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라이즈 2022, 서울'에서 LG전자가 이동형 오피스인 옴니팟을 시연해보이고 있다. (사진=손기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해 2분기 실적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값 상승 등 최근의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외부 환경을 받은 영향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는 반도체가, LG전자는 자동차 전장부품 분야가 실적 버팀목이 됐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가 전동화되면서 차량용 반도체와 전장부품이 미래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전자기업들이 자동차에 눈을 돌리고 있다.

■ 2분기 삼성전자, 매출 77조…LG전자, 매출 19.4조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7일 2분기(4~6월) 매출 77조원, 영업이익 14조원의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20.9%, 영업이익은 11.4% 늘어난 수치다. 올해 1분기(1~3월)보다는 각각 1%, 0.9% 줄었다.

삼성의 2분기 실적은 증권가 전망치를 소폭 밑돌았다. 지난해 3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매출이 상승했지만, 이번에는 기세가 꺾였다.

다만 반도체(DS) 부문은 2분기에도 실적 버팀목이 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의 제품들은 판매량이 줄고 있다. 글로벌 소비 침체로 인해서다.

LG전자는 올 2분기 매출 19조4720억원, 영업이익 7917억원의 잠정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지난해 2분기보다 1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 줄었다. 지난 1분기 매출 21조1114억원, 영업이익 1조8805억원 대비 매출은 7.1% 줄었고, 영업이익은 절반 이상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면서 TV와 생활 가전 등의 수요가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자재가와 물류비 등이 증가하면서 영업익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LG전자는 자동차 전장사업에서 흑자를 내면서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LG전자는 전장사업을 지난 2015년 4분기부터 키워왔다. 하지만 줄곧 적자를 기록하다가 이번 분기에는 처음으로 2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프리미엄 전기차 EQS에 적용된 LG전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진=LG전자)


■ 미래먹거리 車…LG, 상반기 수주 8조·삼성, 반도체 중심 전장사업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가 전동화되는 추세다. 구동모터부터 차량용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전장부품이 필요하다. 전자기업이 자동차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LG전자는 세탁기 모터 기술로 차량 구동모터를, 초박형 디스플레이 기술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패널 등에 적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전자화된 자동차의 차량용 반도체칩을 비롯해 세계적인 오디오기업 하만을 활용한 자동차 오디오 부품으로 탑재할 수 있다. 기존 스마트폰·가전제품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동차 부품으로 확대하는 모습이다.

LG전자는 올 상반기 자동차 전장 신규 수주가 8조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중심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5세대 이동통신(5G) 텔레매틱스를 유럽 완성차 업체와 일본 업체에 공급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자동차 전장 전담부서인 VS사업본부를 비롯해 자동차 조명 관련 자회사 ZKW,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와 합작한 LG마그나의 전기차 동력부품 사업을 전장사업의 주축으로 삼고 있다.

LG전자는 계열사를 활용해 자동차 부품 전체를 만들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텔레매틱스 통신 분야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전기차 동력계, 조명을 만들 수 있다. 또한 LG디스플레이가 디스플레이 분야를, LG이노텍이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용 카메라, 조명용 발광다이오드(LED), 모터 등을 생산할 수 있다.

또 LG CNS는 네트워크 보안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한다. LG전자에서 분리된 LX그룹 LX하우시스는 자동차 내외장재, LX세미콘은 자동차용 마이크로콤포넌트 등을 만든다.

삼성전자도 자동차 전장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력사업인 반도체를 활용한 자동차 분야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테슬라 자율주행 시스템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칩이 들어간다. 지난 2017년에는 세계적인 오디오 및 전자업체 하만을 인수해 자동차 부품과 연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회사 하만을 중심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자동차 디스플레이, 삼성SDS의 물류 분야,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삼성전기의 자율주행 카메라모듈 등이 자동차 부품을 공급한다. 최근 삼성SDS는 자동차 전장회사 인수합병(M&A)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G, 삼성은 계열사를 활용해 다양한 자동차 부품 공급이 일괄적으로 가능하다”며 “기존의 다른 부품사와는 또 다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자동차 전장 분야 실적 향상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LG전자의 경우 지난 2013년 전장 사업을 시작한 이후 2015년 4분기 흑자 50억원을 기록한 것 외엔 계속 적자였다. 하지만 올해 2분기 400억~500억원의 흑자를 증권자는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 전장 분야기 미래먹거리로서 점차 빛을 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 시장이 전체 신차 중 10%를 넘어서면서 LG전자의 전장 사업도 흑자를 낼 때가 됐다”며 “삼성도 전장사업인 하만에서 흑자가 났다는 얘기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앞으로 자율주행 레벨 수준도 높아지고 전기차 배터리 분야도 유망하다”며 “기존의 현대자동차그룹 중심의 다소 독점적인 자동차 전장 시장에 LG와 삼성이 추가되면서 산업 측면에서도 다양성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