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매주 신작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어딘가 기시감이 드는 작품들이 있다. 비슷한 소재에 제작진, 배우들까지 같은 경우 그런 분위기가 더욱 감지된다. 비슷하다고 해서 모두 모방한 것은 아니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는지에 따라서 맛이 다르다. ‘빅매치’에선 어딘가 비슷한 두 작품을 비교해 진짜 매력을 찾아내고자 한다. 참고로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사진=영화 '목격자' 스틸
막다른 상황까지 간 인물을 표현하는 이성민의 처절한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몰입이 된다. 각자 놓인 상황은 다르지만, 잘못된 선택으로 예기치 못한 길을 가게 되는 캐릭터를 연이어 연기하며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작년 여름 개봉한 ‘목격자’에서 이성민은 아파트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을 목격한 순간, 범인의 다음 목표가 돼버린 목격자 상훈 역을 맡았다. 상훈은 가족들의 안위를 위해 사건을 목격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지만, 죄책감과 살인마에 대한 공포 때문에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성민은 이 영화에서 자신을 의심하는 경찰과 무언의 협박을 하는 살인마 사이에서 어쩌지 못하고 갈등하는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희생자에 대한 죄책감과 공포감 사이에서 흔들리는 복합적인 감정을 입체적으로 연기한 그의 노련함은 ‘목격자’만의 생활밀착형 긴장감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사진=영화 '비스트' 스틸
‘비스트’에서는 한 발 더 들어간다.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 사건을 은폐한 형사 한수 역을 맡아 자신의 실수를 덮기 위해 점점 수렁에 빠지게 된다.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인물인 만큼 감정의 농도도 짙다. 앞선 작품에서 현실 공감 가능한 불안감이 주요 감정이었다면, 이번에는 스스로 괴물이 되며 변하는 과정에서 긴장감이 생긴다.
이성민은 감정이 폭발하는 클라이맥스에서 실핏줄이 터질 만큼 완전히 몰입한 모습을 보여줬고, 처절한 그의 연기가 복잡하게 얽힌 어려운 전개를 단번에 납득시킨다. 악인에 가까운 인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뚝심 있게 연기한 이성민은 악역 연기에 대한 기대감도 불러 일으켰다.
스스로를 끝까지 밀어붙여 더 깊은 감정을 끌어낸 이성민은 또 한 번 스펙트럼을 넓힌 셈이다. 그는 ‘비스트’ 홍보 인터뷰 당시 “내 눈이 착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다르게 해보려고 살짝 변주를 가하기도 했다.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비스트’를 하면서 희망을 보기는 하는데 앞으로 이 눈을 사악한 눈으로 바꾸고 싶다”고 새로운 모습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앞으로 보여줄 이성민의 새로운 얼굴은 또 어떨지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