었다. 수많은 패션쇼에서는 1980-90년대 의상을 재해석한 런웨이가 진행됐다.  이 외에도 요즘의 길거리에서는 큼직한 브랜드 로고가 박힌 ‘빅 로고 패션’, 하이웨스트 청바지, 컬러블록 점퍼 등을 입은 젊은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많은 이들을 뉴트로 열풍에 끌어당긴 또 다른 주자는 ‘빈티지 컵’이다. 투박한 디자인에 비락식혜, 델몬트, 썬키스트, 델몬트, 칠성, 해태 등의 옛 로고와 촌스러운 일러스트가 그려진 컵의 거래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빈티지컵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SNS 계정 수도 상당하다.  이렇게 빈티지컵 수요가 높아지면서 최근 새롭게 생산된 ‘빈티지스러운’ 컵도 많아졌다. 물론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실제로 기자는 빈티지샵에서 다른 것보다 약 5배 비싼 제품을 발견했다. 주인에게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이건 새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정말 예전부터 간직하던 것이고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제품이라서 그렇다”면서 “그럼에도 손님들이 이 제품에 문의를 많이 해온다”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 "뉴트로, 한때 유행으로 지나가지 않을 것" 뉴트로는 올해 초부터 트렌드로 떠올랐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1년의 끝자락이 다가온 지금이지만 이 뉴트로 열풍은 사그라들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거세지고 있다. 매년 유행을 예측하는 도서 ‘트렌드 코리아 2019’ ‘미세유행 2019’부터 수많은 잡지, 책자 등은 뉴트로의 배경과 현상을 짚고 있다. 각종 업계는 ‘뉴트로’를 내세우며 홍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더 나아가 스치는 트렌드가 아니라 의식주부터 여가생활, 인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힙한 생활방식’으로서 자리 잡았다.  이렇게 뉴트로가 오랜 유행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지향점과 맞닿아 있는 덕분으로 보인다.  ‘디지털 디톡스’라는 말까지 생겨난 시대다. ‘디지털 디톡스’는 디지털 중독에 빠진 현대인들이 각종 기기의 사용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거나 아날로그적인 것들을 찾는 방식을 뜻한다. 대중은 발전의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날로그를 추구하는 모순 속 뉴트로로 마음속의 평안을 찾고자 한다. 도서 ‘트렌드 코리아 2019’ 집필에 참여한 이준영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대인들은 디지털의 편의성을 누리는 동시에 피로감, 스트레스를 느낀다. 빠르게 바뀌는 디지털 세상이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면서 “그런데 아날로그는 변하지 않는다. 따뜻한 감성도 있다. 빠른 트렌드 속 잠시 쉬어가는, 인간적인 숨결을 지키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것이다. 또 시대적으로 힘이 드는 상황이다 보니 대중은 감성적인 힐링이나 만족감을 추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트렌드에 메인 스트림이 있다면 카운터트렌드(반대의 경향)도 있다. 예를 들어 요즘은 스마트워치가 나올 정도로 발전을 했지만 반대로 아날로그시계의 유행이 번지는 것과 같다”면서 “이런 트렌드의 구조에 더해, Z세대에게 아날로그가 신선함으로 다가오면서 뉴트로의 붐은 더욱 커지게 됐다. 뉴트로는 메가트렌드의 한 축이기 때문에 한때의 유행으로 지나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트렌드를 전망했다.  [뉴트로 감성] ①스치는 유행 아닌 생활방식? 새롭게 정의된 뉴트로 [뉴트로 감성] ②"너무 힙해요" 지코부터 퀸까지, 옛 것에서 찾는 새로움 [뉴트로 감성] ③‘모뎀족’ 기자, 일상 속 레트로vs뉴트로 찾기

[뉴트로 감성] ①스치는 유행 아닌 생활방식? 새롭게 정의된 뉴트로

이소희 기자 승인 2018.12.31 09:08 | 최종 수정 2138.01.03 00:00 의견 0

현재는 지나가는 순간 과거가 된다. 그리고 그 과거는 누군가의 추억으로 자리잡는다. 이는 곧 어느 시대에서나 이전의 모습을 복기하는 의미를 지닌 '레트로(retro)'가 존재함을 뜻한다. 반면 옛 것을 떠올리는 데서 더 나아가 재해석을 한다면 그것은 문화가 된다.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뉴트로(new+retro)’는 복고에서 더 나아가 젊은 층을 사로잡은 ‘힙한 감성’이다. 제품이나 공간, 의식주부터 시작해 대중문화까지 우리의 생활반경 곳곳에 퍼져있는 이 트렌드, 과연 레트로와는 어떻게 다를까? 뉴트로의 얼굴들과 젊은 세대가 뉴트로를 즐기는 법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사진=올리브 화면 캡처)
(사진=올리브 화면 캡처)

[뷰어스=이소희 기자] 을지로에는 '노가리 골목'이 있다. 말 그대로 노가리에 맥주를 파는 호프집이 즐비한 골목인 이곳에 입성하는 순간 신세계가 펼쳐진다. 길거리에 놓인 수많은 편의점 테이블에서 ‘시대 대통합’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20대부터 일이 끝나고 달려와 정장차림인 30·40대, 단골포스를 풍기는 50~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이 앉아있다. 특히 트렌디하거나 깔끔한 곳만 찾을 것 같은 젊은 손님들은 옆 테이블에 부모님 뻘의 손님이 앉아있든 가게가 허름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세대가 어우러진 길거리와 분위기를 ‘힙하게’ 즐긴다.

이렇게 노가리에 맥주를 마신 젊은 세대는 도저히 놀만한 곳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골목을 찾아간다. “정말 여기 맞아?”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좁고 가파른 계단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들은 익숙하다는 듯 올라가 녹슨 철문을 잡아당긴다. 그곳에는 어두컴컴한 조명에 싸이키델릭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을지로의 바(bar)가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 손님의 연령층은 20대부터 30대 초반이다.

분명 거리는 그대로다. 을지로에는 여전히 잉크와 종이냄새가 감돌고, 페인트나 목재 등 각종 자재를 파는 곳들이 즐비하다. 달라진 것은 하나, 바로 젊은 세대들이 이곳을 즐겨 찾고 또 ‘멋스럽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용산의 인쇄공장 단지가 새롭게 탈바꿈한 일부 골목단지를 일컫는 ‘열정도’, tvN ‘알쓸신잡3’에서 언급됐던 방직공장을 개조한 한 카페 등 수많은 곳에 불어 닥쳤다. 이처럼 옛 것이 현재를 만나 오히려 ‘멋진 것’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뉴트로’ 감성이다.

도산분식에 방문한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사진=한혜연 유튜브 캡처)
도산분식에 방문한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사진=한혜연 유튜브 캡처)

■ 과거와 현재 사이의 경계에 있는 공간들

‘뉴트로’는 새로움을 뜻하는 ‘뉴(new)’와 ‘레트로(retro)’의 합성어다. 한 마디로 새로운 복고 열풍이라는 뜻이다. 각종 업계는 뉴트로가 본격적인 트렌드 키워드로 떠오른 지금, 보다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올해 봄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오픈한 ‘도산분식’은 음식을 초록색 점박이 접시에, 보리차를 델몬트 주스 병에 담아낸다. 메뉴는 돈까스샌드, 감태주먹밥, 미소된장과 불고기가 올라간 도산비빔면 등 퓨전 음식이다. ‘도산분식’을 해시태그로 인스타그램에 검색하면 나오는 글은 약 1만7000여 개. 젊은 층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종로의 ‘도시락파스타’가 기사식당처럼 내부를 꾸미고 옛날 양은도시락에 파스타를 내는 것도 즐거운 간극을 선사한다.

유행이 빠르게 닿는 카페의 변화는 더욱 도드라진다. 지난해에는 하얗고 심플한 인테리어에 차가운 스테인리스를 활용한 소품 등이 인기였다. 이제는 따뜻한 나무 인테리어에 옛날 할머니집에 놀러온 듯한 느낌을 주는 게 특징이다. 빈티지병에 우유를 담아 파는 논현동의 ‘카페 희다’, 옛날 자개장이 포인트인 을지로의 ‘커피 한약방’, 카페이기도 하면서 참기름을 판매하는 연남동의 ‘연남방앗간’, 양갱과 팥 음료를 파는 망원동의 ‘마가?깹? 등이 그렇다.

놀이 공간도 달라졌다. 뉴트로 감성이 가득한 종로 익선동 골목에는 VR게임방이나 PC방 대신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오락실이 들어서 있다. 영화를 시청할 수 있는 카페 ‘엉클비디오타운’은 비디오부터 타자기로 친 듯한 흐릿한 폰트의 메뉴판 등이 특징이다. 이태원의 라운지바 ‘글램 라운지’에서는 뉴욕에서 복고댄스로 유행 중인 보깅댄스 공연이 펼쳐졌고, 펍 ‘프로스트’에서는 80년대 디스코를 느낄 수 있는 롤러장 연출 이벤트가 열렸다. JW 메리어트호텔 서울도 핼러윈을 맞아 70년대 복고를 콘셉트로 삼았다. 최근 개점한 AK& 기흥점에는 롤러장이 들어섰다. 이런 롤러장은 지난달 방송한 SBS ‘동상이몽 시즌-너는 내 운명’에서 인교진·소이현 부부의 데이트 코스로 등장하기도 했다. 

딘과 키드밀리가 올린 패션(사진=딘, 키드밀리 SNS)
딘과 키드밀리가 올린 패션(사진=딘, 키드밀리 SNS)

■ 혹시 '딘드밀리룩'을 아시나요?

그런가 하면 젊은 세대가 직접 나서서 과거를 찾아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경향도 짙다. ‘그런지룩(Grunge look)’이 재해석된 ‘딘드밀리룩’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 초 유행했던 ‘그런지룩’은 기성물에 대한 반감으로 일부러 지저분한 느낌을 주거나 아무렇게나 섞어 입는 것을 말한다. ‘힙스터’로 불리는 가수 딘, 키드밀리가 이 스타일을 주로 선보이면서 ‘그런지룩’은 ‘딘드밀리룩’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실제로 구글이 밝힌 2018 패션 유행 관련 검색 상위 4위까지는 모두 ‘노스텔지어’와 관련이 깊었다. 수많은 패션쇼에서는 1980-90년대 의상을 재해석한 런웨이가 진행됐다. 

이 외에도 요즘의 길거리에서는 큼직한 브랜드 로고가 박힌 ‘빅 로고 패션’, 하이웨스트 청바지, 컬러블록 점퍼 등을 입은 젊은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많은 이들을 뉴트로 열풍에 끌어당긴 또 다른 주자는 ‘빈티지 컵’이다. 투박한 디자인에 비락식혜, 델몬트, 썬키스트, 델몬트, 칠성, 해태 등의 옛 로고와 촌스러운 일러스트가 그려진 컵의 거래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빈티지컵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SNS 계정 수도 상당하다. 

이렇게 빈티지컵 수요가 높아지면서 최근 새롭게 생산된 ‘빈티지스러운’ 컵도 많아졌다. 물론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실제로 기자는 빈티지샵에서 다른 것보다 약 5배 비싼 제품을 발견했다. 주인에게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이건 새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정말 예전부터 간직하던 것이고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제품이라서 그렇다”면서 “그럼에도 손님들이 이 제품에 문의를 많이 해온다”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사진=픽사베이 제공)

■ "뉴트로, 한때 유행으로 지나가지 않을 것"

뉴트로는 올해 초부터 트렌드로 떠올랐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1년의 끝자락이 다가온 지금이지만 이 뉴트로 열풍은 사그라들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거세지고 있다. 매년 유행을 예측하는 도서 ‘트렌드 코리아 2019’ ‘미세유행 2019’부터 수많은 잡지, 책자 등은 뉴트로의 배경과 현상을 짚고 있다. 각종 업계는 ‘뉴트로’를 내세우며 홍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더 나아가 스치는 트렌드가 아니라 의식주부터 여가생활, 인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힙한 생활방식’으로서 자리 잡았다. 

이렇게 뉴트로가 오랜 유행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지향점과 맞닿아 있는 덕분으로 보인다. 

‘디지털 디톡스’라는 말까지 생겨난 시대다. ‘디지털 디톡스’는 디지털 중독에 빠진 현대인들이 각종 기기의 사용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거나 아날로그적인 것들을 찾는 방식을 뜻한다. 대중은 발전의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날로그를 추구하는 모순 속 뉴트로로 마음속의 평안을 찾고자 한다.

도서 ‘트렌드 코리아 2019’ 집필에 참여한 이준영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대인들은 디지털의 편의성을 누리는 동시에 피로감, 스트레스를 느낀다. 빠르게 바뀌는 디지털 세상이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면서 “그런데 아날로그는 변하지 않는다. 따뜻한 감성도 있다. 빠른 트렌드 속 잠시 쉬어가는, 인간적인 숨결을 지키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것이다. 또 시대적으로 힘이 드는 상황이다 보니 대중은 감성적인 힐링이나 만족감을 추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트렌드에 메인 스트림이 있다면 카운터트렌드(반대의 경향)도 있다. 예를 들어 요즘은 스마트워치가 나올 정도로 발전을 했지만 반대로 아날로그시계의 유행이 번지는 것과 같다”면서 “이런 트렌드의 구조에 더해, Z세대에게 아날로그가 신선함으로 다가오면서 뉴트로의 붐은 더욱 커지게 됐다. 뉴트로는 메가트렌드의 한 축이기 때문에 한때의 유행으로 지나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트렌드를 전망했다. 


[뉴트로 감성] ①스치는 유행 아닌 생활방식? 새롭게 정의된 뉴트로
[뉴트로 감성] ②"너무 힙해요" 지코부터 퀸까지, 옛 것에서 찾는 새로움
[뉴트로 감성] ③‘모뎀족’ 기자, 일상 속 레트로vs뉴트로 찾기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