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칸 영화제 포스터
뚜렷한 화제작이 없고, 이상저온 현상으로 날씨가 쌀쌀해 이전보다 다소 위축된 분위기에서 진행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기 위한 노력만큼은 계속했다. 또 한국 영화들이 국제 무대에서 꾸준한 관심을 받은 것은 국내 팬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25일(이하 현지 시간) 제72회 칸 영화제가 12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오후 7시 열린 폐막식에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막을 내렸다.
이번 칸 영화제에서는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21작품의 화려한 면면들이 기대를 모았다. 페드로 알모도바르부터 켄 로치, 쿠엔틴 타란티노, 다르덴 형제, 봉준호 등 전 세계 거장들이 영화제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반에 접어들 때까지 뚜렷한 화제작은 나오지 않았다. 특히 개막작인 짐 자무쉬 감독의 ‘더 데드 돈트 다이’가 혹평을 받았고, 켄 로치와 다르덴 형제 등 오랜만에 복귀한 거장들의 작품들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을 들어 아쉬움을 남겼다.
그중 현지에서 호평을 받은 영화로는 봉준호의 ‘기생충’과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페인 앤 글로리’, 셀린 시아마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가 있다. 주요 매체 기자들의 평점을 종합한 순위를 공개한 영국 언론 매체 스크린데일리에 따르면 ‘기생충’은 4점 만점에 3.4점을 획득했고, 나머지 두 영화가 3.3을 기록했다.
전 세계 영화인들의 교류의 장이 되는 칸 마켓에 대한 반응도 이전보다는 조용했다. 그럼에도 국내 영화들에 대한 바이어들의 관심은 컸다. 국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은 ‘걸캅스’와 ‘극한직업’은 물론, 개봉을 앞두고 있는 ‘비스트’ ‘기방도령’이 칸 마켓에 소개됐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 ‘82년생 김지영’ ‘타짜: 원 아이드 잭’ 등 국내 기대작들도 칸에서 선을 보였다.
작년부터 꾸준한 관심이었던 성 평등 문제는 올해도 여전히 이슈였다. 칸 영화제 측에 따르면 올해는 이전보다 더 많은 여성이 스태프로 참여 했다. 총 974명의 스태프 중 468명이 여성이라고 밝혔다.
경쟁 부분에 진출한 여성 감독의 숫자도 늘었다. 경쟁 부문 4편, 주목할만한 시선 8편, 특별상영 3편, 단편 경쟁 부문 5편 총 20편의 작품이 여성 감독의 작품이며, 이는 지난해 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경쟁 부문 심사위원 역시 4명의 남성과 4명의 여성 심사위원으로 구성해 성 비율을 맞췄다.
그럼에도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의 명예 황금종려상 수상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는 있었다. 가정 폭력 논란이 있는 배우가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아도 되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티예리 프레모 집행 위원장은 “우리는 그에게 노벨평화상을 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배우로서의 그의 경력 때문에 명예 황금종려상을 주는 것”이라며 그에게 상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