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아산 전자소재공장 전경 (사진=금호석화)
석유화학 업계 전반이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의 장기 불황에 빠진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이 고기능성 합성고무를 중심으로 시장 반등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과 나홀로 성장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경쟁력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와 선제적인 투자의 결과로 풀이된다.
■ ‘6배 수요’ 몰린 회사채…불황기 속 이례적 흥행
금호석화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8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5020억원의 주문을 확보하며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흥행을 기록했다. 업계 불황에도 안정적 실적과 유동성 확보 능력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평가다.
수요예측 흥행은 금호석화가 단순 생존을 넘어 ‘투자 가능한 석유화학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이번 회사채 발행은 운영자금 확보와 차입금 상환 목적 외에도 향후 원부자재 구매 및 고부가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활용될 예정이다.
금호석화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20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3.4% 증가했다. 매출은 1조9082억원으로 14.4%, 순이익은 1248억원으로 21.7% 늘었다. 전체적인 업황 둔화 속에서도 SSBR(특수합성고무), EPDM(에틸렌프로필렌디엔모노머) 등 금호석유화학의 핵심 사업인 합성고무 부문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합성고무 중심 ‘어닝 서프라이즈’… 고부가 소재 포트폴리오 강화
금호폴리켐 증설 준공식 (사진=여수시)
반등 전략의 핵심은 ‘EPDM’이다. EPDM은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는 고기능성 고무로 자동차 웨더스트립, 전선, 건축용 부자재 등 산업 전반에 쓰인다. 특히 친환경차 경량화 수요 증가와 맞물려 고부가 제품으로서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자회사 금호폴리켐은 여수 제2공장의 5호 라인을 완공하며 연간 31만 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이는 아시아 최대이자 세계 3위 규모다. 이 투자 결정은 박준경 총괄사장이 2021년 부사장 승진 후 처음으로 주도한 대규모 전략 투자로 금호석화의 미래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보다.
순항 중인 금호석화지만 2분기 전망은 다소 어둡다. 미국발 관세 리스크, BD(부타디엔, 합성고무원료) 가격 하락 등으로 수익성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2.3% 줄어든 926억원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중국산 화학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글로벌 유통구조 재편이 불가피하고 간접적인 영향이 한국 업체에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중국 제품의 타 지역 유입으로 가격 하락 압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 ‘탈석유화학’ 시대 속 생존 전략의 교본 될까
금호석화 실적 반등의 열쇠는 여전히 NB라텍스가 쥐고 있다. 팬데믹 특수 이후 수요 급감과 공급 과잉으로 부진했던 NB라텍스는 최근 미국 시장 재고 소진과 함께 수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1년 88%에 달했던 가동률은 2023년 69%, 2025년엔 71%로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금호석화의 2025년 영업이익을 4347억원으로 제시하며 NB라텍스 회복이 실적 견인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금호석화가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공급 과잉의 범용 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기능성·고부가·전방산업 특화 제품으로 구조를 전환하고 있는 전형적인 케이스다. 고도화된 석유화학 생존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금호석화가 다소 혼란스러운 2분기 전망을 어떻게 극복할 지 주목된다.