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노란색은 재미있으면서도 편안한 느낌이잖아요. 그걸 다른 분들한테도 전달하고 싶어요”
싱어송라이터 로니추(Ronny Chu)에게 “노란색을 좋아하나보다”라고 묻자 “비비드 컬러를 좋아한다”는 대답과 함께 위와 같은 말이 돌아왔다.
로니추에게 이런 질문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로니추가 최근 낸 첫 번째 미니앨범 ‘GMT+9’의 앨범 커버에는 그가 샛노란 색을 배경으로 서 있다. 그간 낸 앨범의 커버가 톤 다운돼 차분한 느낌을 줬던 것을 생각하면 확 튀는 모습이다.
의외의 변화로 다가온다. 하지만 오히려 이게 더 적합한 느낌이다. 로니추의 음악은 다양한 장르와 위트가 돋보이는 곡들이기 때문이다. 로니추는 ‘개나리색’ 같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노란색 중에서도 개나리색은 어린아이 같은 순진무구한 모습과 솔직한 위트, 감각적인 활기가 돋보이는 색이다. 새 앨범을 계기로 만난 로니추는 우연찮게도 노란색 옷을 입고 왔다. 꾸미지 않고 멋진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던 로니추의 샛노란 이야기를 전한다.
'GMT+9' 앨범 커버
■ 로니추의 영국생활, 솔직한 반전으로 풀어내다
“앨범에 실린 트랙은 영국에서 만든 곡 중 처음부터 끝까지 데모가 완전하게 만들어진 곡들이에요. 학교 과제를 제출해야 돼서 마침표를 찍은 곡도 있고 처음 쓸 때부터 쉽게 완성한 곡도 있죠”
로니추는 약 5년 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첫 번째 미니앨범 ‘GMT+9’은 그 당시 만들어진 곡들을 수록한 앨범이다. 앨범명은 세계 표준시인 영국의 GMT(Greenwich Mean Time)와 한국시간을 뜻하는 +9를 조합한 제목이다. 영국에서 만든 곡을 한국으로 돌아온 로니추가 다듬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지난날을 회상하는 자전적 앨범일 경우 힘든 내용이 어두운 느낌의 트랙으로 담기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로니추의 앨범은 밝은 톤이라는 것이다. 가사는 직설적이다.
“이제는 그만 불을 낮추고 나를 껴안아 너의 품 안에”(‘Fantasy’ 中)
“정말 이렇게 쉽게 넌 내게 이별을 말해도 괜찮은가 봐/수없이 많은 추억들도 너를 붙잡아 줄 순 없나 봐”(타이틀곡 ‘그렇게 우린’ 中)
“비슷한 앞머리를 하고/한껏 뽐낸 앳된 얼굴/촌스러워 눈물이 툭 그리워 그 시절의 우리”(‘가끔 난 네 생각이 나’ 中)
“슬픈 노래를 밝게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예를 들어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노래가 밝아 보이는데 가사를 보면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네가 나를 찬 내용을 담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 반전이 좋더라고요. 슬픈 멜로디가 잘 안 나오기도 하고요. 그래서 나도 저런 식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약 3년간 리버풀공연예술전문학교를 다니고 1년 반 동안 일을 했던 로니추의 영국 생활 역시 좋았다. 추억의 아련함은 있지만 힘들지는 않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수록곡 중에 ‘가끔 난 네 생각이 나’는 영국 생활을 생각나게 하는 곡이에요. 친구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놀던 시간이 그립다는 내용이거든요. 이 곡을 들으면 그 때의 감성들이 떠올라요. 그 때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앨범 작업하면서도 친구들과 놀던 시절이 가장 많이 생각났거든요. ‘신경꺼’는 학교에서 녹음한 그대로를 가져다 써서 더 아련한 게 있고요”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오히려 힘든 걸 비교하자면 지금의 로니추가 더한 편이다. 당시에는 진로고민만 하면 됐지만 지금은 현재 나이부터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 등이 고민되며 조바심이 들기 때문이다. 로니추는 “지금이 더 고민이 많은 시기다. 현실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로니추에게 영국 생활은 외로운 타지생활이 아니라 행복의 한 조각이었던 셈이다.
“영국에서 처음으로 음악을 배워서 한국에서의 음악생활과 영국에서의 음악생활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다만 다른 점은 있었어요. 연습량이요. 영국에서 학교 다닐 때는 나를 비롯해 모두가 연습을 거의 안했거든요. 놀면서 했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연습을 많이 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그런가 하면 영국에서의 학교생활이 자유로워 보이면서도 비즈니스 측면으로는 스스로 PR을 잘 해야 해요. 다들 공연이 끝나면 A&R팀이나 공연장 매니저 등을 찾아가 자신의 앨범을 건네고 이야기하는 데 굉장히 적극적이에요. 학교에서 그걸 가장 먼저 배울 정도에요”
■ ‘GMT+9’를 시작으로 마주할 또 다른 로니추
낯을 가리는 로니추의 성격상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매니지먼트과를 다니던 친구들과 함께하며 점차 자신감을 얻었다. 그런 것처럼 한국에서는 다양한 편곡자들과 합을 맞추며 앨범을 완성했다. 로니추는 작사, 작곡을 모두 하지만 편곡은 본인이 하지 않는다.
“혼자 곡을 쓰다보면 다양한 느낌이 나지 않는데 편곡자 분들이 새롭게 꾸며주신 노래를 듣고 또 부르면 재미있어요. 똑같은 곡이어도 편곡자에 따라 전혀 다른 곡이 나올 수 있죠. 그래서 어떻게 해달라고 주문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냥 멋있게 만들어 달라고 해요. 이번 앨범은 예전의 아련한 느낌보다 요즘 느낌으로 편곡했어요. 영국에서 쓴 곡이지만 한국에서 새롭게 나온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싶었거든요”
대신 로니추는 가사를 수정하는 데 시간을 투자했다. 영어로 먼저 노랫말을 쓰기 때문에 이후 한국어로 수정을 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영어와 한국어의 뉘앙스 차이로 인해 어떤 표현이 좋을까 더 고심했다. 날 것의 느낌, 직설적인 느낌은 살리고 싶은데 그렇다고 직역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아예 한국어 가사를 먼저 쓰려고 책도 많이 읽고 있다고. 더 나아가 로니추는 발음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 정확히 노래하는 데에도 신경 썼다.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GMT+9’가 처음으로 받아 든 피지컬 앨범이에요. 이렇게 만져지는 CD가 나오니 가족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내 딸 진짜 가수다’라는 느낌을 받으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어른들은 이런 게 중요하시니까. (웃음) 나도 드릴 수 있는 앨범이 있는 게 좋기도 하고 가족들을 뿌듯하게 만들었다는 것에 또 뿌듯했어요”
로니추는 2017년 소속사 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고 그 해 싱글을 두 장 냈다. 지난해에는 갖은 경연에 몰두하며 곡 발표보다 또 다른 경험을 쌓는데 더 집중했다. 경연에서는 매번 최종 후보까지 올라가며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아무래도 경연은 공연과 달라요. 계속 시험을 보는 느낌에 성적을 매긴다는 중압감이 있죠. 그런 무대를 거듭하면서 긴장감을 즐기고 자신감 있게 나설 수 있는 방법을 배웠어요. 이제 경연이든 공연이든 잘 할 수 있게 됐죠. 물론 공연이 더 재미있지만 둘 다 훌륭히 해내서 자연스럽게 즐기는 것과 잘 하는 게 합쳐진 수준에 이르렀으면 좋겠어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하더라도 그냥 잘하는 게 몸에 배어 있는 거예요”
로니추는 멋져지고 싶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멋진 모습’은 무대를 휘어잡으며 관객들이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공연을 하는 순간 나온다. 이때가 바로 즐기는 것과 잘하는 것의 조화가 이뤄져야 나오는 경지다. 로니추는 그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앞으로도 샛노란 색은 유지하되 다른 결, 다른 톤으로 대중을 찾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올해는 공연을 많이 하고 싶어요. 경연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아니라 공연장에서 다같이 즐기는 무대를 했으면 해요. 지난해 못 보여드렸던 모습들도 있어서 아쉬운데 이를 바탕삼아서 더 열심히 하려고요.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라는 느낌의 곡을 계속 낼 거예요. 나 또한 어떤 걸 좋아하고 잘하는지 스스로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거든요. 이것저것 바뀌되 이질감이 들지 않는 로니추가 될게요. 함께 걸어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