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해운대
해운대는 부산 최고 명소다. 많은 사람들이 찾고, 그만큼 변화의 폭도 크다. 민박촌이었던 해운대 인근은 이제 호텔과 모텔이 즐비한 공간으로 바뀌었고, 횟집과 소박한 식당이 차지했던 공간은 다양한 음식점과 술집들이 자리 잡았다. 조금 고개를 돌려 보면 웨스틴조선호텔 너머 마린시티 쪽은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우뚝 서 있다.
근 몇 년 새 해운대를 갔다 온 사람들은 이런 반응을 보인다. “해외 어느 도시 같다” “해외 휴양지 같다”. 어느 잡지는 광고성 기사이긴 하지만, 제목에 ‘한국의 샌프란시스코, 해운대’라고 썼다. 영 마뜩잖다. 해운대가 외국의 어느 유명 휴양지 같다는 말은 해운대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멋진 바다와 달맞이 고개 등의 멋진 풍광보다는 다른 이유가 크기 때문이다.
올해 초 기준 완공됐거나 공사 중인 국내 초고층 빌딩 10위 안에 6개가 포함됐다. 이런 고층 빌딩과 호텔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 외국의 분위기를 옮겨온 레스토랑들, 그리고 여러 유흥업소들의 밀집도가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물론 잘 정비된 해안가와 버스킹 가수들도 한몫 했지만, 기본적으로 빌딩들과 불빛들의 향연이 해운대를 그 ‘외국 어느 곳’을 떠오르게 만든 것이다. 해운대 뿐 아니다. 서울 여의도 고층건물들이 뿜어내는 야경에 싱가포르나 홍콩, 상해의 야경이 떠오른다는 사람들이 있다. 본래 특색이 있던 공간이 ‘외국의 그 어느 곳’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풍경이 이국적이란 말은 한국에서 느껴보지 못한 감성을 준다는 뜻이다. 지금이야 통영 등 몇몇이 해외 풍경과 비슷하다 하여 언급되지만, 과거에 ‘이국적인 풍경’은 제주도에 국한되어 표현되곤 했다. 여기까지는 자연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이다. 그것이 고층빌딩과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형형색색 야경으로 만들어진 ‘이국’이라면 내용이 달라진다.
해운대를 찾은 한국인은 이국적으로 느끼고, 외국인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향유하던 느낌의 공간이라면 이게 정상일까. 한국에 있는 해운대가 외국의 해변 어딘가를 모방하며 ‘외국 같은 느낌’을 한국인에게 줘야할까 싶다.
그러면서 궁금해진다. ‘부산 해운대’를 갔다 온 것이 아닌, ‘외국 같은 해운대’를 갔다 왔다는 SNS의 글을 보면 그 ‘외국 같다’는 어디고, 어떤 의미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