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이에스픽쳐스)
(사진=제이에스픽쳐스)

[뷰어스=손예지 기자] ‘닥터 프리즈너’ 박은석, 과연 ‘악역의 정석’이다.

KBS2 ‘닥터 프리즈너’가 방송 3회 만에 10%대 시청률을 돌파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벌써 최고 시청률 14.5%를 돌파했다.(8회,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현실이 매일 펼쳐지는 가운데, 사회악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통한 것이다.

선과 악의 대립이 비교적 뚜렷한 드라마에서는 주인공만큼 ‘악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캐릭터의 악랄함이 극대화될수록 주인공이 그를 무너뜨릴 때의 통쾌함도 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환 역의 박은석은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박은석이 연기하는 이재환은 ‘닥터 프리즈너’ 속 모든 사건의 계기가 되는 인물이다. 대학병원 엘리트 의사로 통하던 주인공 나이제(남궁민)를 한순간에 추락하게 만든 이가 바로 이재환인 것이다. 

이재환은 극 중 태강그룹 둘째 아들로, 서자(庶子)라는 자격지심에 사로잡혀 있다. 때문에 기분에 따라 사고를 치고 다니기 일쑤이다. 나이제와의 악연도 같은 이유로 시작됐다. 자신이 물려받을 줄 알았던 병원이 배다른 형의 손에 넘어가게 되자 홧김에 나이제의 인생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에 ‘닥터 프리즈너’ 첫 회, 나이제가 의료사고로 환자를 사망케 했다고 고발한 뒤 “내가 얘기했지? 네 의사 생활, 내가 책임지고 끝장 내준다고”라던 이재환의 비열한 미소는 시청자의 분노를 유발하는 동시에 나이제에 대한 감정 이입을 이끌었다.

(사진=KBS2 방송화면)
(사진=KBS2 방송화면)

이처럼 첫 방송부터 ‘닥터 프리즈너’의 대표적인 ‘분노 유발자’가 된 이재환이다. 여기에는 캐릭터의 비열함을 실감나게 소화한 박은석의 공이 크다. 특히 박은석은 유독 악역과 만났을 때 연기 시너지가 남다른 배우라 ‘닥터 프리즈너’에서도 그의 강점이 제대로 발휘됐다는 평이다.

연극에서 주로 활약하던 박은석이 안방극장에 발을 들인 작품은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2015)이었다. 당시 여자 학생들 사이에 인기 많은 미술 교사 역을 맡았다. 잘생긴 외모 뒤로 비밀을 감춘 듯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뽐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2016~2017)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2017)을 통해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받은 박은석이다. ‘닥터 프리즈너’에서와 마찬가지로 ‘분노 유발자’ 캐릭터를 맡은 덕분이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는 야망은 넘치지만 능력은 부족한 민효상 역으로,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에서는 얄미운 양반집 도련님의 전형, 수학 역으로 각각 변신해 열연을 펼쳤다.

잇단 악역 캐스팅에는 박은석 특유의 이미지가 크게 작용한 듯 보인다. 날렵한 인상의 외모와 쏘아 붙이는 듯한 말투가 박은석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에 TV 속 박은석은 악역으로 익숙하지만, 사실 본래 스펙트럼은 더욱 넓은 배우다. 

그간 무대 위 박은석은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부터(‘옥탑방 고양이’ 경민 역) 애정결핍 소년(‘엘리펀트 송’ 마이클 역) 고지식한 프랑스 남자(‘아트’ 마크 역)까지 여러 얼굴을 보여줘 왔다. 작품과 캐릭터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에서 박은석의 풍부한 표현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경험 덕분인지 제스처가 크고 추임새의 사용이 능청스러운 것도 박은석의 장점 중 하나다. 

이 같은 장점은 악역을 연기할 때도 빛을 발한다. 박은석이 연기한 악역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마냥 나쁘게만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 박은석의 극적인 표정과 동작, 말투 등이 재미 요소가 된다. 이에 따라 ‘닥터 프리즈너’의 이재환 역시 필로폰 투약 혐의로 잡혀 들어온 교도소에서 조직 폭력배의 존재에 겁을 집어먹는 모습 등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시청자들의 분노만 아니라 웃음까지 유발하는 박은석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