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현지 기자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한국 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판타지 영화 같다”는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제 시선은 국내 개봉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쏠린다.
25일(이하 현지 시각) 오후 7시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 폐막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번 황금종려상은 올해 100주년이 된 한국 영화 최초의 쾌거다. 그간 국내 영화들의 본상 수상 경험은 있었지만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과는 인연이 없었던 것이다.
봉 감독은 수상 직후 “‘기생충’은 큰 영화적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며 “홍경표 촬영 감독을 비롯해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감사드린다. 그 많은 예술가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맘껏 지원해준 CJ엔터테인먼트에도 감사드린다.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단 한 장면도 찍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제 공식 상영 이후 ‘기생충’을 향한 호평은 쏟아졌지만 켄 로치 감독을 비롯해 페드로 알모도바르, 다르덴 형제, 짐 자무쉬 등 세계적 거장들이 모두 경쟁작에 진출한 상황에서 쉽게 ‘기생충’의 수상 여부를 추측하기는 어려웠었다. 그러나 영화제에서 ‘기생충’의 존재감은 단연 눈에 띄었다. 이렇다 할 화제작들이 없어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21일 공개된 ‘기생충’을 향한 호평이 영화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폐막식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특별한 경험이었고, 다른 영화와 차별화 되는 느낌이 있었다”고 했다. 또한 다수의 매체에서도 봉 감독 특유의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과 유머러스한 표현 방식을 향한 극찬이 더욱 의미를 남겼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족 이야기로 전 세계인들의 호평을 끌어낸 ‘기생충’은 30일부터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수상으로 작품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국내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지 이목을 끌고 있다.
황금종려상은 처음이지만, 그간 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작품들은 그 관심을 이어받아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예술성이 강조된 경우에는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관객들의 외면을 받기도 했다.
2004년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올드보이’는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과 완성도 인정 모두를 성취했으며 2007년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주목받은 ‘밀양’은 16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쥐’ 또한 220만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2010년 ‘시’는 각본상을 수상했지만, 21만8898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하며 흥행에는 실패했다. 작년 ‘버닝’이 오랜만에 경쟁 부문에 진출해 이목을 끌기도 했으나 수상은 하지 못했으며, 큰 관심에도 52만8435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기생충’은 봉 감독이 강조했듯이 여러 장르가 복합된 장르 영화다. 때문에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봉 감독은 한국 사회의 이면을 극에 녹여낸 것을 이유로 “한국 관객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생충’은 30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