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들(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뷰어스=한수진 기자] “나에게만 집중해봐 남들 눈이 중요한가”
첫눈에 반한 상대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퍼붓는다. 타인의 시선도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감정이 모든 행동의 주체가 된다. 사랑 앞에서 당당할 뿐이다. (여자)아이들의 ‘세뇨리따’에 대한 이야기다.
(여자)아이들은 데뷔곡부터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들을 이어왔다. 자신들의 팀명처럼 여자의 사랑을 그려내고자 했다. ‘라타타’에서는 “뜨겁게 불태울 거야”라며 사랑을 주도했고, ‘한’에서는 사랑이 식어버린 상대에게 “붙잡지 않아 끝”이라며 꽤 쿨한 이별을 보여줬다. ‘세뇨리따’는 이 사랑 노래의 완결판 같은 과감함이 더해졌다. 그리고 세 곡 모두 큰 인기를 끌면서 (여자)아이들의 노래엔 상징성까지 부여됐다.
한때 실연당한 여자들의 노래방 애창곡은 키스의 ‘여자이니까’였다. 이별의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차갑게 식어버린 남자에게 애원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것이 가사의 주 내용이다. 욕하면서도 많이 그리울 거라던 구절은 구구절절하다 못해 비참하기까지 하다. 사랑 앞에서 철저히 주도권을 빼앗긴 모습이다. (여자)아이들의 노래는 ‘여자이니까’의 가사와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사랑의 주도권은 자신에게, 이별은 가차 없이 끊어낸다.
‘세뇨리따’는 첫눈에 반한 상대에게 끌리는 마음을 표현한 곡이다. 곡명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세뇨리따는 스페인어로 아가씨를 뜻한다. 주로 남성이 여자를 부를 때 쓴다. 영화에선 남성이 여자에게 작업을 걸 목적으로 종종 사용하는 모습이 연출되곤 했다. 이런 점들만 보면 ‘세뇨리따’라는 제목을 왜 넣었을까 의문이 들 수 있다. (여자)아이들이 세뇨리따로 불리는 대상이기 때문. 하지만 이 부분에서 ‘세뇨리따’의 대상이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을 위한 것이란 걸 알 수 있다. 결론은 모든 이에게 ‘사랑 앞에 당당하라’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여자)아이들(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 (여자)아이들, 목적과 의식 가지고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아티스트
블랙핑크, 레드벨벳, 여자친구, 러블리즈 등은 잘 짜인 콘셉팅에 맞춰 자신들의 매력을 최대치로 보여준다. 반면 (여자)아이들은 자신들의 콘셉팅부터 직접 짠다. 활동의 핵심인 타이틀곡부터가 자작곡이다. (여자)아이들을 인기 여자아이돌 중 거의 유일하게 자작곡을 선보이는 그룹이다. 목적과 의식을 가지고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아티스트라는 말이다. 최근 발매한 신보도 아이(들)이 만든 앨범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I made’로 지었다.
(여자)아이들은 아이들이라는 이름을 지녔지만 아이보단 어른에 가까운 모습이다. 화려한 화장과 의상, 역동적인 퍼포먼스, 진취적인 메시지까지 소녀라기보단 워너비 여성에 가깝다. 소녀가 여성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수용 대상을 다양하게 이끌어냈다.
‘I made’로 프로듀서로 참여한 소연은 “특정 장르로 이야기할 수 없는 ‘아이들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알고 부르는 것과, 시켜서 부르는 것은 극명한 차이를 낳는다. 손에 쥔 카드부터가 다른 (여자)아이들이 세 번 연속 성공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