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노플로(사진=필굿뮤직)
[뷰어스=한수진 기자] “나를 한 단어로 표현한자면요? 완벽주의자요. 사실 완벽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예요(웃음). 그렇지만 완벽하려고 노력하죠. 의식하고 디테일을 꼼꼼히 챙기는 편이에요”
래퍼 주노플로는 음악 앞에서만큼은 완벽주의자다. 한 순간 소비되는 음악이 아닌 길이 남을 음악을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과도 일맥상통한다. 당장의 이익을 좇지 않기에 더 멀리보고, 그렇기에 천천히 탄탄한 음악을 쌓아올린다.
지난 9일 발매한 청 정규 ‘Statues’(스태튜스)는 이러한 주노플로 이념을 잇는 초석 같은 앨범이다. 이전 EP앨범 ‘Only Human’(온니휴먼)을 통해 인간으로 느낀 그만의 철학적인 감정을 해석했던 그는 이번 새 음반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12개 트랙으로 채웠다.
“음악을 시작했을 때부터 항상 목표가 정규 앨범을 만드는 거였어요. 사실 랩은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음악에 콘셉트를 잡고 프로젝트를 준비해 곡을 잇는 건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이러한 작업물을 만들고 싶었어요. 지난해 앨범 작업하면서 생각했던 게 많았어요. 이렇게 좋은 결과물이 나오니 기분이 좋아요”
‘Statues’엔 다양한 주제와 장르음악이 고루 담겼다. 자긍심, 믿음, 물질만능주의, 사랑의 발견, 명예에 대한 의미 고찰 등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것은 물론 소소한 일상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자 했다. 재즈, 라틴, 트랩 등의 장르 또한 아우르며 주노플로의 자전적이며 예술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앨범 만들면서 많이 생각한 게 ‘내가 죽을 때 이 세상에 뭐가 남아있을까’였어요. 내 음악으로 중요한 걸 남기고 싶었어요. ‘Statues’라는 타이틀은 엄청 대단한 일들을 한 사람에게 주어지잖아요. 이 앨범으로 내 동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매일매일 생각 없이 살기보단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작업물을 남기며 살고 싶었어요”
주노플로(사진=필굿뮤직)
그래서인지 ‘Statues’엔 그만의 색으로 채운 곡들로 빼곡하다.
“첫 정규앨범이지만 음악한 지는 10년이 됐어요. 그런 만큼 생각을 많이 하고 음악을 만들었죠. 음악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난 다른 래퍼들이랑 달랐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지만요. 뻔하게 요새 나오는 트렌디한 음악을 들었을 때 ‘이런 게 또 나왔네’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물론 이런 음악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이 앨범을 만들면서 타임리스한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드렁큰타이거 노래처럼 오랫동안 들을 수 있는 음악이요. 20년 뒤에 들어도 만족하고 싶었어요”
‘아시아의 별’ 보아의 피처링도 화제였다. 보아는 재지한 힙합트랙인 ‘Autopilot’(오토파일러트)에 참여했다. 보아가 국내 힙합 뮤지션 앨범에 피처링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노래를 만들면서 보아를 섭외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이드를 짠 후 가사도 다 썼는데 완성된 느낌이 없었죠. 여기에 ‘하나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보아였어요. 보아가 있으면 완벽할 것 같았어요. 프로듀서와 이야기 나눈 후 보아에게 가이드 곡을 보냈어요. 보아가 곡을 듣고 바로 피처링을 수락해줬어요. 스튜디오 가서 녹음하는 것도 직접 보고 원활한 작업을 펼쳤죠”
이번 섭외는 지난해 주노플로가 보아 앨범에 피처링 하면서 연을 맺은 것이 토대가 됐다.
“지난해 보아 앨범에 피처링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다시 작업하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었죠. 내가 보아 앨범에 피처링을 한 번 했으니 이번엔 내 노래에 보아를 섭외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작업하게 됐어요”
■ “이제 참가자로는 ‘쇼미더머니’ 안 나가요”
엠넷 ‘쇼미더머니’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주노플로는 앞서 엠넷 ‘쇼미더머니’ 시즌5,6에 참가자로 출연한 바 있다. 방송 당시 화려하면서도 파워풀한 래핑으로 유력 우승후보로 꼽히며 메인 출연자로 활약했다.
“이제 참가자로는 ‘쇼미더머니’에 나갈 생각은 없어요. 프로듀서 섭외라면 모르겠지만 이제 참가자로는 안 나가도 돼요(웃음). 이젠 내 음악으로 일어서고 싶지 방송을 통하고 싶진 않아요. 그게 좀 위험한 방법인 것 같아요. 특히 음악하는 사람들에겐 더 그렇고요. 유명세를 단기간에 얻을수록 대중의 기대감이 엄청 빨리 올라가요. 난 이제 음악적으로 대중의 기대감을 올리고 싶어요”
래퍼로서의 청사진도 뚜렷하다.
“일단 한국 힙합씬에서 1집을 내서 기초를 다진 것 같아요. 앞으로 계속 이렇게 완성된 프로젝트를 내고 싶어요. 음악 퀄리티에 신경을 많이 써요. 대충 만든 건 발표하고 싶지 않죠. 래퍼로서 퀄리티를 유지하고 싶어요. 그래서 전 세계 모든 팬들을 만나고 싶고, 프로젝트도 계속 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