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첫 방송 시청률 1.7%를 기록하며 다소 저조한 성적으로 출발한 JTBC 금토드라마 ‘스카이(SKY)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이 종영까지 1회 만을 남겨뒀다. 기대도, 주목도 받지 못했던 ‘스카이캐슬’이 기적을 일으킨 데는 대한민국 입시문제를 소재로 회마다 영화처럼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선보이는 대본, 미장센이 돋보이는 연출, 배우들의 흡인력 강한 연기가 큰 몫을 했다. 덕분에 지난 19회로 자체 최고 시청률 23.2%를 돌파, 비지상파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과연 지난 2달 간 신드롬급 인기를 얻은 ‘스카이캐슬’이 안방극장에 남긴 것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사진='스카이캐슬' 포스터)
[뷰어스=손예지 기자] ‘스카이캐슬’의 명과 암이 공존한다.
‘스카이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석조주택단지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자식은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욕망을 파헤친 작품이다.
조현탁 PD는 제작발표회 당시 ‘스카이캐슬’에 대해 “최고의 의과대학을 보내려고 하는 미쳐 날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굉장히 일반적이지 않고 스페셜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면서 “‘저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 팔짱 끼고 지켜보다가 문득 자신과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과연 그의 말대로였다. ‘스카이캐슬’은 현재 우리 사회 수험생과 그 부모들이 처한 입시 제도의 현실을 상세히 그려내며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학생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으로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애를 쓴다. 학종은 내신 성적 외에도 임원 경력, 봉사 활동 등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요구하는 전형이다. 이에 ‘스카이캐슬’ 부모들은 학종을 전적으로 관리해주는 입시 코디네이터를 고용한다. 배우 김서형이 연기한 김주영 캐릭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극 중 김주영은 고용주, 즉 부모에게 고액을 받고 학생의 성적을 관리해준다. 등학교를 책임지는 것은 물론, 수능문제출제위원 출신 등 걸출한 인사들을 교사로 두고 전과목 수업을 실시한다. 이처럼 ‘스카이캐슬’을 통해 초고액 사교육 시장의 일면이 드러나면서 반응이 뜨거웠다.
(사진=JTBC 뉴스화면)
실제로 무등록 고액 과외는 불법에 해당한다. 때문에 ‘스카이캐슬’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던 고액 과외 시장을 고발한 셈이다. 이에 정부도 움직였다. 지난 24일 24일 교육부, 공정거래위원회,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국세청, 경찰청이 함께 ‘학원 등 합동점검 범부처협의회’를 개최하고 이달말부터 11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초고액 과외 관련 합동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4구와 양천·노원구, 일산·분당 신도시, 용인, 수원, 부산, 대구, 세종 등 대도시 학원 밀집지역을 점검 대상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신학기인 1~3월에는 선행학습 유발 광고와 거짓·과대광고를 한 보습학원과 영어유치원과 같은 고액 유아 대상 학원을 점검하고, 4월에는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 학원을 점검한다. 올해부터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되면서 이를 이용해 학부모 불안 심리를 부추겨 거짓·과대 광고를 하는 불법 학원이 성행한 탓이다. 방학 기간인 7월에는 기숙형 학원과 불법 어학 캠프를 점검한다. 대학 입시를 대비한 논술 등 고액 입시학원과 입시 코디네이터 점검은 수능이 임박한 9~11월에 이뤄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고액 입시 코디들에 대해 교습비 초과 징수, 교육지원청 미신고 등 탈법 소지가 있는지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점검을 통해 적발된 불법 학원은 과태료와 행정처분을 받고, 탈세 혐의가 확인되면 세금도 징수당한다. 앞서 지난해 172개소 학원을 합동점검한 결과, 학원법 위반사항 149건을 적발된 바 있다. 이에 교육부는 교습 정지 2건, 과태료 부과 24건(5500만원) 등 총 160건을 제재했다.
(사진=tvN 방송화면)
그야말로 ‘스카이캐슬’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스카이캐슬’에서 소상히 그려진 일련의 교육법이 역으로 교육열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소셜벤쳐 ‘공부의 신’ 설립자 강성태 대표는 최근 YTN 뉴스에 출연해 “특정 사교육 업체에서 코디라는 이름을 쓰기는 했지만 원래 명칭은 컨설턴트나 코치였다”며 “이제는 코디가 일상화됐다. (‘스카이캐슬’을 통해) 거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에 있는 학부모들은 존재조차 몰랐던 (입시 코디네이터에 대해) ‘저런 것을 받아야 되는구나, 저걸 안 받으면 안 되는구나, 지금까지 우리는 뭐했지’라는 생각 때문인지 많이들 질문을 해온다”며 ‘스카이캐슬’의 부작용을 짚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포털사이트에서는 ‘예서 책상’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일이 있었다. ‘스카이캐슬’에서 예서(김혜윤)가 방에 두고 쓰는 1인용 독서실 ‘스터디큐브’를 뜻한다. 방송인 신재은이 영재 아들 정우 군을 위해 ‘예서 책상’을 구매하고자 검색하는 모습이 tvN ‘둥지탈출3’에 공개되면서 덩달아 화제를 모은 것이다. 실제로 ‘스카이캐슬’ 방송 이후 스터디큐브의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스카이캐슬’이 입시 제도의 문제를 고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인 점을 고려하면 이 드라마가 불러 일으킨 후폭풍에서 아이러니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