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옥천 향수 시네마
인구가 적은 중소 도시에서 영화관으로 흑자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아무리 작은 영화관이라도 짓는 데만 최소 10억 원이 필요하다. 인구가 10만도 채 되지 않는 작은 도시에서는 유지비용은 물론, 투자비용 회수도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작은 영화관은 애초에 극장 규모가 크지 않고, 지역에서 희소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흑자를 내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영화관을 이용하지 못한 지역 주민들이 눌려있던 문화 욕구를 발산하며 의외의 결과를 거둔 곳도 있다.
전국에서 연간 영화관람 횟수 최하위를 차지하던 전남에 6개의 작은 영화관이 생겼고, 그 중 5개가 흑자를 기록했다. 전남 전체 작은 영화관의 누적 관람객수는 72만 명으로, 9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작년 개관 1년 만에 흑자를 기록하며, 전국 작은 영화관 중 매출 1위를 기록한 예산군 예산시네마의 수익금이 3500만 원인 것과 비교하면 큰 성과다.
충북 옥천군에는 무려 30년 만에 작은 영화관인 향수시네마가 개관했다. 작년 8월에 개봉했으며, 1년 동안 약 7만 명이 관람했다. 옥천군의 인구가 약 6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1명 당 1편 이상의 영화를 본 것이다.
향수시네마 변창환 관장은 지역 주민들의 반응에 대해 “개관 1년이 지난 현재 관람료가 저렴하고, 접근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리 영화관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 옥천이 대전과 인접해 있는데 2, 30분을 나가면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있다. 젊은 친구들은 그곳까지 갈 수 있어도, 4,50대 중 장년층은 그러기가 쉽지 않다. 세대가 높으신 분들이 영화관을 많이 찾아주시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작은 영화관은 대부분 관람료가 6000원을 넘기지 않는다. 주중 영화 관람료 1만원 시대를 연 멀티플렉스와 비교하면 훨씬 저렴한 수준이다.
변 관장은 낮은 관람료가 가능한 배경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와도 논의를 해서 결정한 금액이다. 배급사와의 협의 과정도 있었다”라고 설명하며 “경영상의 지원을 받고 있지는 않고, 운영 수입으로 자체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다만 향수 시네마의 경우는 영화관 건물이 군 소유기 때문에 건축물에 이상이 생기거나 하자보수가 필요한 경우에는 군에서 처리를 해주는 부분이 있다”라고 현황을 설명했다.
특히 옥천을 예로 들며 “옥천만 하더라도 월 1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내지 못하는 분들이 60% 이상이다. 경제적 여건이나 산업 구조적 여건에 따라 도시의 멀티플렉스와 비슷한 가격으로는 힘들다. 관람료는 애초에 작은 영화관 시작 의도와도 맞물려 있다. 영화를 보기 힘든 구조에 있는 지역에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라고 공익성을 강조했다.
사진=정선 시네마
인구수가 3만 7000 명인 강원도 정선군에도 작은 영화관이 있다. 2017년 개관한 아리아리 정선 시네마는 총 12만 4000명을 유치했다. 영화관 관계자는 “정선은 정선과 사북, 고한 쪽의 생활권이 다르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정선 시네마에 오시는 분들은 그것보다 더 적다. 1명 당 영화를 꽤 많이 봤다고 할 수 있다”라고 했다.
관계자는 “서울이나 대도시는 문화 혜택이 많지만 이런 시골에는 거의 없다. 특히 청소년도 갈 만한 곳이 없었는데, 영화관이 생기면서 학교와 주민들의 관심이 높다. 여가 시간을 활용하기 좋다는 분이 많다”고 지역에 작은 영화관이 운영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조합에서 도움을 주고 있는 작은 영화관은 33호까지 있다. 강원도 정선부터 경북 영천, 전남 완도, 충북 영도 등 전국 각지에서 운영 중이다.
사회적협동조합 소속 외에도, 최근 가평군에는 가평 지역 첫 개봉 영화관인 ‘1939 시네마’가 개관해 운영 중이다. 2개 상영관으로 운영되는 이 영화관에서는 1관은 최신 개봉 영화를, 2관은 다양성 영화를 상영해 관람 폭을 넓히고 있다. 단관으로 운영 중인 경기도 동두천과 총 2관인 동두천 문화극장 등 꾸준히 자리를 지키며 지역 주민들의 문화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오랜 작은 극장들의 존재도 힘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