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지나가는 순간 과거가 된다. 그리고 그 과거는 누군가의 추억으로 자리잡는다. 이는 곧 어느 시대에서나 이전의 모습을 복기하는 의미를 지닌 '레트로(retro)'가 존재함을 뜻한다. 반면 옛 것을 떠올리는 데서 더 나아가 재해석을 한다면 그것은 문화가 된다.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뉴트로(new+retro)’는 복고에서 더 나아가 젊은 층을 사로잡은 ‘힙한 감성’이다. 제품이나 공간, 의식주부터 시작해 대중문화까지 우리의 생활반경 곳곳에 퍼져있는 이 트렌드, 과연 레트로와는 어떻게 다를까? 뉴트로의 얼굴들과 젊은 세대가 뉴트로를 즐기는 법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사진=KBS 화면 캡처) [뷰어스=이소희 기자] “이미 존재했던 세상인데 다채로운 것들이 많더라고요. 너무 힙해요!” 지코는 KBS2 ‘대화의 희열’에서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 시대의 히트곡들로 채워진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 음악으로 샘플링을 하면 너무 멋진 곡이 나올 것 같다” “편곡이 너무 멋있다” “중간에 패드 코러스 쌓는 게 있는데 너무 트렌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코는 지금의 시선으로 옛 노래를 바라보며 새로움을 읽어냈다.  반면 ‘대화의 희열’ 패널인 유희열, 강원국 작가, 김중혁 작가 등은 이은하나 조용필 등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옛날 손꼽히던 가수와 자신들의 접점을 털어놓는 등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옛 노래에 감탄하며 눈을 반짝거리는 지코를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 안에는 ‘어린 친구가 어떻게, 왜 이 노래를?’이라는 놀라움과 ‘이 노래가 지금은 이렇게 해석 되는구나’라는 신선함이 공존했다. 이런 패널들의 반응은 뉴트로를 대하는 기성세대와 요즘 세대 간의 차이점을 자연스럽게 내포하고 있다. ■ 레트로 vs 뉴트로 차이? '옛 것을 바라보는 시선' 이처럼 방송에서 뉴트로를 둘러싼 세대 간의 시선 차이를 드러낸 장면은 지코의 일화뿐만이 아니다.  최근 방송한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는 모델 겸 디자이너 김원중이 김국진에 그런지룩의 일종인 일명 ‘딘드밀리룩(가수 딘과 키드밀리가 즐겨 입는 룩을 일컫는 말)’을 스타일링했다. “이게 요즘 1020 세대한테 엄청 핫한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낚시조끼 같은 옷에 벙거지 모자를 쓴 김국진은 “이상하지 않아? 패션 모른다고 너무 한 거 아냐? 나도 이 정도는 알아!”라며 발끈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를 지켜보던 윤종신은 “북한산 자락에 이런 분들 많다”고 농담을 던졌다. 반면 함께 게스트로 출연한 딘은 “요즘 홍대 가면 70%가 이렇게 입고 있다”고 트렌드를 증명했다. (사진=MBC 화면 캡처) tvN ‘알쓸신잡3’에서는 방직공장을 개조한 강화도의 한 카페와 그 주변이 대화의 화두에 올랐다. 출연진은 “완전 시간여행이다. 기억을 소환하는 장치가 온갖 곳에 있다. 모여서 커피 마시고 너무 웃기더라”라는 말들을 주고받았다. 반면 해당 카페를 검색해보면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하다는 뉘앙스의 리뷰들이 많다. 올리브채널 ‘밥블레스유’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막내로 합류한 장도연은 을지로를 “요즘 젊은이들의 성지”라고 소개하며 이영자, 최화정, 송은이, 김숙을 곳곳으로 이끌었다. 네 사람은 익숙한 듯 골목을 소개하는 장도연과 달리 처음 본 광경에 탄성을 질렀다.  젊은 세대, 일명 Z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꽂힌 건 이미 한 차례 지난 세대를 풍미했던 것들이다. 그런데 이를 직접 겪어온 기성세대는 현재로 소환된 과거를 낯설어하고, 오히려 젊은 세대가 나서 이를 예찬한다. 과거를 복각하고 추억하느냐, 신선한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같은 복고라도 ‘레트로’와 ‘뉴트로’로 나뉘는 것이다. 옛 것을 바라보는 세대 간 인식 차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중앙일보 강남인류가 SM C&C의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를 통해 지난 5월 20~50대 성인 남녀 400명에게 뉴트로 트렌드와 관련해 질문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71.7%(287명)가 로고컵 등 복고풍 리빙용품과 복고 맛집에 대해 호감을 드러냈다. 그 중 ‘새롭다(35.2%)’ ‘신기하다(32.0%)’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런가 하면 호감의 이유에는 세대별로 차이가 있었다. 50대 응답자 대부분은 ‘추억’ ‘향수’ ‘그리움’, 30~40대는 ‘운치’ ‘친근함’ 등을 말했다. 그런가 하면 20대는 ‘신기함’ ‘모던’과 같이 이전 세대들과 상이한 감상을 언급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 Z세대가 옛 것에 열광하는 이유 그렇다면 젊은 세대는 왜 과거에서 새로움을 찾으려고 하는 것일까. 우선 요즘의 사람들은 기존의 것에 금방 질려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재미를 찾는데 익숙하다. 콘텐츠가 노출되는 채널이 다각화되고 트렌드 또한 시시각각 변하면서 적응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행의 유통기한은 짧다. 새로 창작되는 것들에도 한계가 있으며 문화로까지 자리 잡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보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기존의 것에서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들을 찾는 편이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트렌드를 경쟁하듯 ?i는 문화 속에 있는 지코 역시 과거로 회귀에 끌린 이유 중 하나로 “창작을 하다 보니 새로운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뒤돌아 반대쪽으로 가면 어떨까 생각했다. (오히려) 앞으로 가면 기다리고 경계해야 하고 발 빨리 움직여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뉴트로는 트렌드를 따르는 게 아니라 ‘만들기’ 위한 그의 선택이었다. 지난 유행에서 새로운 유행을 찾는 과정에는 재미가 동반된다. 이미 유행이라고 제시된 결과를 따르는 게 아니라, 주체성을 지니고 자신의 취향과 부합하는 것들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즉 뉴트로는 개인의 탐색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진 집결지에 가깝다. 그리고 이는 개성을 중요시 하는 요즘 세대의 특성과 만나 더욱 견고한 붐을 일으킨다. 동묘 구제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옷이나 시계 등 소품을 발견하는 데 푹 빠졌었다는 이모씨(28.여)는 “처음에는 레트로한 것들에 끌리는 내가 유행을 타는 건지, 아니면 정말 좋아하게 된 건지 헷갈렸다. 왠지 다른 사람들을 따라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나만의 시선으로 물건을 고르고 내 방식대로 활용을 하지 않나. 또 ‘옛날’이라는 시기가 특정 시기를 말하는 게 아니라 무궁무진한 시간들이다 보니 본인의 취향과 맞는 시대를 골라 파고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들 속에서도 확 끌리는 요소는 개개인마다 다를 것 같다”면서“ 이제는 옛날 물건들을 보고 사고 좋아하는 게 유행이 아니라 내 취향을 쌓기 위한 취미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이런 젊은 세대의 놀이로 자리 잡은 ‘뉴트로 문화’에 대해 “이제 1020 세대에게 뉴트로는 단순한 소비트렌드를 넘어서 경험형 소비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속 퀸(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대중문화 강타한 뉴트로...음악으로 실감하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뉴트로는 빠른 흐름 속 늘 새로운 것을 향해 달려 나가야 하는 대중문화 판도에 손길을 뻗쳤다.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분야는 바로 음악이다. 그 중에서도 아날로그 트렌드를 가장 잘 대변하는 건 LP(바이닐)이다. 장기하, 지코, 크러쉬, 카더가든 등뿐만 아니라 수많은 가수들이 LP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젊은 음악 팬들도 LP판을 찾아다닌다. 실제 서울레코드페어에 방문했을 당시에도 주된 방문객은 20대였고, LP판을 들을 수 있는 이태원의 현대카드 바이닐앤플라스틱와 바이닐클럽 등에도 젊은 손님들이 대다수였다.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11월13~12월12일)간 턴테이블·LP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급증했다. 카세트 플레이어와 CD 플레이어도 각각 170%, 168%로 대폭 상승했다. 옥션에서 역시 같은 기간 턴테이블 거래액은 127% 늘어났다. 더 나아가 한국에서 볼 수 없던 LP 제작공장도 13년 만에 부활했다. LP 생산업체인 마장뮤직앤픽처스는 지난해 6월 서울 성수동에 ‘바이닐팩토리’를 차렸다. 1970년대부터 90년대 가요를 재해석한 결과물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룹 위너 송민호가 최근 발표한 솔로 정규 1집 앨범 ‘XX’ 타이틀곡 ‘아낙네’는 70년대 대중가요 ‘소양강처녀’를 재해석한 곡이다. 지금은 활동하지 않지만 그룹 트리플H도 과거를 미래지향적인 시선으로 풀어내는 ‘레트로 퓨처리즘’의 활용 등 콘셉트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트리플H 멤버 현아는 ‘레트로 퓨처’ 발표 쇼케이스에서 “현재 이룬 것들도 많지만 예전의 것에서도 새로운 멋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온스테이지 디깅클럽서울’은 네이버문화재단과 뮤직 크리에이티브 그룹 스페이스오디티가 함께 기획하는 20세기 음악 발굴 프로젝트다. 한국의 시티팝을 재해석하는 것으로, 죠지(김현철 ‘오랜만에’), 술탄오브더디스코(이재민 ‘제 연인의 이름은’), 스텔라장(윤수일 ‘아름다워’) 등을 거쳐 또 다른 곡들이 탄생했다.  뿐만 아니라 CGV에 따르면 역사적인 영국 팝밴드 퀸(Queen)의 시대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장 높은 관객층은 20대(31.6%)였다. 최근 10~20대는 퀸의 노래와 역사를 찾아가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이에 힘입어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는 멜론 주간차트(12월17~23일) 24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CJ ENM은 이렇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먼저 뉴트로 열풍을 실감케 한 음악을 활용한 프로그램 ‘원스 인 어 라이프타임(Once In A Lifetime)’도 만들었다. UXN은 티엘씨(TLC), 노엘 갤러거, 모비, 나일 로저스 등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던 가수들을 음악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재조명한다. UXN 관계자는 “한 때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던 아티스트들이 매회 출연해 뉴트로 열풍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트로 감성] ①스치는 유행 아닌 생활방식? 새롭게 정의된 뉴트로 [뉴트로 감성] ②"너무 힙해요" 지코부터 퀸까지, 옛 것에서 찾는 새로움 [뉴트로 감성] ③‘모뎀족’ 기자, 일상 속 레트로vs뉴트로 찾기

[뉴트로 감성] ②"너무 힙해요" 지코부터 퀸까지, 옛 것에서 찾는 새로움

이소희 기자 승인 2018.12.31 09:19 | 최종 수정 2137.12.30 00:00 의견 0

현재는 지나가는 순간 과거가 된다. 그리고 그 과거는 누군가의 추억으로 자리잡는다. 이는 곧 어느 시대에서나 이전의 모습을 복기하는 의미를 지닌 '레트로(retro)'가 존재함을 뜻한다. 반면 옛 것을 떠올리는 데서 더 나아가 재해석을 한다면 그것은 문화가 된다.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뉴트로(new+retro)’는 복고에서 더 나아가 젊은 층을 사로잡은 ‘힙한 감성’이다. 제품이나 공간, 의식주부터 시작해 대중문화까지 우리의 생활반경 곳곳에 퍼져있는 이 트렌드, 과연 레트로와는 어떻게 다를까? 뉴트로의 얼굴들과 젊은 세대가 뉴트로를 즐기는 법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사진=KBS 화면 캡처)
(사진=KBS 화면 캡처)

[뷰어스=이소희 기자] “이미 존재했던 세상인데 다채로운 것들이 많더라고요. 너무 힙해요!”

지코는 KBS2 ‘대화의 희열’에서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 시대의 히트곡들로 채워진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 음악으로 샘플링을 하면 너무 멋진 곡이 나올 것 같다” “편곡이 너무 멋있다” “중간에 패드 코러스 쌓는 게 있는데 너무 트렌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코는 지금의 시선으로 옛 노래를 바라보며 새로움을 읽어냈다. 

반면 ‘대화의 희열’ 패널인 유희열, 강원국 작가, 김중혁 작가 등은 이은하나 조용필 등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옛날 손꼽히던 가수와 자신들의 접점을 털어놓는 등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옛 노래에 감탄하며 눈을 반짝거리는 지코를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 안에는 ‘어린 친구가 어떻게, 왜 이 노래를?’이라는 놀라움과 ‘이 노래가 지금은 이렇게 해석 되는구나’라는 신선함이 공존했다. 이런 패널들의 반응은 뉴트로를 대하는 기성세대와 요즘 세대 간의 차이점을 자연스럽게 내포하고 있다.

■ 레트로 vs 뉴트로 차이? '옛 것을 바라보는 시선'

이처럼 방송에서 뉴트로를 둘러싼 세대 간의 시선 차이를 드러낸 장면은 지코의 일화뿐만이 아니다. 

최근 방송한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는 모델 겸 디자이너 김원중이 김국진에 그런지룩의 일종인 일명 ‘딘드밀리룩(가수 딘과 키드밀리가 즐겨 입는 룩을 일컫는 말)’을 스타일링했다. “이게 요즘 1020 세대한테 엄청 핫한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낚시조끼 같은 옷에 벙거지 모자를 쓴 김국진은 “이상하지 않아? 패션 모른다고 너무 한 거 아냐? 나도 이 정도는 알아!”라며 발끈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를 지켜보던 윤종신은 “북한산 자락에 이런 분들 많다”고 농담을 던졌다. 반면 함께 게스트로 출연한 딘은 “요즘 홍대 가면 70%가 이렇게 입고 있다”고 트렌드를 증명했다.

(사진=MBC 화면 캡처)
(사진=MBC 화면 캡처)

tvN ‘알쓸신잡3’에서는 방직공장을 개조한 강화도의 한 카페와 그 주변이 대화의 화두에 올랐다. 출연진은 “완전 시간여행이다. 기억을 소환하는 장치가 온갖 곳에 있다. 모여서 커피 마시고 너무 웃기더라”라는 말들을 주고받았다. 반면 해당 카페를 검색해보면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하다는 뉘앙스의 리뷰들이 많다.

올리브채널 ‘밥블레스유’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막내로 합류한 장도연은 을지로를 “요즘 젊은이들의 성지”라고 소개하며 이영자, 최화정, 송은이, 김숙을 곳곳으로 이끌었다. 네 사람은 익숙한 듯 골목을 소개하는 장도연과 달리 처음 본 광경에 탄성을 질렀다. 

젊은 세대, 일명 Z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꽂힌 건 이미 한 차례 지난 세대를 풍미했던 것들이다. 그런데 이를 직접 겪어온 기성세대는 현재로 소환된 과거를 낯설어하고, 오히려 젊은 세대가 나서 이를 예찬한다. 과거를 복각하고 추억하느냐, 신선한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같은 복고라도 ‘레트로’와 ‘뉴트로’로 나뉘는 것이다.

옛 것을 바라보는 세대 간 인식 차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중앙일보 강남인류가 SM C&C의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를 통해 지난 5월 20~50대 성인 남녀 400명에게 뉴트로 트렌드와 관련해 질문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71.7%(287명)가 로고컵 등 복고풍 리빙용품과 복고 맛집에 대해 호감을 드러냈다. 그 중 ‘새롭다(35.2%)’ ‘신기하다(32.0%)’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런가 하면 호감의 이유에는 세대별로 차이가 있었다. 50대 응답자 대부분은 ‘추억’ ‘향수’ ‘그리움’, 30~40대는 ‘운치’ ‘친근함’ 등을 말했다. 그런가 하면 20대는 ‘신기함’ ‘모던’과 같이 이전 세대들과 상이한 감상을 언급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사진=픽사베이 제공)


■ Z세대가 옛 것에 열광하는 이유

그렇다면 젊은 세대는 왜 과거에서 새로움을 찾으려고 하는 것일까. 우선 요즘의 사람들은 기존의 것에 금방 질려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재미를 찾는데 익숙하다. 콘텐츠가 노출되는 채널이 다각화되고 트렌드 또한 시시각각 변하면서 적응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행의 유통기한은 짧다. 새로 창작되는 것들에도 한계가 있으며 문화로까지 자리 잡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보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기존의 것에서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들을 찾는 편이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트렌드를 경쟁하듯 ?i는 문화 속에 있는 지코 역시 과거로 회귀에 끌린 이유 중 하나로 “창작을 하다 보니 새로운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뒤돌아 반대쪽으로 가면 어떨까 생각했다. (오히려) 앞으로 가면 기다리고 경계해야 하고 발 빨리 움직여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뉴트로는 트렌드를 따르는 게 아니라 ‘만들기’ 위한 그의 선택이었다.

지난 유행에서 새로운 유행을 찾는 과정에는 재미가 동반된다. 이미 유행이라고 제시된 결과를 따르는 게 아니라, 주체성을 지니고 자신의 취향과 부합하는 것들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즉 뉴트로는 개인의 탐색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진 집결지에 가깝다. 그리고 이는 개성을 중요시 하는 요즘 세대의 특성과 만나 더욱 견고한 붐을 일으킨다.

동묘 구제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옷이나 시계 등 소품을 발견하는 데 푹 빠졌었다는 이모씨(28.여)는 “처음에는 레트로한 것들에 끌리는 내가 유행을 타는 건지, 아니면 정말 좋아하게 된 건지 헷갈렸다. 왠지 다른 사람들을 따라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나만의 시선으로 물건을 고르고 내 방식대로 활용을 하지 않나. 또 ‘옛날’이라는 시기가 특정 시기를 말하는 게 아니라 무궁무진한 시간들이다 보니 본인의 취향과 맞는 시대를 골라 파고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들 속에서도 확 끌리는 요소는 개개인마다 다를 것 같다”면서“ 이제는 옛날 물건들을 보고 사고 좋아하는 게 유행이 아니라 내 취향을 쌓기 위한 취미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이런 젊은 세대의 놀이로 자리 잡은 ‘뉴트로 문화’에 대해 “이제 1020 세대에게 뉴트로는 단순한 소비트렌드를 넘어서 경험형 소비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속 퀸(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대중문화 강타한 뉴트로...음악으로 실감하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뉴트로는 빠른 흐름 속 늘 새로운 것을 향해 달려 나가야 하는 대중문화 판도에 손길을 뻗쳤다.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분야는 바로 음악이다. 그 중에서도 아날로그 트렌드를 가장 잘 대변하는 건 LP(바이닐)이다. 장기하, 지코, 크러쉬, 카더가든 등뿐만 아니라 수많은 가수들이 LP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젊은 음악 팬들도 LP판을 찾아다닌다. 실제 서울레코드페어에 방문했을 당시에도 주된 방문객은 20대였고, LP판을 들을 수 있는 이태원의 현대카드 바이닐앤플라스틱와 바이닐클럽 등에도 젊은 손님들이 대다수였다.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11월13~12월12일)간 턴테이블·LP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급증했다. 카세트 플레이어와 CD 플레이어도 각각 170%, 168%로 대폭 상승했다. 옥션에서 역시 같은 기간 턴테이블 거래액은 127% 늘어났다. 더 나아가 한국에서 볼 수 없던 LP 제작공장도 13년 만에 부활했다. LP 생산업체인 마장뮤직앤픽처스는 지난해 6월 서울 성수동에 ‘바이닐팩토리’를 차렸다.

1970년대부터 90년대 가요를 재해석한 결과물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룹 위너 송민호가 최근 발표한 솔로 정규 1집 앨범 ‘XX’ 타이틀곡 ‘아낙네’는 70년대 대중가요 ‘소양강처녀’를 재해석한 곡이다. 지금은 활동하지 않지만 그룹 트리플H도 과거를 미래지향적인 시선으로 풀어내는 ‘레트로 퓨처리즘’의 활용 등 콘셉트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트리플H 멤버 현아는 ‘레트로 퓨처’ 발표 쇼케이스에서 “현재 이룬 것들도 많지만 예전의 것에서도 새로운 멋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온스테이지 디깅클럽서울’은 네이버문화재단과 뮤직 크리에이티브 그룹 스페이스오디티가 함께 기획하는 20세기 음악 발굴 프로젝트다. 한국의 시티팝을 재해석하는 것으로, 죠지(김현철 ‘오랜만에’), 술탄오브더디스코(이재민 ‘제 연인의 이름은’), 스텔라장(윤수일 ‘아름다워’) 등을 거쳐 또 다른 곡들이 탄생했다. 

뿐만 아니라 CGV에 따르면 역사적인 영국 팝밴드 퀸(Queen)의 시대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장 높은 관객층은 20대(31.6%)였다. 최근 10~20대는 퀸의 노래와 역사를 찾아가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이에 힘입어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는 멜론 주간차트(12월17~23일) 24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CJ ENM은 이렇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먼저 뉴트로 열풍을 실감케 한 음악을 활용한 프로그램 ‘원스 인 어 라이프타임(Once In A Lifetime)’도 만들었다. UXN은 티엘씨(TLC), 노엘 갤러거, 모비, 나일 로저스 등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던 가수들을 음악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재조명한다. UXN 관계자는 “한 때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던 아티스트들이 매회 출연해 뉴트로 열풍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트로 감성] ①스치는 유행 아닌 생활방식? 새롭게 정의된 뉴트로
[뉴트로 감성] ②"너무 힙해요" 지코부터 퀸까지, 옛 것에서 찾는 새로움
[뉴트로 감성] ③‘모뎀족’ 기자, 일상 속 레트로vs뉴트로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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