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를 마친 선박을 진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옥포조선소 1번 도크(선박생산시설) 파업 점거가 22일 전격 풀리면서 늦어진 선박 진수도 재개될 예정이다.
다만 정부와 대우조선해양 원청은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제반 문제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하청노조에 대한 법적 책임 공방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22일 대우조선해양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하청지회(하청노조)의 파업이 이날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하청노조가 점거했던 1번 도크가 개방됐다.
이에 따라 그간 늦어졌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HN5494호의 진수도 23일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오후부터 진수작업을 위해 1번 도크에 물을 넣기 시작했다고 전해졌다. 선박을 1번 도크를 통해 진수시킨 뒤 선체 내부 작업 공정을 진행한다. 옥포조선소의 1번 도크는 조선소 내 최대 규모다. 대우조선의 생산의 절반을 담당하는 중요 시설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22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협력사 대표들과 하청노조 조합원들이 악수하고 있다. (왼쪽 세 번째부터) 권수오 녹산기업 대표,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중요 시설을 점거한 책임에 대한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정부와 사측은 “법과 원칙 기조로 대응”한다는 방침이어서 정부·사측과 노조 간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날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와 하청노조는 51일째 이어온 파업을 진통 끝에 타결하고 잠정 합의했다. 이들 노사는 잠정합의 후 브리핑을 통해 “손배소(손해배상소송) 청구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민·형사 면책과 관련해 과제로 남았다”고 밝혔다.
이날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손배소 청구와 관련해 “노사 간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에 대해 협력사가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부제소 합의’에 대해서는 미결 상태다.
대우조선 원청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완강한 입장이다. 이날 대우조선해양 원청은 잠정 합의 후 입장문을 통해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제반 문제에 대해 법고 원칙의 기조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22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법무부, 행정안전부와 합동으로 대우조선해양 협상 타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법무부)
정부도 ‘법과 원칙’ 기조를 강조했다. 이날 정부는 “불법 점거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행우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와 하청노조 간 교섭 타결과 관련해 “정부는 법과 원칙에 기반해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이번 합의는 법과 원칙에 따라 노사 분규를 해결한 중요한 선례를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원청 등의 고소 및 고발에 따른 형사 책임을 노조에 물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원청은 하청노조 집행부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다만 정부는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상의 문제는 관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노조는 민·형사 책임에 대해서 지도부 일부가 민·형사 책임을 지고 나머지 조합원에게는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2개 하도급업체 대표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업체는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노동 개혁 과제를 풀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파업 타결 이후 이뤄진 장·차관 워크숍 분임토의에서 “노동과 연금, 교육 개혁 등 핵심 개혁 과제는 국민이 우리 정부에게 명령한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노동 구조 개선과 관련해 야권과도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통령실의 구상대로 여야 간 노동 구조 개선 관련 접점을 찾을 수 있을 지 미지수라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