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산업계는 명과 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앞세운 반도체 업계는 호황을 구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했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산업계는 지난 11월 월간 기준 수출액이 사상 최초로 600억달러를 넘어서며 신기원을 열었다. 반면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요소수,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에 치명적인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뷰어스는 올 한 해 산업계를 웃고 울게 만들었던 이슈를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구현모 KT 사장(왼쪽부터)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사진=연합뉴스)

국내 이통통신 3사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합계가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0만명 수준까지 늘어난 5세대(5G) 통신 가입자 수와 재택근무 등 코로나19 장기화의 수혜가 컸던 인터넷TV(IPTV) 등 비통신 사업 부문의 약진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끌었다.

다만 탈(脫)통신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5G 통신은 상용화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품질에 대한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통사들은 '본업'인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다.

■ 사상 최대 실적에 통신사들 '활짝'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약 1200만명 수준이었던 5G 가입자가 지난 4월 5G 상용화 2년만에 15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2000만명을 돌파했다. 가장 최근 통계인 10월 말 기준 5G 가입자가 1938만970명인 것으로 집계됐는데, 그동안 월 평균 65만명의 5G 가입자가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2000만 가입자 돌파는 확실시된다.

통신사의 신규 모바일 가입 회선 가운데 47% 정도가 5G로 5G 가입자의 증가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등 무선 사업 매출 증가로 이어졌고 올 한해 이동통신3사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지난 1분기부터 3년여만에 이통3사 분기별 영업이익 총합은 1조원을 넘어섰고 3분기까지 이와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마케팅 경쟁이 안정화된 것 역시 영업이익 증가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실적 개선세가 눈에 띄는 기업은 KT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1조5163억원으로 가장 높은 성적이 예상된다. SK텔레콤(영업이익 컨센서스 1조5055억원)·LG유플러스(1조393억원) 역시 연간 영업이익 규모가 각각 1조50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장기화의 직접적 혜택을 받은 IPTV·클라우드 등 비통신 부문의 가파른 성장세 역시 실적 성장에 한몫했다. SK텔레콤은 웨이브(WAVVE)·플로(FLO) 등, KT와 LG유플러스는 디즈니플러스·지니뮤직 등 3사 모두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및 음악 콘텐츠 업체와의 제휴를 늘리며 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모바일 환경에서 시청하는 콘텐츠 양의 증가는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증가에도 기여하기 때문에 비통신 부문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통신 아닌 다른 분야에서 능력발휘

통신3사는 인공지능(AI)·로봇·미디어 등 신사업 분야에서 공을 들이고 있다.

SK텔레콤은 통신회사 SK텔레콤과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중심 투자회사 SK스퀘어로 인적분할했다. 통신과 비통신 사업을 본격적으로 분리해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유영상 전 SK텔레콤 MNO사업대표가 SK텔레콤을 맡고 박정호 전 SK텔레콤 대표가 SK스퀘어를 맡아 운영한다. 유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통신 서비스 사업자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안정적인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지하겠다"고 말하며 통신 사업에도 소홀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밝혔다.

KT는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DX), 미디어·콘텐츠 등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며 통신회사(텔코)에서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으로 전환을 꾀했다. 올 한해 가시화된 비통신사업 성장세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매출을 통해 증명됐다. 이들의 3분기 IDC 매출은 기존 IDC와 함께 용산IDC·남구로IDC·다른 사업자들의 IDC 설계·구축·운영(DBO) 사업 신규 고객 확보로 전년 동기 대비 34.7% 증가했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대형 OTT 플랫폼과 제휴를 통해 미디어 사업에 적극 나섰다. 올 해 상반기에는 부산·여수 스마트항만 사업과 울산·여수 석유화학단지 스마트 산단 구출 사업을 수주하는 데 성공하는 등 B2B(기업간 거래) 솔루션 사업에서도 성과를 보였다.

■ 본업 팽개친 비판 모면 못해

비통신 부문은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지만 5G 통신은 연일 도마 위에 올랐다. 5G 속도는 기지국 수와 연결된다. 이통3사가 전국에 구축한 28㎓(기가헤르츠) 5G 기지국 수는 312개다. 당초 연말까지 목표치는 4만5000개였다. 기지국 부족으로 5G 서비스 범위를 벗어난 장소에서는 LTE로 이용이 제한되는 것이다.

SK텔레콤의 3분기 누적 CAPEX 규모는 무선 기준 1조1539억원이다. 지난해 대비 21.5% 감소했다. 같은 기간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17.9%, 8.4% 줄어들었다. 앞서 지난 11월 이통3사는 올해 지난해 수준인 8조3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완수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4분기 수치가 남아있긴 하지만 지난해 수준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통사의 네트워크 설비투자(CAPEX)는 지난 3분기까지 전년 대비 부진했고 진짜 5G라고 불리는 28㎓의 경우 아직도 상용화되지 못했다. 정부는 지하철 와이파이 백홀 같은 아이디어를 내고 상용화도 됐지만 지하철 내부는 유선으로 연결해야 해 전파에 대한 단점만 부각됐다.

이통3사는 당장 설비투자를 급격히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미흡한 5G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숙제로 안은 채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