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매주 신작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어딘가 기시감이 드는 작품들이 있다. 비슷한 소재에 제작진, 배우들까지 같은 경우 그런 분위기가 더욱 감지된다. 비슷하다고 해서 모두 모방한 것은 아니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는지에 따라서 맛이 다르다. ‘빅매치’에선 어딘가 비슷한 두 작품을 비교해 진짜 매력을 찾아내고자 한다. 참고로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사진=영화 '사자' 스틸
올여름 초자연적인 악령과 싸우는 구마사제 이야기를 다룬 엑소시즘 영화 ‘사자’가 관객들을 찾는다. 이 영화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 분)가 구마 사제 안 신부(안성기 분)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베테랑 신부와 그를 따르는 젊은 청년이 힘을 합쳐 악에 맞서는 내용은 2015년 개봉한 ‘검은 사제들’에서도 본 적 있다. 악령에 빙의된 자들의 기괴한 힘에 종교적 믿음으로 맞서는 이들의 분투를 다뤘다는 점에서 기시감이 느껴진다.
캐릭터 구성도 비슷하다. ‘검은 사제들’에서는 김윤석-강동원이, ‘사자’에서는 안성기-박서준 콤비가 어우러지며 성장하는 과정이 담겼다. 강동원과 박서준 모두 우월한 사제복 핏을 자랑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강동원이 신학생 최 부제로 함께 구마 의식에 참여하며 활약한 것과 달리, 박서준은 우연히 안 신부와 엮이게 된 격투기 선수라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낸다. ‘검은 사제들’이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오컬트 장르를 활용, 구마 의식에서 나오는 긴장감으로 영화의 서스펜스를 만들어 냈다면, ‘사자’에서는 격투기 선수가 펼치는 맨몸 액션이 쾌감을 선사한다.
사진=영화 '검은 사제들' 스틸
주인공이 빙의자에 맞선다는 설정은 같지만, ‘사자’에서는 이들을 숭배하고 조종하는 검은 주교의 존재가 눈에 띈다. ‘사자’에서는 빙의자들을 구해낸 용후가 최종 빌런인 검은 주교와의 마지막 대결을 펼치는 것이 클라이맥스가 된다. 이 과정에서 용후가 손의 상처에서 나오는 알 수 없는 힘을 사용하는 모습과 검은 주교가 더 큰 힘을 얻어 진화하는 장면 등 CG가 결합된 새로운 액션 장면들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결국 ‘검은 사제들’은 오컬트 장르 공식을 따르며, 재현의 생생함을 높여 밀도 있는 긴장감을 만들어냈다면 ‘사자’는 스케일을 키워 오컬트 장르 특유의 기괴스러운 분위기를 한층 완화시켰다. 장르 특유의 매력은 사라졌지만,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장점이 있다.
오컬트 장르만의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검은 사제들’이 적합하다. 화려한 비주얼이 눈길을 사로잡는 오락 영화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오컬트 블록버스터 ‘사자’가 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