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하청지회의 불법 점거로 진수가 중단된지 5주만에 30만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이 진수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51일간 하청노조 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던 대우조선해양이 2주간의 휴가 기간도 반납하고 밀린 선박 건조에 나선다. 파업을 계기로 대우조선해양의 적자누적, 저가수주, 낮은임금 등 악순환도 드러났다. 파업으로 인해 8000억원대 규모의 피해에 대한 법적 책임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했다.
■ 하청노조 파업 종료, 진수 재개…휴가 반납·건조 ‘전력질주’
25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전날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의 직원 대부분이 출근해 1도크 선박 진수와 건조 작업을 재개했다. 진수된 선박은 30만t급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이다. 납기일은 오는 10월 말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대우조선은 밀린 공정을 서두르고 있다.
앞서 지난 22일 대우조선 하청 노사가 임금협상을 타결하면서 51일간 하청노조의 파업은 종료됐다. 하청노조는 그간 1도크를 점거해 선박 건조 공정이 한 달 이상 밀렸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조선소가 하루 멈추면 피해액은 32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8일 하청노조가 1도크를 점거하기 시작하면서 피해액은 불어나기 시작했다. 피해 규모는 점거 기간 51일 중 영업일 기준으로 25영업일로 계산하면 약 8000억원 손실에 이른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휴가 기간에도 특근이 가능한 인원을 파악해 작업을진행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여름휴가 기간은 지난 23일부터 8월 7일까지다. 하지만 하청노조의 파업으로 1도크를 상당기간 점거했기 때문에 그간 밀린 공정을 맞추기 위해서 휴가기간에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2주간의 휴가 중 1주일은 조선소에서 건조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휴가 기간 최대한 일을 진행해 출근한 직원을 대상으로 대체휴일을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22일 파업이 종료된 후 도크에 물을 채웠고, 주말에도 70~80%의 생산 인원이 출근해 작업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사측은 선박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1도크를 통해 시운전 등 후속 일정을 서둘러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을 방문해 조선소 독 화물창 바닥에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 중인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만성적인 적자·저가수주, 임금하락·파업 이어져 지적
하청노조의 파업이 종료되면서 고비는 넘겼지만 만성적인 적자구조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경영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3월 기준 자본총액은 1조6359억원, 부채총액은 8조9424억원으로 부채비율이 546%나 된다. 조선 3사가 과거 어려웠던 시절을 보낸 탓에 조선사 모두 부채가 상당수 있지만 현대중공업 부채비율 176%, 삼성중공업 189%에 비해 대우조선의 부채 비율은 이들보다 3배 가까이 된다.
하청노조의 이번 파업도 영업손실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하청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생산이 지연되면서 손실을 고정비 1426억원, 매출 6468억원, 지체 보상금 271억원 등 총 8165억원으로 추산했다.
다만 매출 손실은 공정이 완전히 진행되지 못할 때를 반영한 추산치이기 때문에 좀 더 줄어들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파업으로 인한 손실 계산은 확정된 것은 아니고 선박 공정률이 0%를 가정됐을 때 추산치”라며 “현재 주말, 휴가도 반납하고 공정을 만회하려고 하고 있고 100%까지는 아니어도 어느정도 만회해 매출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 위주 수주가 손실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의 최근 수주를 보면 고가의 LNG(액화천연가스) 선박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이번 1도크 점가가 풀리면서 진수한 선박은 VLCC다. 상대적으로 저가다. 대우조선이 LNG선 건조 능력이 없어서도 아니다. 조선 3사의 건조 능력은 대체로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VLCC는 LNG선에 비해 길이와 폭이 더 길기 때문에 후판 가격 등 원가 상승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에 손실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반면 LNG선박은 1척에 2억 달러 이상의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특히 이번 점거 파업으로 건조가 늦어진 VLCC 선박은 1년여 전에 수주한 물량으로 수주가격이 1억 달러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이번 VLCC는 수년 전에 유조선 발주가 많았을 당시에 수주했던 것”이라며 “최근에는 유조선 발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늘어난 적자와 저가수주 등의 영향은 하청노조에 이르기까지 적절한 임금을 주지 못해 파업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일각의 지적이 나온다. 악순환이 반복된 셈이다.
지난 11일 오후 용산전쟁기념관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대표?80여명이 하청지회 불법파업 수사 촉구 집회를 가졌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회사 대표)
■ 손배소 합의 여부·노-노 갈등…남은 과제 산적
대우조선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하청노조의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여부 합의가 남았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대표단과 이번 파업을 주도했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거통고지회)는 임금협상에서 ‘손해배상 소송 여부’에 대한 합의는 포함하지 못했다.
다만 공감대는 어느정도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합의서에 포함하지는 못했지만 민형사 소송은 원청만 제기하는 것으로 어느정도 합의했다”며 “원청과 하청업체 둘 다 민형사 소를 제기하는 것은 중복”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본청은 파업 종료 직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하청노조 간의 갈등도 있다. 금속노조가 하청노조를 지지하자 대우조선해양 원청 노조는 지난 21~22일 금속노조 탈퇴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는 개표 중 부정투표 의혹이 나오면서 중단됐고, 내달 8일 이후 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표에서 비율이 반반으로 나온 것으로 안다”며 “노조원 절반이 이번 사태에 불만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휴가 일정이 끝나는 8일 이후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 정확한 조합원들의 의견이 파악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원청과 하청 노조 간의 갈등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