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지는 온기만큼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은 없다. 사회적 책임을 진 기업들이 사회공헌을 주도하고 유명인들이 선뜻 사재를 터는 소식들이 이어지지만 사람들은 예상치 못했던 사람의 행동, 아주 작은 언행으로 전해지는 사람의 온기에 더 감동한다. 뷰어스는 [36.5℃의 기적]을 통해 사람이 전하는 온기가 어떤 기적으로 이어지는지 전한다.-편집자주
사진=연합뉴스TV 방송화면
필리핀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한국보다는 삶의 질이나 환경이 좋지 못할 것이란 인식이 대다수다. 실제 필리핀 여행지에서 보게 되는 풍경들은 신시가지를 제외하면 국내 70년대 수준이라는 것이 적지 않은 여행객들의 평이다. 그러나 이런 편견 속에서도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한 사례가 최근 소개돼 주목할 만하다.
최근 필리핀에는 한 정원이 등장했다. 바로 시들지 않은 꽃들이 자리한 정원. 형형색색 꽃들이 사람들을 반기는 이 곳은 필리핀 남부 한 도시에 개장한 튤립 정원이다. 그런데 이 꽃들은 관리할 필요가 없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시들지 않기 때문. 그 이유는 꽃의 소재에 있다. 꽃들은 우리가 익히 아는 생태계 속 꽃들이 아니다. 씨앗을 심고 싹을 틔우고 꽃이 피고 씨를 맺어 다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지 않는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꽃이기 때문.
더욱이 이 플라스틱은 정원을 만들기 위해 생산해낸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필리핀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깨닫는 공간을 조성하고자 필리핀 남부의 수십 개 마을에서 약 3만여 개의 플라스틱병들을 모아 튤립으로 재탄생시켰다. 국내에서는 연합뉴스를 통해 보도됐는데 연합뉴스TV는 이 플라스틱 정원이 폐자원인 플라스틱 병을 튤립 모양으로 잘라 다양한 색을 덧입히는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고 설명한다.
이 정원이 탄생한 도시, 라마탄의 로즈 퓨리가이 시장은 개장식에서 “우리 지역에는 플라스틱 병들이 쓰레기의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환경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나서기도 했다.
경북 의성군 쓰레기산(사진=연합뉴스)
필리핀은 2010년대 초반부터 플라스틱 백 사용 금지 방안을 추진하며 환경 문제에 일찍이 깨어있는 국가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국내에서 플라스틱으로 위장한 불법 쓰레기가 넘어갔다 반송되는가 하면 올해 초에는 필리핀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래 뱃속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40kg가 발견돼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플라스틱 정원 조성은 필리핀 시민을 비롯해 필리핀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플라스틱의 위험성과 환경 의식을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플라스틱 환경오염은 비단 남의 나라 문제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문제가 크다. 플라스틱 사용량은 2016년 1인당 132.7kg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플라스틱 재질이 제각각이라 이를 몽땅 분리수거함에 넣을 경우 재사용마저 쉽지 않은 형국이다. 때문에 일본처럼 플라스틱병 뚜껑과 몸체 재질을 재사용이 용이하도록 통일하고 플라스틱병을 뒤덮은 비닐 재질을 쉽게 뜯어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환경 단체 등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행히 각 지자체 별로 플라스틱 수거함을 만드는가 하면 플라스틱을 수거해 재활용, 화분이나 아이들 줄넘기 등으로 재탄생시켜 환경 보전에 기여하는 테라 사이클과 같은 기업이 나서고 있다는 점은 청신호다. 일부 업체들 역시 일회용 플라스틱컵과 뚜껑 재질을 페트(PET)로 단일화하고, 종이컵에 사용하는 유색 잉크를 전면에서 부분 인쇄로 줄이며 자원 순환이 가능한 재활용품들을 늘리고 있는 추세이기에 정부의 보다 적극적 정책이 수반된다면 국내 환경 상황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