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수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봉준호 감독의 말은 ‘겸손’이었다. 그리고 그 겸손은 봉 감독을 빛내는 양념으로 변했다.
제72회 칸영화제 폐막식이 25일 오후 7시 30분(현지시간)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가운데, 경쟁 부문 진출작인 한국 영화 ‘기생충’이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네치아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기는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7년 만이다. 칸영화제 본상 수상은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각본상) 이후 9년 만이다.
한국영화는 2016년 ‘아가씨’(박찬욱 감독), 2017년 ‘옥자’(봉준호 감독), ‘그 후’(홍상수 감독), 2018년 ‘버닝’(이창동 감독)까지 매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지만, 수상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봉 감독의 ‘기생충’은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된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의 ‘영 아메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페인 앤 글로리’, 셀린 시아마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 등 21개 작품 가운데 최고상을 받았다.
이날 무대에 오른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PARASITE”(‘기생충’의 영어 제목)를 외쳤고,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은 환호했다.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았다”며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놀라운 모험이었다.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저와 함께해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한 장면도 찍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배우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영화감독을 꿈꾸던 어리숙한 12살 소년이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만지게 된다니….”라고 감격스러운 모습을 보인 후 “이 자리에 함께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저의 동반자 송강호의 소감을 듣고 싶다”며 자리를 내줬다. 무대에 오른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고 영광을 돌렸다.
심사위원장 이냐리투 감독은 폐막식 후 기자회견에서 “오랜 시간 고민하면서 선정했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유니크한 경험이었다. 다른 영화와 차별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