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최우식은 영화 ‘옥자’ 이후 두 번째로 봉준호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새로운 페르소나로 떠올랐다. 최우식이 평범한 청년의 얼굴로 숨겨진 욕심을 드러낼 때는 그 충격은 두 배가 된다. 소화하기 힘든 이중적 감정을 뻔뻔하게 소화한 최우식은 끊임없는 마인드 컨트롤로 주어진 책임감을 소화하는 중이었다.
최우식은 ‘기생충’에서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가족 장남이자 박 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입주 과외를 가면서 벌어지는 사건의 포문을 여는 기우 역을 맡았다. ‘옥자’에서 비정규직 청년 김군으로 눈도장을 찍은 후 단번에 주연으로 올라서는 성장을 보여줬다.
“‘옥자’ 때 내 얼굴이 기택의 아들로 나오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하신 것 같더라. ‘옥자’ 끝나고 다음 작품이 정해져있냐고 물으셨다. 그냥 인사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후에 다시 전화가 오셔서 스케줄을 물어보시더라. 다음 작품을 위해 몸을 좀 만들어서 이미지 체인지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마른 상태를 유지하라고 하시더라. 그때 진짜 제안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긴 기다림 끝에 정식 제안이 왔고, 그때까지도 최우식은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전혀 알지 못했다.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야 송강호의 아들로 출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읽으면서부터는 생각보다 큰 분량에 거듭 놀랐다.
“처음 대본을 볼 때는 내 캐릭터 위주로 먼저 본다. 어떤 톤을 가지고 있는지 먼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근데 기우가 계속 나와서 깜짝 놀랐다. 생각한 것보다 중요한 역할이라는 걸 그때 느꼈다. 영화가 너무 예기치 못하게 흘러가서 놀라기도 했다. 운전수가 승객들을 놀라게 하려고 급커브를 막 트는 것 같아 신기했다. 장르도 너무 많고, 기우가 보여줄 수 있는 얼굴도 다양할 것 같았다.”
그러나 큰 분량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기우는 사건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인물로 그 중요도도 높았다.
“분량은 단지 부모님이 자랑스러워 하실만한 일이지 내게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것보다 캐릭터 기우가 극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역할이라 부담이 컸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처음 볼 때는 더욱 긴장이 많이 됐다. 잘된 밥에 재를 뿌릴까 봐 걱정을 했다. 지금은 내가 나를 스스로 잘했다고 보는 건 아니지만, 보시는 분들이 재밌게 보셔서 짐을 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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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청년인 기우를 표현하는 것이 어렵기도 했다. 또 송강호와 편안한 가족의 모습을 연기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 자연스러움이 필수인 상황에서 기우를 어떻게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그려야 할지 고민을 거듭했다.
“기우가 어떻게 보면 식상할 수 있다.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지 않나. 그래서 더 어려웠다. ‘마녀’의 귀공자 같은 경우는 어떤 면에서는 날카로움이 있어 그 위주로 준비를 하면 됐지만, 이번 캐릭터는 너무 동글동글해서 어떻게 표현을 할지 고민이 됐다. 가장 많은 노력을 한 건 현장에서 송강호 선배님과 최대한 편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쓴 것이다. 내가 아무리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해도 대선배인 송강호를 편하게 대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너무 다행스럽게도 선배님이 진짜 아버지처럼 편하게 인도를 해주셨다. 그런 게 없었으면 정말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실제로 송강호와의 연기에서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뽐낸 것은 물론, 긍정적인 청년이 예기치 못한 순간을 맞이하자 의외의 선택을 하는 어려운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몰입도를 높인다. 최우식은 영화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 갈 때 ‘소주한잔’이라는 노래를 직접 부르며 영화의 여운을 배가시키기도 한다.
“감독님이 편집하고 후반 작업을 하실 때쯤 나도 후시 작업에 참여를 했다. 갑자기 노래를 불러보라고 제안을 해주셨는데, 정말 농담하는 줄 알았다. 근데 OST를 실제로 준비를 해오셨고, 작사를 직접 한다고 하시더라. 내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잘 안 한다. 하지만 노래가 너무 좋았다. 최우식이 아닌 기우가 부르는 거라고 생각을 하고 불렀다. 가사 자체도 기우의 상황에 더 맞았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사람들이 집에 돌아갈 때 기우의 마음으로 돌아가시는 것 같아 그게 좋았다.”
②편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