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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네이버)
'주가는 실적의 그림자'라는 증시 격언이 삼성전자를 보면 무색하다.
9개 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고, 올해 영업이익이 50조원을 웃돌 수 있다는 전망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도무지 힘을 받지 못한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드라마틱한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900원(1.11%) 내린 7만9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 연속 하락해 지난달 21일 이후 다시 8만원선이 붕괴됐다.
삼성전자는 올해초 사상 최고가인 9만6800원까지 치솟으며 '10만전자'를 넘봤다. 하지만 곧 하락세로 돌아서 '8만전자'에서 횡보하고 있다. 이날 종가(7만9900원)은 연초 고점에 비해 17.4%나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3.2% 가량 오른 것과 정반대다.
삼성전자 실적은 고공행진을 계속해왔다. 전날 발표한 2분기 잠정실적도 그렇다. 매출액 63조원으로 2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였고, 영업이익 12조5000억원도 6년여만에 신기록이었다. 당초 시장에서 기대했던 수준을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실적과 주가 방향의 불일치가 어제오늘이 아니란거다.
삼성전자는 최근 9개 분기 연속 시장 추정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삼성전자가 잠정실적을 발표한 6번 중 당일 4번이나 주가는 하락했다. 오히려 기대 이상의 실적을 발표한 날 주식을 파는 게 현명한 투자인 것처럼 여겨질 정도가 돼버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당연한 정례 행사가 돼버렸다"며 "실적이 잘 나왔으니 주가가 올라야한다는 얘기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고 탄식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개인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올해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 코스닥 양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의 40% 가량이 삼성전자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실적 전망은 여전히 나쁘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매출이 70조원을 넘고, 영업이익도 1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50조원을 넘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주가는 어떻게해야 힘을 받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실적 외에 또다른 '한 방'이 있어야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주가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려면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미국 팹리스 고객사의 추가 확보나 M&A 추진과 같은 드라마틱한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파운드리나 M&A 등 그 동안 삼성전자가 잘 했다고 할 수 없는 분야에서 의미있는 성과나 전략이 나와야 할 것"이라며 "상반기 부진했던 파운드리에서 하반기부터는 서서히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는 점은 희망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