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매주 극장가에는 수많은 신작들이 쏟아진다. 상업영화의 해일 속 새로운 소재로 틈새시장을 노린 작은 영화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이에 작은 영화들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이 영화들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조명해보고자 한다.
사진=영화 '뷰티풀 보이스' 스틸
영화 ‘악인전’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걸캅스’가 뒤를 좇고 있는 가운데, 성우들의 세계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조명한 영화들이 극장가 소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 ‘뷰티풀 보이스’: 누구나 공감할 ‘웃픈’ 현실
좁아터진 부스 안에서 광고주가 내린 새로운 미션을 소화해야 하는 성우들의 좌충우돌 소동을 그린 영화다. 녹음실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펼치는 활약이 유쾌함을 자아낸다.
인물들의 성격과 개성이 확실한 만큼 엉뚱한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지만, 유명 배우에게 무시당하는 성우의 현실, 광고주의 무리한 요구에도 쩔쩔매는 박 사장 등 누구나 공감할 만한 현실감 넘치는 에피소드들이 뭉클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박호산부터 김민주, 배유람, 이이경 등 충무로 신스틸러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주는 재미도 있다.
■ ‘김군’: 현재 진행 중인 그날의 아픔
영화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찍힌 한 장의 사진 속 인물을 찾는 것에서 시작된다. 극우 논객 지만원 씨가 철모를 쓰고 무기를 쥔 채 카메라를 응시 중인 시민군을 두고 북한 특수군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영화는 김군을 찾기 위해 당시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고, 그들이 풀어놓는 생생한 증언들은 그 자체만으로 마음을 울린다. 제작진은 그들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화면에 담아내며 역사가 아직 현재 진행 중임을 묵직하게 상기시킨다.
사진=영화 '김군' '로제타' 스틸
■ ‘로제타’: 20년 만에 국내 상륙한 다르덴 형제의 기념비적 작품
평범한 삶을 꿈꾸는 소녀 로제타의 치열한 성장기를 그린 영화다. 다르덴 형제는 이 작품을 통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며, 20년 만에 국내 극장에서 정식 개봉을 하게 돼 더욱 기대를 받고 있다.
영화는 알코올 중독자인 엄마와 사는 로제타가 몸담은 세계를 현실적으로 담아낸다. 특히 다르덴 형제 특유의 촬영 기법인 롱 테이크와 핸드 헬드는 현실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이는 보는 이들에게 어두운 사회를 그대로 직시하게 만든다. 실제 이 영화를 통해 벨기에 사회에서는 청년실업대책의 하나인 ‘로제타 플랜’이 생기기도 했다. 사회적 반향을 끌어낸 기념비적인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