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제공
정철민 PD가 ‘런닝맨’ 9주년을 맞아 진행한 팬미팅 프로젝트의 비하인드를 털어놔 멤버들의 열정을 짐작케 했다. 동시에 프로그램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런닝맨’이 가진 가치를 강조했다.
2010년 첫 방송된 ‘런닝맨’은 9년 동안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며 SBS 대표 장수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유재석, 지석진, 김종국, 하하, 송지효, 이광수, 전소민, 양세찬 등 출연진은 곳곳에 있는 미션을 해결하고, 끊임없는 질주와 긴박감 넘치는 대결을 통해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9주년을 맞아 팬미팅 ‘런닝구’를 지난달 26일 개최하기도 했다. 멤버들은 팬미팅을 위해 개인 스케줄까지 반납하며 단체 군무를 선보였다. 주제곡을 직접 부르며 팬들의 환호도 받았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어지는 음원 수익은 기부를 통해 팬들의 사랑에 보답할 예정이다.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다산북살롱에서 열린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9주년 기자간담회에서는 정 PD가 이번 팬미팅에 대해 “9주년 기념행사로 팬미팅을 잡은 이유가 있다. 일주일에 몇 번씩 만나고 해외 촬영을 했지만, 모두가 합쳐 뭔가를 만들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던 중 해외 팬미팅 영상을 보게 됐고, 멤버들과 무대에서 호흡을 맞추는 게 좋아보였다”고 개최 이유를 밝혔다.
팬미팅을 위한 멤버들의 숨은 노력에 대해서는 “커버곡을 한 수준이라 연습량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사적인 시간에 모여 연습을 하고 이야기도 나눴다. 그렇게 같이 모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지금도 친하지만 더 진솔한 시간을 가져 좋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10주년이 아닌, 9주년에 이런 행사를 마련한 이유도 따로 있었다. 정 PD는 “왜 하필 9주년이냐고 할 수 있지만, SBS 역사상 10년을 채운 프로그램이 없더라.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를 것 같더라. 생각났을 때 해보고 싶었다. 10주년에 하면 더 멋있어 보일 수 있지만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었다”라며 “멤버들에게 고마운 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다 도와주신다. 그렇게 시작을 했다. 멤버들도 힘들기는 했다. 스케줄도 빼야 했고, 동작도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무대를 끝난 뒤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 그때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감회를 표했다.
사진=SBS 제공
다만 오랜 시간 사랑받았지만, 방영 기간이 길어지면서 소재 고갈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받기도 한다. 정 PD는 “게임 버라이어티라 확장성은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막내 조연출 때 참여했던 ‘런닝맨’과 지금의 ‘런닝맨’ 성격이 다르다. 과거 스토리텔링 위주였다면 지금은 달라졌다. 나도 토크 위주로도 가봤고, 팬미팅까지 해봤다. 남아있는 버라이어티가 뭐가 더 있을지 제작진과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고민 중이다. 이에 대해 “아이템을 선정할 때 이걸 왜 하는지, 개그 포인트가 살아날 수 있는지 고민한다. 멤버들이 자유로운 개그를 펼칠 수 있는 주제인지 생각해야 한다. 아이템을 시청자들이 끝까지 봐야할이유도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의 원칙을 고려한다. 멤버십이 중요하지만, 멤버들끼리 낄낄대고 웃으면, 시청자들이 ‘지들만 신났구만’하고 채널을 돌릴 수도 있다”라며 “나는 ‘무한도전’의 팬이었다. 명확한 목표가 있고, 대중들의 관심사를 늘 건드린다. 우리가 사회적인 소재를 많이 사용할 수는 없다. ‘런닝맨’스러움을 유지하면서 ‘이런 것도 해?’ 정도의 적절한 배합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정 PD는 멤버들이 늘 힘이 되고 있다고 감사를 표해 ‘런닝맨’이 흔들리면서도 꾸준히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를 짐작케 했다. 정 PD는 “모두가 이러다 이대로 헤어질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도 유재석이라는 포기를 모르는 MC가 나를 믿어주고 도와줬다. 조연출로 참여하다가 연출을 맡고, 전소민과 양세찬을 영입할 때도 적극적으로 찬성을 해주셨다. 두 사람이 죽을 각오로 하겠다고 했고, 이광수도 두 사람을 아껴줬다. 모든 멤버의 ‘으쌰 으쌰’가 지금의 ‘런닝맨’을 만든 것 같다”고 감사를 표하며 “멤버들이 좋은 사람이다. 사고도 안치고, 팬들을 위하는 마음도 크다. 그래서 아이템이 부족해도 멤버들에게 도움을 받는다. 멤버들의 사랑스러운 매력 때문에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고 했다.
정 PD는 “프로그램은 스타들을 꾸준히 발굴해야 한다. 신인 가수들이 설 무대가 많이 없다. 그래서 버라이어티는 끝까지 존재해서 연예인을 꿈꾸는 사람들이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장이 됐으면 한다. ‘런닝맨’이 없어지고, 관찰 프로만 TV에 남는다면, 연예 산업 전반적으로 안 좋은 것 같다”고 ‘런닝맨’이라는 버라이어티가 앞으로도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팬미팅을 통해 더욱 끈끈해진 멤버들이 여전히 건재하고,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며 재도약을 꿈꾸는 만큼, ‘런닝맨’이 앞으로 펼칠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