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김용명-장성규-현진영 인스타그램
TV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한 개그맨 김용명과 방송인 장성규, 가수 현진영이 유튜브나 팟캐스트 등 뉴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다.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자신감 넘치는 멘트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최근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는 김용명이다. tvN ‘코미디 빅리그’와 KBS1 ‘6시 내고향’ 외에 딱히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김용명은 이용진과 이진호가 MC를 맡은 유튜브 채널 tvN D의 ‘괴릴라 데이트’에 출연해 갑작스럽게 눈길을 끌었다. 이용진과 이진호로부터 끊임없이 놀림을 받는 중에 짜증이 차오른 표정은 물론 아내에게 영상 편지를 보내려고 하는 찰나에 트림이 튀어나오는 등 연예인이라고는 볼 수 없는 행동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지상렬이 주도한 유튜브 채널 M2 ‘마실’에서는 두 번이나 나와 진가를 발휘했다. 남루한 외모와 의상을 갖고 놀려대는 주위 사람들에게 거친 욕을 한 사발 뱉어주는 장면이나, 아내가 결혼식을 위해 사준 와이셔츠에 ‘김용명’이라는 이름을 네인펜으로 적히는 장면은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그 때마다 모든 것을 다 잃은 듯 억울한 표정을 짓는 김용명의 얼굴은 일종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유튜브에서 활약하자 TV도 그를 찾고 있다. TV조선 ‘아내의 맛’에서 홍현희-제이쓴 부부로부터 “계곡으로 놀러가자”라는 말에 속아 텃밭에서 노동을 하면서 짜증을 내는 그의 모습은 폭소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지상렬은 “김용명이 멘트를 칠 때 자신감이 붙었다. 그 허들을 넘느냐 못 넘느냐가 개그맨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다. ‘마실’이 발굴한 스타”라고 치켜세웠다.
최근 JTBC 아나운서직을 내려놓고 프리랜서로 나선 장성규는 유튜브 ‘워크맨’으로 전성기를 맞이했다. JTBC ‘아는 형님’과 ‘방구석1열’ 등에 출연하기는 했지만, 엄청난 웃음을 자아내지는 못했던 그는 ‘워크맨’에서 분 단위로 큰 웃음을 만들고 있다. TV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강력한 애드립이 ‘워크맨’에서 장성규가 보이는 장기다.
KBS1 ‘체험 삶의 현장’의 유튜브 버전이라고 볼 수 있는 ‘워크맨’은 장성규가 매회 새로운 직업을 찾아 일정 시간동안 노동을 하는 과정을 담는다. 장성규는 메가박스 아르바이트생으로 출연해서는 CGV가 더 좋다고 말하는가 하면, CASS 판촉을 할 때는 “누구도 확인하는 사람 없으니 대충하자”면서 하품을 하는 등 카메라 앞에서 꾸밈없는 모습을 선보인다.
개그맨 출신이 아님에도 상황극에서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장성규는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장면으로 강력한 웃음을 만들고 있다. 아울러 ‘워크맨’ 제작진만의 색깔이 강한 ‘마약 자막’도 장성규의 매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흐린 기억속의 그대’라는 명곡을 갖고 있는 현진영은 방송에서 오랫동안 보기 힘들었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부터 팟캐스트 1위 프로그램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 내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하는 코너 ‘현진영 데이’에 나오고 있다. 매주 한 명에서 두 명의 가수를 초청해, 다양한 이야기는 물론 노래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현진영이 직접 섭외를 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현진영의 매력은 가수를 소개할 때 나타난다. 프로레슬러 장내 아나운서가 선수를 소개하듯이 현진영은 비장하고 장황하게,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표현을 마구 쏟아내며 초대 가수를 소개한다. 마이티 마우스가 출연했을 때 “대한 안마 협회가 지원하는 가수”라고 한 것처럼 치부를 공개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현진영의 현란한 소개는 ‘현진영 데이’의 빠질 수 없는 코너 속의 코너가 됐다.
뿐만 아니라 토크 타임 때는 귀여운 꼰대 이미지로 옛날식 조언을 해 핀잔을 듣고 “내가 30년차 된 가수인데 그것도 못 말하냐”라며 입을 삐죽 내미는 모습을 자주 선보인다. 다소 지질한 아재 콘셉트를 잡고, 그에 맞는 액션을 펼친다. MC진과 짜고 치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워낙 재밌으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어 듣는 중에 절로 웃음꽃이 핀다. 최근에는 MBC ‘복면가왕’에 나와 3라운드까지 진출하면서 가수로서도 녹슬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