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은 칸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지만 여전히 관객들의 반응이 두렵다고 했다. ‘설국열차’와 차별도 확실하고 영화에 대한 확고한 메시지도 있지만, 관객들의 해석이 만들어주는 풍성함을 아는 봉 감독은 영화의 진짜 의미가 만들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경제적 격차가 있는 두 가족의 모습을 통해 한국 사회의 단면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봉 감독 특유의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이 묻어난 작품이다. 봉 감독은 계급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설국열차’와 ‘기생충’이 비교되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수긍했다. 다만 SF 장르였던 ‘설국열차’와 결말에서의 확실한 차이는 있다고 설명했다. “‘기생충’은 ‘설국열차’를 찍은 직후 시작을 했다. 계급이라는 테마가 내 머리 속에 지배돼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의 성격이 워낙 다르다. ‘설국열차’는 SF의 틀에서 벌어지는 것이고, 아예 밖으로 나가 버린다. 빈자와 부자의 계급의 대립을 하다가 옆의 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하지만 ‘기생충’은 좀 더 현실적인 슬픔을 직시한다.” ‘설국열차’보다 각 인물들의 입체감이 더해졌다는 차이도 있다. 늘 착하게 그려졌던 반지하 가족이 박 사장 가족을 위협하는 모습이나 박 사장 부인 연교(조여정 분)의 순수함이 그 예다. ‘기생충’ 속 인물들은 내면에 숨겨진 양면성을 드러내며 다양한 결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다.    “미묘한 결이 있는 부자를 묘사하고 싶더라. 부자라고 하면 탐욕스럽고 기름기가 좔좔 흐르거나 노골적인 ‘갑질’을 하는 것으로 많이 표현되지 않나. 사실 현실적으로는 더 복잡 미묘하다. 이선균, 조여정 씨라면 그런 걸 잘 표현을 해줄 것 같았다. 그러니까 캐스팅을 한 것이기도 했다. 신흥 부자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취향도 있고 세련되지만 양파 껍질을 하나씩 벗기면 속에는 또 전통적인 모습이 없지는 않다. 그런 미묘한 레이어드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 레이어드를 보여주기 위해 봉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그들 가족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그들의 은밀한 뒷모습까지 담으며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강조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타인의 사생활을 부담스러울 만큼 가까이에서 목격하는 그런 영화다. 무대 자체가 집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영화의 90% 이상을 사적 영역에서 찍는 것이다. 타인의 사생활 또는 다른 계층의 사생활을 아주 가까이에서 목도를 하고, 거기서 스토리의 위험성이 나온다.” “그런 은밀한 상황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그래서 현미경으로 찍는 영화라는 표현을 한 거다. 그래서 촬영 감독과도 이것을 중점으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대만 카스테라 가게를 운영하다 망한 기택의 과거 등 진짜 있었을 법한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현실성을 높인다. 가정부가 북한 앵커를 흉내 내는 모습 등 한국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동시대 이야기를 할 때의 특권 또는 재미인 것 같다. 스토리에 스며들게 할 자신만 있으면 되는 것 같다. 대만 배급사가 보고 그렇게 웃었다고 들었다. 대만에서도 카스테라 가게를 열었다가 실패한 경우가 많고, 그걸로 짓궂은 농담을 한다고 했다. 그런 해석들이 영화를 풍성하게 해주시는 것 같다. 나는 단순하게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의미를 부여해주시면 감사하다.” 칸에서 받은 황금종려상은 이미 과거일 뿐, 봉 감독은 국내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고 있었다. 언론시사회 당시에도 분장을 하고 몰래 극장을 찾아야 겠다는 말로 반응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냈다. “요즘 반응을 보는 게 겁이 나서 인터넷을 잘 못한다. 대신 지인들이 보내주는 문자들은 본다. 유난히 문자들이 길다. 뒤풀이에서 해주는 반응들도 듣는다. 물론 와서 해주시는 이야기니 좋은 이야기겠지만 울었다는 분들이 많더라. 여운이 오래 간다는 공통적인 이야기도 있었다. 자상을 입은 것 같은 느낌도 있다고 하시더라. 내 입장에서는 ‘정서적인 강도가 센 편이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②편으로 이어짐

[마주보기①] ‘기생충’ 봉준호, 거장도 두려운 관객들 반응

장수정 기자 승인 2019.06.04 10:36 | 최종 수정 2138.11.07 00:00 의견 0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은 칸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지만 여전히 관객들의 반응이 두렵다고 했다. ‘설국열차’와 차별도 확실하고 영화에 대한 확고한 메시지도 있지만, 관객들의 해석이 만들어주는 풍성함을 아는 봉 감독은 영화의 진짜 의미가 만들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경제적 격차가 있는 두 가족의 모습을 통해 한국 사회의 단면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봉 감독 특유의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이 묻어난 작품이다.

봉 감독은 계급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설국열차’와 ‘기생충’이 비교되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수긍했다. 다만 SF 장르였던 ‘설국열차’와 결말에서의 확실한 차이는 있다고 설명했다.

“‘기생충’은 ‘설국열차’를 찍은 직후 시작을 했다. 계급이라는 테마가 내 머리 속에 지배돼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의 성격이 워낙 다르다. ‘설국열차’는 SF의 틀에서 벌어지는 것이고, 아예 밖으로 나가 버린다. 빈자와 부자의 계급의 대립을 하다가 옆의 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하지만 ‘기생충’은 좀 더 현실적인 슬픔을 직시한다.”

‘설국열차’보다 각 인물들의 입체감이 더해졌다는 차이도 있다. 늘 착하게 그려졌던 반지하 가족이 박 사장 가족을 위협하는 모습이나 박 사장 부인 연교(조여정 분)의 순수함이 그 예다. ‘기생충’ 속 인물들은 내면에 숨겨진 양면성을 드러내며 다양한 결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다.   

“미묘한 결이 있는 부자를 묘사하고 싶더라. 부자라고 하면 탐욕스럽고 기름기가 좔좔 흐르거나 노골적인 ‘갑질’을 하는 것으로 많이 표현되지 않나. 사실 현실적으로는 더 복잡 미묘하다. 이선균, 조여정 씨라면 그런 걸 잘 표현을 해줄 것 같았다. 그러니까 캐스팅을 한 것이기도 했다. 신흥 부자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취향도 있고 세련되지만 양파 껍질을 하나씩 벗기면 속에는 또 전통적인 모습이 없지는 않다. 그런 미묘한 레이어드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 레이어드를 보여주기 위해 봉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그들 가족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그들의 은밀한 뒷모습까지 담으며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강조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타인의 사생활을 부담스러울 만큼 가까이에서 목격하는 그런 영화다. 무대 자체가 집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영화의 90% 이상을 사적 영역에서 찍는 것이다. 타인의 사생활 또는 다른 계층의 사생활을 아주 가까이에서 목도를 하고, 거기서 스토리의 위험성이 나온다.”

“그런 은밀한 상황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그래서 현미경으로 찍는 영화라는 표현을 한 거다. 그래서 촬영 감독과도 이것을 중점으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대만 카스테라 가게를 운영하다 망한 기택의 과거 등 진짜 있었을 법한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현실성을 높인다. 가정부가 북한 앵커를 흉내 내는 모습 등 한국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동시대 이야기를 할 때의 특권 또는 재미인 것 같다. 스토리에 스며들게 할 자신만 있으면 되는 것 같다. 대만 배급사가 보고 그렇게 웃었다고 들었다. 대만에서도 카스테라 가게를 열었다가 실패한 경우가 많고, 그걸로 짓궂은 농담을 한다고 했다. 그런 해석들이 영화를 풍성하게 해주시는 것 같다. 나는 단순하게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의미를 부여해주시면 감사하다.”

칸에서 받은 황금종려상은 이미 과거일 뿐, 봉 감독은 국내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고 있었다. 언론시사회 당시에도 분장을 하고 몰래 극장을 찾아야 겠다는 말로 반응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냈다.

“요즘 반응을 보는 게 겁이 나서 인터넷을 잘 못한다. 대신 지인들이 보내주는 문자들은 본다. 유난히 문자들이 길다. 뒤풀이에서 해주는 반응들도 듣는다. 물론 와서 해주시는 이야기니 좋은 이야기겠지만 울었다는 분들이 많더라. 여운이 오래 간다는 공통적인 이야기도 있었다. 자상을 입은 것 같은 느낌도 있다고 하시더라. 내 입장에서는 ‘정서적인 강도가 센 편이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②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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