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매주 극장가에는 수많은 신작들이 쏟아진다. 상업영화의 해일 속 새로운 소재로 틈새시장을 노린 작은 영화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이에 작은 영화들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이 영화들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조명해보고자 한다.
사진=영화 '벌새' 스틸
■ ‘벌새’: 담담하게 전하는 소녀의 성장 이야기
29일 개봉한 ‘벌새’는 성수대교가 무너진 1994년, 거대한 세계 앞에서 방황하는 중학생 은희가 한문 선생님 영지를 만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이후 제69회 베를린영화제 제네레이션 14플러스 대상, 제45회 시애틀영화체 경쟁 부문 대상, 제36회 예루살렘국제영화제 최우수 장편 데뷔작 등 전 세계 영화제에서 25관왕을 차지했다.
주변인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 관심을 갈구하는 소녀 은희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 보는 이들을 몰입하게 한다. 선생님부터 친구, 남자 친구와 관계를 맺고, 또 때로는 상처를 받는 과정이 차근차근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인물의 내면에만 집중한 것이 아닌, 성수대교 붕괴와 김일성 사망 등 1994년 시대상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뿌리 깊은 부조리를 체감케 하는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 ‘47미터 2’: 업그레이드된 스케일과 화려해진 볼거리
미로처럼 복잡한 수중도시에서 맞닥뜨린 무자비한 상어 떼로부터 탈출하려는 미아와 친구들의 생존 사투를 그린 영화로, 28일 개봉했다. ‘47미터 2’는 샤크 케이지가 아닌 수중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로처럼 복잡한 수중 동굴에 갇힌 사투가 더욱 강한 쾌감을 선사한다.
사진=영화 '안나' '47미터 2' 스틸
전작이 밀실에 갇힌 인물들의 내면에 집중해 현실적인 공포를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복잡한 수중 동굴을 통해 스케일을 한층 키웠다. 네 명의 소녀와 상어 떼가 벌이는 숨 막히는 숨바꼭질은 한 시도 눈 뗄 틈 없는 쫄깃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볼거리는 늘어났지만 전작이 보여준 짜임새 있는 전개의 장점은 감소해 아쉬움을 남겼다.
■ ‘안나’: 강렬한 액션 영화로 돌아온 뤽 베송 감독
파리의 톱모델로 위장한 강력한 킬러 안나가 살아남기 위해 모든 위협을 제거해 나가는 액션 영화로, 28일부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뤽 베송 감독 특유의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액션이 담겨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여성 스파이 안나가 펼치는 맨몸 액션이 주는 쾌감이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타격감이 살아있는 묵직한 액션의 매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다만 이를 뒷받침하는 서사의 신선함은 부족하다. 스파이가 되는 과정이나 임무 수행 도중 느끼는 고민 등 여느 첩보 영화에서 본 듯한 전개가 이어진다. 탄탄한 전개를 앞세운 쫄깃한 첩보물을 기대하는 관객들은 실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