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분양 한파에 건설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자잿값 상승과 쌓여가는 미분양으로 수익성 방어를 위한 셈법이 복잡해지면서다. 불행 중 다행은 리스크 분산을 통해 미분양에 따른 위험 수위를 낮췄다는 점이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9개 건설사의 올해 분양 계획 물량은 총 14만7136가구로 집계됐다. 직전년도 분양계획 물량과 비교했을 때 27.9% 줄어든 규모다.
대형건설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부동산 불황에 계획한 분양 물량을 올해로 미루기도 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깊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축소된 분양 계획 이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분양 물량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며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수익성 방어도 문제다.
건설사는 분양가를 높이면서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으나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고분양가에 따른 미분양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연초 분양 시장 최대어인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재건축)'은 고분양가 논란 속에 계약률이 70% 수준에 그쳤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분양가를 높이더라도 결국 팔리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인 셈이다. 이에 일부 단지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에 나서기도 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인근 단지인 '강동헤리티지자이'는 전용59㎡ 분양 기준 올림픽파크포레온보다 4억원 가량 저렴하게 내놓으면서 완판에 성공했다.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낮추면서 완판에 성공한 단지를 두고 복잡한 심정이다. 부동산 침체기에 미분양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나 한켠에서는 수익성을 놓고 아쉬움이 나온다.
대형건설사들은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분양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도 전 금융권에 분산한 상황이다. 또한 비교적 리스크가 덜한 도시정비사업 분양에 집중할 수 있을만큼의 수주고도 쌓았다.
특히 건설사 줄도산 우려가 현실화됐던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연대보증과 채무인수 약정 대신 자금보충과 책임준공 확약을 내세웠다. 건설사가 사업비 전체 손실을 떠안을 필요가 없이 공사비 수준만 감당하면 된다.
대형건설사의 재무구조도 안정적이다. 현대건설은 3조5000억원 가량의 현금성자산을 보유 중이며 GS건설도 3조2000억원을 갖고 있다. DL이앤씨와 대우건설도 각각 2조5000억원, 2조2000억원을 지니고 있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미분양에 따른 손실을 부담하게 되더라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사의 우량한 재무구조는 이번 하락 사이클을 효과적으로 견딜 수 있는 요소"라며 "지금의 부동산 경기 지속으로 건설사들이 PF 대출채권을 대위 변제하는 사례가 발생하더라도 현재 재무 상황을 고려했을 때 건설사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대형건설사와 달리 중소건설사는 이도저도 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대형건설사는 분양가를 비교적 저렴하게 내놓고 분양에 나서더라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반면 중소건설사 입장에서는 미분양 우려에 당초 계획보다 분양가를 저렴하게 책정한다면 공사 비용을 충당하기도 힘들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건설사는 통상적으로 분양가를 조금 낮게 책정하더라도 공사비는 챙길 수 있는 수준으로 하면서 버틸 수 있다"며 "다만 중소건설사는 예상보다 분양가가 낮게 책정된다면 공사비를 충당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