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말레피센트' '알라딘' 포스터, 스틸
오래전 아이들의 마음을 울린 애니메이션이지만, 잘못 소환하면 원작의 명성만 훼손하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시대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디즈니는 노력했고, 원작의 감동 그 이상을 느끼게 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디즈니가 과거 애니메이션에 담은 가치들은 꾸준한 지적의 대상이 됐다. 할리우드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는 한 TV쇼에 출연해 딸에게 ‘신데렐라’와 ‘인어공주’를 보여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을 구해줄 왕자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주인공들의 모습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다. 이 발언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디즈니는 빠르게 대응했다. 그들이 최근 선보인 작품들에서는 변화한 시대에 맞는 적절한 변주들이 포착되고 있다.
특히 디즈니는 최근 애니메이션을 재가공한 실사 영화들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추억의 애니메이션이 스크린에 어떻게 펼쳐질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지만, 관객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선택한 디즈니의 새로운 시도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흥미도 쏠쏠하다.
■ 어린 관객 위한 친절한 전개?…권선징악 벗어난 새로운 시도
1959년 애니메이션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실사화한 ‘말레피센트’는 잠에 빠진 공주가 아닌, 마녀 말레피센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신선함을 느끼게 했다. 말레피센트가 왜 악역이 됐는지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졌고, 잘 알려진 이야기를 어떻게 비틀었는지 보는 재미가 있었다.
제작이 예정된 ‘크루엘라’도 악역이 주인공이다. ‘101마리 달마시안’이 원작이며, 달마시안을 납치하는 악역 크루엘라 드 빌이 중심 인물이다. 엠마 스톤이 백발 머리의 크루엘라 역을 맡아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영화 '토이 스토리4' 스틸
■ 왕자 기다리던 수동적 공주들 사라졌다…진취적 여성 캐릭터 활약
큰 인기를 모았던 ‘겨울왕국’ 속 엘사는 우리가 흔히 보던 공주와는 달랐다. 엘사는 주변의 기대에 맞는 삶을 살며 불행하다고 느꼈지만, 결말 부분 스스로 만든 왕국에서 자유를 되찾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동생 안나의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여느 왕자가 해왔던 역할까지 대신 수행하며 틀을 깨기도 했다.
상영 중인 ‘알라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자스민이다. 좀도둑으로 활동하다 지니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는 알라딘의 활약도 즐겁지만, 자파의 계략에 맞서 아그라바 왕국을 지키고 스스로 술탄이 되는 자스민의 당당함이 매력적이다. 원작에는 없었던, 억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스피치리스’가 가장 명장면으로 꼽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토이 스토리4’에서도 보핍의 활약이 우디 못지않게 컸다. 과거 보핍이 우디의 여자 친구로 수줍고, 차분한 매력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모험을 리드하고, 우디의 변화를 직접 도우며 극에 활력을 부여했다. 우디의 성장 스토리가 중심인 이번 영화에서 매력적인 보핍의 등장이 영화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사진=영화 '알라딘' 스틸
■ 편견 뒤집은 캐스팅, 신선한 매력 담긴 캐릭터들
‘알라딘’ 속 지니를 흑인 배우 윌 스미스가 연기한 것이 신의 한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캐스팅 확정 이후 부정적 반응들이 많았지만, 윌 스미스는 특유의 능글맞은 매력을 자연스럽게 녹여내 개성 넘치는 지니를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장기인 랩을 접목한 수록곡 또한 현대에 맞는 적절한 재해석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2020년 개봉을 앞둔 ‘뮬란’에서는 중국 배우 유역비를 비롯해 대부분의 주요 캐릭터들이 중국 배우다. 이 영화는 캐스팅이 확정되기 전까지 ‘화이트 워싱(할리우드 영화들이 원작 캐릭터의 인종을 백인으로 바꾸는 것)’ 우려에 시달렸었다. 그러나 디즈니는 파격 캐스팅으로 걱정의 시선을 기대로 바꿨다. 특히 1000명이 넘는 배우들의 오디션을 진행한 디즈니는 영어에 능통하고 다수의 영화, 드라마에서 액션 연기를 선보였던 유역비를 선택해 더욱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어공주’의 주인공 에어리얼 역에는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낙점됐다. 그러나 원작과의 싱크로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일부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디즈니는 “덴마크 사람이 흑인일 수 있으니까 덴마크 인어도 흑인일 수 있다. 흑인인 덴마크 사람과 인어가 유전적으로 빨간 머리를 갖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편견을 지적했다. 더불어 할리 베일리에 대해서도 “그는 놀라웠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실력도 아주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캐스팅 직후 “꿈이 이뤄졌다”는 감격 소감을 밝힌 할리 베일리는 최근 ‘라이온 킹’ 프리미어 시사회에 참석하는 등 논란을 신경 쓰지 않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