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소담은 캐스팅 후 두 달 간 연락이 오지 않자 애가 탈 만큼 ‘기생충’의 기정을 원했다. 충분한 자신감이 있었다는 박소담이 그린 기정은 가난해도 당당하고, 야망 가득한 당찬 청년의 모습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시나리오를 받기 전 출연 제안이 진행됐지만 봉준호 감독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 초조했다.
“감독님이 처음 제안을 하셨을 때는 아직 시나리오가 나온 상태가 아니었다. 캐스팅을 하시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고 하시더라. 어느 정도의 시놉시스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것은 몰랐다. 그리고 캐스팅 후 두 달 정도 연락이 없으셨다. ‘내 역할이 바뀌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너무 조마조마했다. 나중에 나를 안 쓰시는 줄 알고 애가 탔다는 말씀을 드렸다.”
시나리오를 읽은 뒤에는 크게 만족했다.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기정 캐릭터에 대한 공감대도 있어 하루빨리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날만을 기다렸다. 과거 오디션을 보러 다니며 좌절 할 때의 상황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 더 마음이 가기도 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시나리오를 보는 눈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속도감이 있어서 잘 읽힌 것 같다. 특히 기정 캐릭터를 보고서는 감독님이 나에 대해 잘 아시나 싶을 정도로 대사들이 입에 잘 붙더라. 빨리 촬영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박소담은 집은 가난하지만 당당함만은 잃지 않는 당찬 기정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몰입도를 높인다. 때로는 오빠보다 더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가족들을 챙기고, 마음 같지 않은 현실에 시원한 욕을 내뱉는 등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입체감을 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송강호, 장혜진 등 선배들 앞에서 펼치기에 쉬운 연기는 아니었다.
“내가 현장에서 욕을 하면 송강호 선배님이 귀엽게 봐주셨다. 내가 ‘괜찮냐’고 여쭤보면 ‘막 하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너무 편하게 해주셔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기정이가 너무 예의 없고, 나빠 보이면 안 될 것 같아 걱정을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셔서 편안하고, 시원하게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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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에서 잠깐 함께 했던 송강호와는 두 번째 호흡이었다. 극 중 가족이었던 그들은 반지하 세트장에서 늘 살을 부대끼며 시간을 보냈고, 이 과정에서 박소담은 많은 조언을 얻으며 배울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정말 딸처럼 대해주시니까 나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인생 선배를 만난 느낌이다. 사소한 고민도 이제는 털어놓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 ‘잘 하고 있다’ ‘네 생각이 옳다. 이렇게 좋은 작업을 같이 할 수 있어서 좋다. 앞으로 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같이 하는 사람들이 정말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걸 느꼈다.”
베테랑 선배와 감독, 스태프들과 함께 하다 보니 시야도 더욱 넓어졌다. 특히 복잡하고 어려운 동선도 기가 막히게 맞아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과정의 즐거움을 깨달은 것은 이번 영화가 남긴 큰 자산이었다.
“동선이 많고, 카메라 무빙도 많았다. 콘티를 보면서 배우들의 움직임에 맞춰 어떤 대사와 카메라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을 해주셨는데 실제로 그게 다 맞아들어 가더라. 그때 엄청 짜릿했다. 그런 동선 모든 걸 계산하시고 시나리오를 쓰셨지 싶을 정도로 놀랐다. 그런 부분이 놀라웠다.”
②편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