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말은 어느 것이 앞에 나오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위험하지만 통쾌하다”와 “통쾌하지만 위험하다”는 똑같은 단어를 사용했지만, 전혀 다른 의미의 흐름을 지닌다. 지난 8월 30일 발행된 도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이 두 흐름을 동시에 풍겼다.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원작으로 하는 이 만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러시아가 시베리아 개발권을 한국에 넘기자 위기감을 느낀 일본이 개발권을 뺏으려 계획을 짠다. 그리고 그 첫 단계로 독도를 침공한 후, 포항제철과 울산공단을 공격한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노골적으로 일본 편에 선다. 그러다가 과거 박정희 정부 당시 이휘소 박사가 만든 설계도를 바탕으로 남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한국 대통령이 알게 되고 일본을 주요도시를 향해 쏘게 한다. 결국 일본은 무릎을 꿇는다. 요약하면 일본이 한국을 공격하고, 남북한이 이에 핵미사일로 응수해 결국 이긴다는 것이다.
만화로 되어 있고 복잡하지 내용에 전문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도 거의 없기에 읽는데 큰 공력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만화라 하더라도 일본과의 전쟁을 그려냈기에 감정 변화가 안 생길 수 없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독도에 침공해 젊은 독도수비대를 죽이는 장면, 일본과의 큰 격차의 공군력, 울산과 포항을 향한 폭격기들의 공격, 그리고 한국 대통령의 핵무기 선전포고와 실제 발사 장면은 짧지만 강하게 다가온다.
앞서 언급했지만, 책을 읽는 내내 느낌은 “위험하지만 통쾌하다”이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감정은 “통쾌하지만 위험하다”이다. 안보 차원의 핵과 전쟁에서의 핵은 언제나 다르게 다뤄졌다. 주로 우익 인사들을 중심으로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자주 제기되지만, ‘최후의 단계’인 핵을 이용한 전쟁이 결국은 공멸이라는 것도 알기에 핵무장의 위험성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논의는 비단 정치권뿐 아니라 대중문화계에서도 나왔다. 남북 핵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강철비’에서 주인공 곽철우(곽도원 분)는 “핵은 핵으로밖에 못 막는다”고 말한다. 이 대사에 대해 양우석 감독은 손익분기점을 넘기 시점에서,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그건 내 생각이 아니고 역사적으로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내 ‘핵무장론’은 끊이질 않고 제기되고 논의될 것이다. 반대 역시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아예 ‘핵무장’을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제외한다면, 그 ‘핵무장론’이 어디를 향해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시선은 다르다. 북한이냐, 일본이냐, 아니면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냐를 두고 ‘핵무장’ 찬성론자들도 갈릴 것이다.
사실 짧은 스토리 안에 감정의 진폭만 흔들어 대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이 만화가 조심스러운 이유는 자칫 핵무장에 대한 논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청소년이나 젊은 층들이 마치 ‘전쟁 만화’ 보듯이 접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